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그만’ 수입 트럭의 배신

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하루 반납?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국내 중대형 트럭 시장서 수입 상용차가 잘 나가고 있다. 수입차 승용 부문보다 빠른 속도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쌓이는 상황. 배신감마저 든다고 한다. 어찌된 일일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 등록된 4.5톤 이상 중대형 트럭은 총 1959대로 나타났다.

국산 7733대
수입 3226대

현대차와 타타대우 등 국산차가 7733, 볼보··다임러·스카니아 등 수입차가 3226대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차 시장점유율이 70.6%로 여전히 앞서 있지만, 수입 트럭은 역대 최고 수준인 29.4%를 기록했다. 수입 트럭은 올 연말까지 처음으로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급성장한 수입 트럭 = 5년 전인 2011년 수입 중대형 트럭의 시장 점유율은 11.5%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5년엔 26.7%를 기록하며 4년 만에 15.2% 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수입 승용차는 이 기간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6.7%에서 13.3%6.6% 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던 것을 감안할 때 수입 중대형 트럭이 얼마나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수입 중대형 트럭 시장점유율 매년 성장
서비스 네트워크 부족…정비도 오래 걸려

대형 트럭시장, 그 중에서도 볼보의 인기가 매섭다. 볼보는 2011년 중대형 트럭 1135대를 판매했지만, 지난해엔 이보다 53.8% 증가한 1746대를 팔았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000대 넘게 판매해 연말까지 2000대 판매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A/S센터 = 국내 중대형 트럭 시장서 수입 상용차가 잘 나가고 있다. 수입차 승용 부문보다 빠른 속도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쌓이는 상황. 배신감마저 든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족한 서비스 네트워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 중대형 트럭 업체 중 판매 1위인 볼보의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는 고작 27개에 불과하다. 이어 스카니아는 19, 벤츠는 17, 만은 16개뿐이다.

반면 현대차는 166개의 중대형 트럭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여기엔 고난이도 차량 수리를 위한 상용 하이테크센터 7개소도 포함돼 있다. 타타대우 역시 69개로 수입차보다 훨씬 많다.

지나친 정비 시간 = 물류 유통 창고가 집중돼 있는 경인권, 충청권은 더하다. 이들 지역 수입 트럭 회사들의 정비망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 이 지역을 자주 다니는 수입 트럭 차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특히 경정비 외 엔진, 변속기 등 주요 부품 정비가 필요할 경우 직영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영 센터는 업체별로 전국에 34개밖에 없어 정비 소요기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트럭 소유주에게 돌아간다. ‘팔면 그만이란 수입 트럭들의 태도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화물 차주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경우가 많다.

너무 비싼 부품비 = 문제는 또 있다. 너무 비싼 부품비도 도마에 올랐다. 상용차는 하중이 수십톤에 이르고 장거리 주행이나 험로 주행이 많은 특성상 고장이나 부품 교환이 잦다. 부품 교체 비용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수입 화물트럭 소유주에게는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잦은 부품 교환
바꿀 때마다 헉

실제 수입 대형 트랙터 차주인 A씨는 실수로 가드레일에 충돌, 앞범퍼 우측부분과 조수석 도어 하단이 파손되는 사고를 냈다. 엔진부위가 사고 난 것도 아니고 파손 부위도 심각하지 않아 수리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A씨는 B사 정비센터의 정비 견적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50여개의 부품 값만 1600만원인데다가 공임은 1500만원으로 총 수리비가 3100만원이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중대형 트럭 차주들과 마찬가지로 비싼 보험료 때문에 자차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A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리비를 부담했다.

소유주 막대한 부담 작용
자영업자 생계 위협 지적

그렇다면 국산차였다면 어땠을까. 국산 대형트럭 서비스센터에 따르면 A씨가 소유한 수입 트럭과 동급인 국산 대형트럭의 수리비는 부품비 약 400만원, 공임 약 800만원 등 총 1200만원이면 가능했다.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유지비용도 비싸 = 오일류, 필터 교환 등 일반적 유지비용도 수입 중대형 트럭이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차인 현대차 엑시언트의 경우 엔진오일(필터 포함), 에어클리너 엘리먼트, 연료필터를 동시에 교체하는 데 약 43만원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일 작업 시 수입차 업체는 약 70만원(볼보), 72만원(스카니아), 82만원()의 가격이 발생하는 등 국산차 보다 최대 2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난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대형 화물차 소유주들은 수입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AS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근 들어 수입 트럭 업체들이 서비스센터를 늘리면서 고객 불만을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제자리 걸음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판매와 맞먹는 리콜 = 수입 대형 트럭은 판매대수와 리콜 대수가 맞먹는다. 올해 상반기 수입 대형 트럭은 총 3050대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조치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1월 스카니아 카고트럭이 스프링 브레이크 챔버 불량을 4대를 리콜한 것을 시작으로, 2월 볼보트럭 FH 트랙터/카고트럭 415대가 사인보드 광도 문제로 리콜한 바 있고, 이어 7월에는 벤츠 아록스 덤프트럭 128대가 배기장치 문제로 리콜했다.

올 상반기 수입 대형 트럭 리콜 대수(3050)는 상반기 판매 대수인 3226대 수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올 상반기 중 국산 중대형 상용차 리콜대수는 지난 7월 타타대우 프리마 19t 카고 트럭이 주간 주행등 광도 기준 미달로 55대가 리콜 된 것이 전부다. 현대차는 리콜 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만약 리콜 조치됐다면 차주는 하루를 시간 내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트럭 차주들에겐 이 자체가 굉장히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3226대 판매

3050대 리콜

업계 관계자는 부분의 상용차 차주들이 하루 일당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리콜 조치를 위해 하루 동안 차를 정비소에 맡기면 결국 일당을 손해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게다가 A/S센터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먼 거리를 가야 하는 차주로선 더더욱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자동차 상용차 유럽 공략
자동차 본고장서 쌩쌩

현대자동차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독일 니더작센주 하노버에서 열린 ‘2016 하노버 모터쇼’에 콘셉트카 1대와 양산차 5대를 출품하면서 유럽 상용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현대차는 총 550m²(약 166평)의 전시장을 마련하고 ▲H350(국내명 쏠라티)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수소전기차) 모형(Mock-Up) 1대 ▲H350 2대 ▲마이티 1대 ▲H-1(국내명 스타렉스) 1대 ▲엑시언트 1대 등 6개 차종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2014 하노버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H350의 카고밴(화물차)과 트럭 등 특장 모델을 공개해 유럽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번 모터쇼를 통해 기존 H350에 수소전기차 시스템을 더한 콘셉트카 H350 FCEV를 선보여 상용차 부분에 대한 친환경 기술 개발 의지를 보였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28년간 기술 노하우를 쌓은 중형 트럭 마이티를 유럽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해 모터쇼에 참석한 관람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차는 소형상용차에서 대형 트럭까지 상용차 풀라인업(Full Line-Up)을 갖추고 130여개국에 상용차를 수출하고 있다. 향후 유럽시장 판매망과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신시장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계획이다.

2016 독일 하노버 모터쇼 참가
콘셉트카 1대 양산차 5대 출품

현대차 상용사업담당 한성권 사장은 “현대차는 소형상용차를 비롯해 버스와 트럭까지 다양한 상용 라인업을 갖추었다”며 “현대자동차가 승용에 이어 상용 부문에서도 글로벌 톱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 무공해 ‘H350 FCEV 콘셉트카’ = 이번 하노버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H350 FCEV 콘셉트카는 완전 무공해 차량으로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고효율 연료전지 시스템과 구동계를 탑재했다. 24kW급 (0.95kWh) 고효율 리튬이온폴리머배터리를 장착했다. 약 100kW의 강력한 구동 모터를 활용해 약 150km/h(연구소 자체 측정치)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총 175ℓ 대용량 연료탱크가 적용돼 최대 420km(연구소 자체 측정치)를 주행 할 수 있어, 실용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중형트럭의 자존심 ‘마이티’ =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상용차의 실용성 그리고 세단 수준의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마이티는 올해로 출시된 지 28년을 맞는 현대자동차의 대표 중형 트럭이다. 최고출력 170마력(ps), 최대토크 62.0kg·m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자랑하는 F엔진이 적용됐으며 운전자의 거주 공간 및 편의성 극대화,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사양과 내구성, 향상된 연비 효율 등을 특징으로 한다. 제동성능이 탁월한 4휠 디스크브레이크를 적용하는 한편 언덕길 발진보조장치(EHS), 차선이탈경보장치(LDWS),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등 각종 첨단 안전 사양을 적용해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기사 속 기사> 'KB금융-현대증권' 주식교환 시너지

KB금융그룹은 지난 8월 개최된 이사회를 통해 현대증권과의 주식교환 및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방안을 결의했다. 이번 주식교환으로 주주가치의 극대화는 물론 책임경영 강화, 신속한 경영의사 결정을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 및 그룹 내 기타 자회사와의 시너지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환 비율 산정 = 주식 교환비율은 두 회사 모두 주권상장법인으로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교환가액을 선정, 기준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81일을 기산일로 한 최근 1개월간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 1주일간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산정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후 추가 지분 매입 전망 의견이 많았으나,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은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인 관계로 합병비율 관점에서 현대증권 주주에게 불리한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현대증권 소액주주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상장사인 KB금융과의 주식교환을 통해 오랜 기간 시장에서 형성돼 온 시장가격에 기반해 교환비율을 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주주 이익 극대화 =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식교환에 대해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을 나름대로 배려한 결정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실적발표 기준 trailing PBR은 당사 기준으로는 현대증권 0.49, KB금융 0.52배로 주식교환 후 이익의 가시성 제고, 배당투자여력의 증대, 경영진 및 편입그룹 쇄신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차이가 없거나 되려 KB금융 주주에게 소폭 불리할 수 있다주식교환에 반대할 현대증권 주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주주의 입장에서도 KB금융과 현대증권 간 시너지로 인한 이익을 KB금융 주주로서 향유하는 것이 가장 이로운 결과일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증권이나 KB금융의 주주 등 제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조속하게 완전자회사로 가는 방법인 주식교환을 선택하면서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을 이끌어 냈으며, 특히 상당히 분산되어 있는 현대증권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분석이다.

자사주 매입 배경 = 이번 결정은 현대증권 주주들에게도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교환비율에 따른 주식교환과 함께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주식교환에 따른 KB금융의 신주 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분 희석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진행 예정인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일정 부분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주식교환 및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양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대되는 시너지 = KB금융지주는 통합 전 ‘Quick Win’과제 선정을 통해 현대증권 인수를 통한 그룹 내 다양한 시너지 극대화 노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WM부문 Quick-Win 과제로, 71일부터 은행 창구에서 발급 시작된 증권연계계좌가 불과 1개월 만에 약 67500구좌가 개설됐으며, ELS/DLS 등 상품판매 활성화, 증권 창구를 통한 방카슈랑스, 신용카드 상품 판매 준비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CIB 시너지 부문에서는 CIB 소개·공동영업 활성화를 비롯한 다양한 과제를 발굴 모니터링 중이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그룹 간 상품 개발과 채널 플랫폼의 유기적 결합으로 KB금융그룹만의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더욱 활발히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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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