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반풍’ 잠재울 비책

반기문 잡아야 대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조기 등판할 뜻을 내비치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반기문 대세론’과 ‘문재인 대세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대선을 1년여 남기고 문 전 대표의 ‘반풍’ 잠재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유엔본부서 정세균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만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는 대로 내년 1월 중순 이전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치권에선 임기를 마치고 미국서 1~2개월 머문 뒤 내년 3월 쯤 귀국할 것으로 점쳤지만 반 총장이 조기 귀국을 천명함에 따라 대선레이스가 조기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충청권을 대표하는 김종필 전 총리가 반 총장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혀 그의 차기 행보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기문 견제
이해찬 카드

반 총장이 대권행보에 가속도를 붙임에 따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도 더 이상 ‘문재인 대세론’에 기대기만은 어려운 모양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친문 진영의 전폭적 지지로 당대표에 오른 더민주 추미애 대표를 등에 업고 명실공히 더민주 유력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더민주 잠룡들이 ‘문재인 대세론’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야권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공고한 상황이다.

야권의 내부 분위기와는 달리 반 총장의 존재감은 문 전 대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처음 여권의 대선주자로 언급된 반 총장은 단숨에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앞지르며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반 총장과 문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지만 반 총장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여당 내 반 총장을 견제할 인물이 없다는 것도 문 전 대표에게는 악재다. 친박 세력의 지지세를 업고 있는 반 총장에게는 4·13총선과 8·9전대를 거치면서 세가 잔뜩 위축된 비박계의 견제구도 통하지 않고 있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 추대론까지 언급돼 현 시점에는 ‘문제인 대세론’과 ‘반기문 대세론’이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다. 더민주 내에서 언급되는 대권 잠룡들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문 전 대표의 앞길을 어둡게 만든다.

야권 충청대망론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 4선의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문재인 대세론’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문 전 대표를 노리고 있다. 이처럼 문 전 대표의 불안한 대권행보가 이어지는 와중에 최근 이해찬 의원의 복당은 내년 대선 흐름을 바꿔놓을 상수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더민주 복당이 반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문 전 대표의 히든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과 반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장관과 총리로 2년 가까이 국정운영을 함께하며 밀월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장례식에 반 총장은 오지 않았고, 같은 해 7월 제주는 방문했지만 김해 봉하마을은 들르지 않아 친노계로부터 빈축을 샀다. 반 총장은 2011년 12월이 돼서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이미 친노계와 관계는 틀어져버린 상황.

문 '굳히기' vs 반 '뒤집기' 빅뱅 예고
친노좌장 이해찬 영입…저격수 등장?

불협화음이 계속되던 중 지난 6월 반 총장과 이 의원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서 만날 예정으로 알려져 국내 정치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이 “면담의 성격이 변질됐다”는 이유를 들어 일정을 급작스레 취소해버렸다.


당시 이 의원은 회동에 앞서 한 언론을 통해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상 안맞는다”며 “정치를 오래했지만, 외교관은 정치에 탤런트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외교관 역량이 정치인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들어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과 만남이 무산된 데 대해 당시 반 총장은 “만남을 기대했는데, 만나지 못해 서운하다”며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만나뵙겠다”고 속내를 숨겼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더민주 합류가 친노계의 분화로 이어져 문 전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반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인 이 의원이 ‘반풍’을 차단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여러 가지 해석에 대해 함구한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무위 의결 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면서도 "야권승리를 위해 저를 도왔다는 이유로 징계당한 (지역구내)핵심당원들에 대한 복권, 복당도 함께 돼야 진정한 통합이 될 수 있다"고 밝혀 복당 후 역할론과는 거리를 뒀다.

문 전 대표는 이 의원의 복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문 전 대표가 친노계파 프레임을 극복하고 이반된 호남민심을 되찾게 하기 위해 일부러 거리두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야권통합 올인
‘반풍’ 힘 빼기

문 전 대표 측에선 반풍을 잠재우기 위해 야권대통합을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1일 문 전 대표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일화를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의 생각이야 다를 수 있지만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제는 정권이 바뀌어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희망을 주는 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국민들의 간절함을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다 보면 통합이든 단일화든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야권통합을 강조했다.

최근 더민주와 민주당의 합당은 야권통합 신호탄 성격이 짙다. 지난 18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원외 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양당 통합을 선언했다. 추 대표는 야권이 분열된 점을 들어 “우리는 2003년 큰 분열을 겪었고 올해도 분열을 겪었다”면서 “민주 개혁세력이 더 큰 통합을 위해 함께 품어야 한다. 분열로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합 결정에 대해 “저 혼자 추진한 게 아니라 문 전 대표와 여러 분들의 고견을 듣고 추진한 것이라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해 이번 통합이 추 대표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님을 강조함과 동시에 문 전 대표의 의중이 담겨 있음을 시사했다. 문 전 대표의 야권통합 의지에는 호남민심 회복에 대한 바람이 담겨있다.

지난 총선서 더민주는 전남지역에서 단 1석도 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더민주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을 박차고 나간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해 문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린 호남민심을 본인에게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호남의 지지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서 문 전 대표는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야권통합 카드를 꺼냈다. 최근 호남 민심은 요동치면서 반대급부로 반 총장에게 향하는 모습이다.
 

지난 21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호남(광주·전라) 지지율은 반 총장 20.7%, 안 전 대표 14.1%, 문 전 대표 13.2%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호남에서도) 반기문 총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더민주가 호남에서 3석밖에 없는 이유가 문재인 대표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호남에선 아직도 문재인을 끌어안을 만큼 마음이 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호남 민심이 이반된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야권대통합은 호남 민심 회복, 세 불리기, 반기문 견제라는 세 가지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야권대통합이라는 대전제에 불참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문 전 대표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단일 후보로 내세운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돼 있다면 이는 문 전 대표에게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안 전 대표와 동일 지지층에서 표 분산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민주당 합당, 이해찬 의원 복당은 문 전 대표의 야권 대통합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싱크탱크 대결
승부수 띄운다

반 총장의 내년 1월 귀국에 맞춰 외교부 고위직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반기문 재단’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를 하면서 설립한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다. 설립 목적은 평화 정착과 한국 재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선 캠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도 오는 11월10일 전국조직 창립을 예고했다. 김성회 반딧불이 회장은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전국 조직인 ‘반기문을 사랑하는 사람들 반딧불이’를 11월10일 창립할 계획”이라며 “그 이전에 지부·준비위원회 결성식을 열겠다”고 말했다.


전국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의 지역에 지부와 준비위를 조직할 것으로 알려진다. ‘반딧불이’ 회원은 전국적으로 3000명에 달해 반 총장의 최대 약점으로 평가받는 조직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미 친박계 인사들이 지원하고 있다는 말이 정가에 돌 정도로 세를 불리고 있다.

최근 문 전 대표도 추석 연휴를 지나 싱크탱크 구성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대권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반 총장의 행보와 보폭 맞추기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문 전 대표 측 더민주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각계 정책 전문가들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놓고 토론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싱크탱크 구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지난 7월부터 외교·안보, 경제, 정보기술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공부 모임을 가져왔다.

싱크탱크 대결 국면…제2의 담쟁이포럼 등장?
친박 지원 뒷말 무성…“혹독한 검증 거쳐야”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문 전 대표의 외곽 지원 조직인 ‘담쟁이포럼’이 실질적 싱크탱크 역할을 했었다. 이번에는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싱크탱크와 대선 외곽 조직을 별도로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리가 귀국하는 내년 1월 이후부터는 두 대선주자들은 싱크탱크를 통한 정책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다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반 총장은 내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과 신상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반 총장은 2004년 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외교부장관으로 2년간 활동했다. 당시에도 인사청문회 제도는 있었지만 장관은 청문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정치권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등장하면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이 지역구인 더민주 박병석 의원은 지난 19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선 예비주자 중에서 반 총장은 유일하게 현실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다”며 “앞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혹독한 검증을 잘 돌파할 수 있으실지 하는 것은 과제”라고 지적키도 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서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고 야권 단일후보로 거듭난 경험이 있다. 아울러 문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반 총장을 겨냥한 발언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대선정국이 열리면 반 총장을 향한 거친 말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혹독한 검증
“뒷심 약하다”

현재 야권에선 매섭게 불고 있는 ‘반풍’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곳곳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친노계 전해철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선후보는 정당이 중심이 돼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선출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뒷심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정당정치가 체화되지 않고 정당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후보는 성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에서 바람직하다 않다”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대선 시나리오
반기문-안철수 연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종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간 연대론이 부각되고 있다. 야권 전략통으로 불리는 더민주 민병두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3파전이 전개될 경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반기문-안철수 연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나리오는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최종 대선후보로 결정돼 지지율상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제에 있다. 안 전 대표는 이 연대론에 대해 지난 22일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집권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말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 내 일부는 이 연대론 가능성을 열어놨다.

3파전 전개시 연합 가능성
여권 “현실성 없다” 일축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안 전 대표의 ‘여권주자설’에 대해 “여권의 분화나 개헌을 통해 새 구도가 제시되면 그때 가서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도 나홀로 주장은 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이 연대론에 비관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며 “반 총장이 ‘자연인’이 됐을 때 여당 내 비박과 야당의 집중포화, 언론검증을 넘어 대선후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자체에 회의적”이라고 언론을 통해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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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