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4년차> 격변의 청와대 권력지도

대통령 막후서 나라 쥐락펴락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왕실장’으로 불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청와대의 권력지도에 변화가 생겼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은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면서 정국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문고리 삼인방은 현재까지 청와대 실세로서 암약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정권 말 청와대의 권력지도를 분석했다.

청와대엔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인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이 존재한다. 비서실은 대통령비서실장과 차관급인 10명의 수석비서관으로 구성되고, 대통령비서실장 아래 총무비서관, 부속비서관, 의전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이 있다. 현재 청와대 실세라고 불리는 우병우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 등은 대통령비서실 내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2016 청와대’
우병우 천하

우병우 민정수석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처음 청와대에 발을 들였다. 상부와의 충돌을 빚으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2014년 11월 정윤회씨 등 현 정권의 ‘비선 실세’들이 국정을 좌지우지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윤회 문건’이 불거졌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하자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은 사표를 던졌다.

김 수석은 당시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이유로 물러났지만, 정치권에서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김 수석을 건너뛰고 김기춘 실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상의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를 나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파동 당시 청와대는 비선실세로 불린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찌라시 수준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이에 검찰은 유출에 연루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고 문건 내용은 허구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후 우 수석은 지난해 1월 민정수석에 자리에 올랐다. 그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문건 유출 파동을 깔끔히 마무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했다.


민정수석실이 현재 권력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당초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맡았던 인사 검증과 공직자 감찰 등의 업무가 민정비서관실로 이관되면서 이번 개각 때 발탁된 조윤선·김재수 장관등도 우 수석의 손을 거쳤다.

우 수석의 힘이 가장 많이 뻗친 곳은 사정라인이다. 검찰은 우병우 사단이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국내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원 2차장도 우병우의 사람으로 채워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우 수석은 정보를 모으고 만질 줄 안다.

검찰뿐이 아니라 국정원·경찰 등 각종 정보가 나오는 라인에 자기 사람이 있다. 우 수석과 관련해 차적 조회를 한 경찰과 기자가 입건됐는데, 경찰 내 우병우 라인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정권초 ‘왕실장’ 득세
지금은 ‘왕수석’ 천하

우 수석의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한 언론사 기자와의 대화에서 “감찰이 개시한다고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대통령께 잘 좀 말씀드리라’고 하면서 ‘이거(우 수석 사퇴 문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했더니 한숨만 푹푹 쉬더라”고 말했다. 이 전 감찰관의 대화 내용을 통해 비서실장도 우 수석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요직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은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미 언론과 여야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해서 의혹만 가지고는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검증에 나선 것을 언론에 공표하자 청와대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몰아가며 우 수석을 또 한번 지켰다. 우 수석은 박근혜정권에서 일했던 민정수석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일하고 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5개월을 채우지 못했고 홍경식 전 수석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우 수석의 전임인 김영한 민정수석도 7개월만 채웠을 뿐이다.


김기춘-정윤회↓
문고리 권력 ↑

박근혜정권 초기 최고 실세로는 ‘왕실장’ ‘기춘대원군’의 별명을 가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꼽혔다. 그는 유신헌법 제정 참여와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 출신으로 장학회 모임 ‘삼청회’ 회장을 역임했다. 박 대통령의 원로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의 멤버로 몸담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의 권력을 보여주는 일례도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두고 박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는데 김 실장이 이를 거절했다는 것. 이는 장관도 비서실장의 허락을 받아야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국민일보>는 이 보도를 뒤집었지만 국민일보 노조는 “사실에 진 게 아니라 청와대와 김기춘의 압력에 졌다”고 비판했다. 이후 정치권의 거센 비판 속에서도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의 신임 속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지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왕실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정치평론가 “김 실장이 좋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려 했을지 몰라도 결국 문고리 3인방을 김 실장이 제압하지 못한, 암묵적인 평형만 유지한 모양새로 물러나게 됐다”며 “비서실장 인선으로 청와대 기류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재임 당시 ‘정윤회 문건’의 주인공인 정윤회씨는 비선실세로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부터 보좌진으로 활약한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인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문건 내용을 보면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 등 10인이 매달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모임을 가지며 국정 운영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비선 실세로 의심받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정씨가 승마선수인 정씨의 딸이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에서 최종전에서 탈락하자 정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 수사가 이뤄졌고, 판정도 번복됐다. 2016년에는 정씨의 국정 개입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과 정치적 생명을 함께해온 ‘문고리 3인방’ 권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비서실의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은 박근혜정권의 핵심 권력으로 불린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보좌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8년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재만 비서관은 박 대통령 의원시절 당대표 업무를 포함해 전박적인 정책 문제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호성 비서관은 정무, 메시지 관리를 맡았고, 안봉근 비서관은 일정을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한 주간지의 ‘여권 권력지도’ 정치부 기자 ·정치평론가 1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고리 3인방은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이정현 당대표에 이어 이재만 3위, 정호성 5위, 안봉근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은 ‘만만회’(이재만, 박지만, 정윤회)의 일원으로 거론될 만큼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 측근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박근혜정권에서는 유독 장관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정가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만기친람(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형 국정 운영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의 역할이 커질수록 참모진의 구실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부처 당국자는 “상가에 조화를 보내는 것조차 대통령의 결재를 받을 정도라면, 제아무리 뱃심 좋은 장관이라도 독자적으로 뭔가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관심 방향에 정통한 측근 보좌진과 상시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장관들에게 중요해진 이유”라고 밝혔다. 또한 문고리 3인방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점 이외에 실질적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정부 각 부처에서 청와대에 제출하는 정책 보고서가 대부분 정호성 비서관이 담당하는 부속비서관실에 전달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 외곽 자문그룹이나 외부조직의 비공식 의견도 같은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듯 대통령과 연결되는 보고와 지침이 오르내리는 곳에 이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문고리 권력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집권 후반 뜬
안종범·김재원

중요한 점은 제출 시점에 따라 기계적으로 집무실이나 관저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선후와 비중을 판단해 순서를 정하는 임무가 바로 ‘문고리’의 핵심 기능이라는 점이다.

청와대 한 전직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주제의 경우 단일 사안이라 해도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시강의 보고서가 올라온다. 경합하는 의견을 대통령 본인이 모두 숙지해 판단을 내리는 정부는 없다”며 “참모진이 일차적으로 이를 종합해 쟁점을 정리하기 마련이다. 이 대목에서 보좌진의 정책적 견해나 관점이 부지불식간에 반영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고 말했다.

박 터지는 실세 경쟁 ‘누군가 보니…’
힘 빠진 비서실장…신흥 권력들 등장

관계자의 발언과 같이 보좌진의 견해나 관점이 우리나라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면 이는 보좌진에게 강력한 권력이 부여되는 것과 같다.


문고리 3인방 이외에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떠오르는 청와대 실세로 평가받는다. 정책조정수석은 청와대 내 10개 수석비서관직 가운데 서열 1순위로 정무와 경제, 고용 노동 등 국정 전반을 조율하는 사령탑이다. 2014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제수석이었던 안 수석이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한 것은 수평 이동이 아닌 사실상 '영전'으로 평가받는다.
 

박근혜정권서 2개 이상의 비서실을 담당했던 사람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유일했다. 이정현 대표는 정권초기 정무수석비서관에 발탁된 뒤 3개월 만에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1년 동안 청와대 언론·미디어 부분을 담당하면서 친박 핵심으로 불렸다.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는 청와대 실세자리로 꼽힌다. 이정현 대표에 이어 박준우, 조윤선, 현기환에 이르기 까지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정무수석을 맡았다.

지난 6월 정무수석으로 발탁된 김재원 정무수석도 떠오르는 청와대 실세 중 한 명이다. 박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도전했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캠프 기획단장·대변인을 역임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현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 정부특보로 중용된 바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김 정무수석 임명 관련 브리핑에서 “김 신임 비서관은 국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분으로 대통령 정부특보를 역임했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가교 역할을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실장 위에
수석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비서관이 수석 위, 수석이 실장 위’라는 세간의 시각은 실제 여부를 떠나 그것만으로도 비정상입니다. 국기 문란이 우려되는 국정 왜곡”이라며 “따로 역사 교훈을 운위할 것 없이 비극적 현상입니다. 박 대통령과 3인방 본인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는 새도 떨어뜨린’ 청와대 경호실장 계보

역대 청와대 경호실장은 군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이승만 대통령 이래 총 16명의 경호실장이 나왔다. 이중 12명은 군 출신, 2명 경찰, 2명 내부승진으로 발탁됐다.

현 정부의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박흥렬 경호실장도 군본부 인사기획처장·7사단장·3군단장·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군 장성 출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호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경호처를 경호실로 격상시키고 경호실장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끌어올려 실질적 권한도 강화했다.

직전 정권인 이명박정부는 장관급이던 경호실장을 경호처장으로 한 단계 낮추고 군 출신인 김인종 전 경호처장을 발탁했다. 후임으로는 경찰청장을 지낸 어청수 전 경호처장을 임명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에는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담당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3공화국을 출범시키면서 대통령 경호실을 별도로 창설했다. 이후 군사정권이 이어지던 노태우정부 때까지 경호실장은 모두 군 출신이 맡았다. 당시 경호실장들은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의 실세로 통했다. <훈>

 

<기사 속 기사> 청와대-조응천 선물 공방

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 선물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응천만 청와대 선물을 못받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놓고 “선물도 못받았는데 여러분들이 후원금 좀 보태주이소”라고 적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조 의원을 일부러 배제한 일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여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선물을 준비했는데 일부 배달이 늦어지면서 몇 분의 문의가 있었다”며 “그런데 조 의원이 마치 자신에게만 대통령 선물이 배달되지 않은 것처럼 공론화하는 것을 보고 차제에 선물을 보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에게 보내려던 박 대통령 추석선물은 같은 날 오전 배송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의원은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고 지난 4·13총선에서 야당 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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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