“박근혜 ‘유훈 복지’ 싹수 노랗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④>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오는 2012년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일요시사>는 ‘유력 정치인 릴레이 인터뷰’라는 기획으로 편집국장 대담을 진행한다. 지난 세월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앞으로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여야 유력 정치인, 정계 원로와의 만남을 통해 차제의 시대정신과 정치발전 과제 등에 관한 철학과 지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 네 번째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봤다.

‘영웅시대’ 아닌 ‘국민시대’로 차기 대권 시동
“정권교체 위해 야권 대통합·연대·단일화 절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복지 설전’에 가세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는 견강부회이자 가짜 복지”라고 비판하는 한편, 복지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지난 10일 차기 대선 베이스캠프 격인 ‘통합과 연대,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 준비위를 발족한 후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국민시대’로 차기 대권을 향한 첫 발을 뗀 설렘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 최고위원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연말부터 정가에 입소문을 탔던 ‘통합과 연대,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 준비위가 지난 10일 발족식을 가졌다. ‘국민시대’를 어떤 재단으로 만들 생각인가?
▲ 바야흐로 ‘영웅시대’가 아닌 ‘국민시대’다. 국민의식, 지적수준, 소득수준의 성장으로 담론과 정책이 중요해진 만큼 이를 잘 만들어 국민과 교감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국민시대’는 학문적 가치와 정치적 실천이 결합되는 기구로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정책으로 설계해 실현해 나갈 것이다.  
 
문 연 ‘국민시대’
차기 대권 준비한다

- 정치권에 국민시대가 차기 대선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한가. 
▲ 대권을 준비하겠다. 의욕만으로 안 된다. 철학과 비전, 노선과 정책이 선명하게, 제대로 준비돼야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 

- 국민시대가 차기 대선의 전초기지가 된다면 싱크탱크의 역할은 물론, 대선 조직을 갖추는 등 세 확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시대의 활동 범위를 어디까지로 생각하고 있나. 
▲ 세 확장보다는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 국민과 교감할 수 있는 담론과 정책을 주도하면 세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세는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민의를 수렴하고 활발한 토론을 거쳐 내용을 충실하게 하면 세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 국민시대에 일반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나.
▲ 우선 싱크탱크로 학자와 전문가가 중심이 돼 움직일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참여 가능성은 열어두겠다.  

- 대권 도전 중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권’이라는 산에 오르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이며, 가장 넘기 힘든 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결국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 인정을 받는 게 우선이다. 특정 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 잠재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게 돼야 신뢰를 쌓고 조직을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잠재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게 1차 관문이다.

- 대선에서의 관문을 따진다면 1차 관문으로 당내 경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 아직 먼 이야기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논의는 내년 총선 이후 진행되지 않겠나.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정치뿐 아니라 모든 사이클이 빨라졌다. 1년 걸려 할 일이 1주일이면 가능해졌다. 대선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으니 짧다면 짧다. 하지만 철학·비전·노선·정책이 잘 준비돼 있으면 시간적인 제약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좁게는 민주당, 넓게는 민주개혁 진영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누가 나서느냐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야권 통합은 ‘필수’
6·2 지방선거로 학습

-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대통합’이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 입버릇처럼 ‘통합이 최선이고 연대가 차선이며 분열은 최악이다’라고 말해왔다. 연대를 통해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는 정권교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 ‘판 커진’ 4월 재보선이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차기 총선·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연대’가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일여다야의 상황에서 통합과 연대, 단일화는 필요조건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4월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총선에서 승리해야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진다. 통합과 연대가 절실하다.

- 야권 통합과 연대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 민주당을 비롯해 진보개혁 진영의 정당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크게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정당들은 당리당략에 집중한다. 어느 한쪽의 양보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얘기가 아닐까 싶은데….
▲ (민주개혁 진영에는) 6·2 지방선거 학습효과가 생겼다. 연대를 통해 파이를 키우면 돌아오지 않았던 몫이 돌아온다는 것을 배웠다. 

-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을 오랫동안 맡았었다.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2년만에 민주당을 30%대 지지율을 갖춘 경쟁력 있는 야당으로 바꿨다”고 했는데 아직도 민주당이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국민들로부터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정당 지지도가 높아지고 민주개혁 진영의 정권교체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과거에 비해 한 단계 레벨업 됐다. 민심도 이명박 정권에게서 이반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니만큼 신뢰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 ‘뉴 민주당 플랜’과 ‘스타 프로젝트’, ‘생활정치’로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안다. 이들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으며,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나.
▲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책무가 있다. 당 대표 시절 책무는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민주개혁 진영에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뉴 민주당 플랜과 생활정치는 6·2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싸우면서 민생을 챙겼다. 그럼에도 (생활정치는) 미완에 그쳤다. 민생이 여전히 어렵고, 생활정치는 크게 빛을 발했다고 보기 힘들다.
뉴 민주당 플랜은 중·장기적으로 총선에 시선을 뒀다. 민주당이 정책연대를 하고 정책정당으로 신뢰받는데 기여했다.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1번 공약으로 내거는 등 역할을 했다.
스타 프로젝트는 정권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당 대표를 하는 동안 본격적으로 가동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배출한 것은 큰 자랑이다. 당에 손학규·정동영·김근태·송영길·안희정·김두관 등 스타 프로젝트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당의 유력 정치인이 자리하고 있다. 스타 프로젝트의 밑그림은 만들어졌다. 지금부터 스타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선별+보편적 복지
공동체적 복지로 가야

- 정 최고위원도 스타 프로젝트의 일원이 아닌가.
▲ 국민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합의했다. 늦어도 대선 1년 전 대선을 치를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다. 이때 다시 한 번 민주당을 맡을 기회가 온다면 당권에 도전할 의향은 있나.
▲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권에 ‘복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생각하는 복지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 3, 4년 전 ‘질 좋은 성장과 희망한국’이라는 책을 통해 공동체적 복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복지 수준의 강화가 필요하며, 이에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때는 주목을 못 받았다. 복지에 관심이 없을 때였으니까. 지금 읽으면 ‘정세균이라는 정치인이 이런 고심을 했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적 복지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아우르는 것이다. 복지는 국가가 취약한 국민에게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이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고, ‘복지는 국민의 권리’ ‘사회적인 기본권’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대부분 복지만 떼어 놓고 말하는데 복지에 산업·노동·교육·재정·정책을 다 연계시켜야 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3+1에 일자리와 주거복지를 더해 5+1이 돼야 한다.  
  
민주당 3+1 복지 넘어 5+1 공동체적 복지로 가야
MB정권 가장 큰 실정은 민주주의·남북관계 후퇴

- 복지를 두고 당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복지 재원마련 방안과 관련,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전 대표는 “돈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관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둘 다 한쪽에 치우쳐 있다. 돈을 벌어 놓고 어디다 쓸까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상황이고 국가재정은 쓸 데가 있으니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즉, 복지를 어느 수준까지 채택할 것인가가 먼저다.
부자감세가 우선이다. 그것을 가지고 당장 재정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국민 부담을 늘린다고 해도 국민들이 복지를 향유하게 하는 것이 먼저다. 국민들이 사회 통합,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가 필요하다고 느껴야 하고 세 부담을 통해 국민 부담을 늘리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 돈부터 내라고 하면 어떤 혜택을 줄지 불안한 상황에서 선뜻 돈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책 자체가 실종될 여지가 높아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에는 콘텐츠가 없다. 지금까지 나오는 얘기만 보면 싹수가 노랗다. ‘복지를 늘리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훈’이라고 하는데 지금 그런 차원이 아니다. 양극화가 심화돼 이를 치유해야 하고, 중산층, 서민 민생이 어려워져 복지가 절실하니 복지국가로 가려 하는 것이다. 유훈 때문에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주장한 줄푸세와 복지는 양립하기 어렵다. 우선 줄푸세를 포기할 거냐는 점을 밝혀야 한다. 박 전 대표는 부자감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 표결을 보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데 복지에 찬동하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답하는 게 우선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포장, 생각만 얘기했을 뿐 실질적으로 어떤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게 없다.

-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 지난 대선에서도 박 전 대표의 인기가 상당했다. 지금 여론조사는 인기투표다. 실제로 국민들이 대선에서 투표할 때는 매우 신중해진다. 하나하나 뜯어보고 결정한다. 지금 지지율은 인기, 인지도에 관계된 게 많다. 

-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권력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합당하다고 보나.
▲ 개헌은 17대 말부터 해온 얘기다.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개헌 논의에 진정성이 있나. ‘물 건너갔다’ ‘안 된다’는데 계속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딴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이렇게 개헌하자’고 해야 하는데 ‘어떻게’는 없고 개헌하자고만 한다. 개헌은 정당 간 밀실야합이 아니라 국민적 동의를 얻어서 해야 할 일이다. 한나라당 개헌안을 내놔라. 안을 내놓고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사실 개헌은 서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민생 경제에 관심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며 출범했으나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산자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한 대표적인 경제통 국회의원인데, 현 정부가 출범한 후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서 문제점을 꼽는다면.
▲ 문제가 너무 많다. 고환율 정책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전 세계적으로 돈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었으나 적절한 시점에서 출구 전략을 써야 했는데 선거를 의식하다 시기를 놓쳤다. 또한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만은 잘하겠지’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허망해졌고 민심은 이반하고 있다.
정직하게 자영업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시장에 맡겨두는 환율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적 서비스를 확충해 사회적 기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렇듯 할 일이 많은데 그런 건 안하고 개헌이니 공안정치를 하기만 했다.

개헌하자는 여당
“혹시 속으론 딴생각?”
 
- 국회 국방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이명박 정권의 실정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주주의의 후퇴와 남북관계의 파열이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애써 만든 최소한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신뢰가 땅에 떨어졌으니 지금이 남북관계의 가장 큰 위기다.
만나서 대화하고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역사에 큰 죄를 지은 것이다.  
 
- 18대 국회 들어 신사에서 투사, 다시 정책전문가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중 어떤 모습이 가장 ‘정세균답다’고 생각하나.
▲ 정세균이라고 하는 사람이 ‘정상적인 리더십으로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진보개혁 진영의 통합만큼 국민통합이 중요하다. 진보와 보수의 편 가르기가 갈등을 유발했고 골은 더욱 깊어졌다. 조화와 통합, 화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사, 투사, 정책 전문가의 면모를 그때그때 적절히 잘 구사하겠다.

정리= 장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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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