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손학규 로드맵

더민주에 남느냐 제3지대로 떠나느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 정계개편의 핵인 더불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 복귀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손 전 고문은 당적은 유지한 채 ‘제3지대’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안철수의 러닝메이트가 되기를 거부한 그는 앞으로 어떤 대권 플랜을 선보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이 당적을 유지한 채 정계 복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다. 손 전 고문 측근 인사는 “당적은 유지하기로 결정됐다”며 “정식 복귀 시점은 당초 9월로 구상됐으나 책 출간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10월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정계 개편 역할론

또 다른 손 전 고문 측 의원은 “손 전 대표가 탈당하면 정치적 데미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적은 유지할 것”이라며 “당의 외곽에 머물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통해 본인의 정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지난 6일, 손 전 고문의 한 측근 인사는 “복귀하더라도 두 야당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불과 이틀 사이에 ‘당적을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야권의 계속되는 구애 속에 손 전 고문이 복귀 방법과 시기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당적을 유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탈당을 통한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은 사라졌다. 당 외곽서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외연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제3지대가 형성돼 야권 대권 경쟁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27더민주 전대에는 문재인, 안희정, 박원순, 김부겸 등 잠룡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만나는 행보를 보여 일각에선 그가 국민의당을 통해 정계 복귀를 타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게다가 친문(친 문재인) 색채가 강한 추미애 의원이 더민주 당권을 잡으면서 손 전 고문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장 손 전 고문이 당적을 유지하기로 한 데에는 탈당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력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그로 인해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이 당적을 버리면 더민주 내 현역 의원들의 도움이 받기 어렵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로서는 세 결집이 필수적인데 현역의원들의 외면을 받고는 힘들다는 현실적 판단인 것이다.

최근에는 손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더민주 의원들과 총선 이후 몇 차례 모임을 갖고 향후 전략과 행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총선을 통해 손학규계 의원이나 경선 캠프를 도왔던 참모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10월로 예상된 정계 복귀 시점과 맞물려 손학규계 의원들의 활동이 손 전 고문 복귀초반 안정성과 정치력에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손 전 고문은 수차례 정계 복귀 신호를 보냈다. 그는 지난 2일 광주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문화마당’ 행사에 참여해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던지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전남 해남서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며 정계복귀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당적 유지 결정…복귀 시점은 한 달 뒤
‘다산강좌’로 첫 시동…책 출간 앞둬


이에 손 전 고문 측 인사는 “무너지는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며 “대권 도전 여부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여러 고민을 마친 손 전 고문이 추석 이후인 10월 중순을 복귀 시점으로 잡았다. 일각에선 김부겸, 안희정, 이재명 등 잠룡들이 전대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더 이상 목소리만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 만큼 그간의 칩거를 종료하면서 첫 공식적 행보로 평가받는 ‘다산강좌’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20일 전남 강진아트홀서 열리는 ‘다산강좌’에 강사로 연단에 서게 될 손 전 고문은 그간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후의 삶과 정계 복귀 구상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고문측 관계자는 “이제 중요한 것은 정계 복귀 후의 다음 단계인데 20일 다산강좌가 중요한 강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 출간도 앞두고 있는 손 전 고문은 줄곧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웠다. 이번에는 미래 비전과 구상을 담은 새 책의 탈고를 마친 상태다. 책 제목, 출간 시기를 두고 검토 중에 있다.

책과 관련해서 손 전 고문 관계자는“ 한번 움직인다고 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제 천천히 완급 조절을 해야 한다”며 “손 전 고문이 책 쓰시는 것도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최근 손 전 고문의 행보에 대해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우리 당의 평당원으로서 노력을 하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고 판단하시면 제3지대에 나가서 운동장을 넓히는 그런 차원의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손 전 고문이 추미애 대표와의 만남은 피한다고 지적하면서 “손 전 고문이 볼 때 더민주 내에서 본인의 공간이 굉장히 협소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면 자신의 정치적인 공간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호한 입장

손 전 대표 측 의원은 “제3지대는 거창하게 조성되는 것이 아니다. 손 전 대표가 당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당 바깥에 있는 것 그 자체가 제3지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정운찬 러브콜’ 왜?

국민의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일 국민의당이 주최한 행사에 특별강사로 강단에 올랐다. 정치권에 ‘제3지대론’과 ‘새판짜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 전 총리에 대한 구애가 본격화되고 있다.

게다가 손 전 고문이 더민주 당적을 유지한 채 정계 복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당은 정 전 고문이 외연확장의 마지막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같은 날 축사를 통해 “정 전 총리가 주창해온 동반성장과 국민의당의 공정성장은 함께하는 부분이 많다”며 “정 전 총리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전 총리는 “5~6년 전부터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임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며 “제가 국민의당을 가느냐 안 가느냐와는 정말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6일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한국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특강자로 나서는 등 최근 들어 활발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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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