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특별대담> 국민에게 친숙한 정세균 국회의장

“땀 흘리는 민생이 보람 있는 세상을 만들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올해도 어김없이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그간 국민들을 힘들게 했던 지난 일들을 털어낼 보석과도 같은 날이다. 이는 정치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가위를 목전에 두고 첫 정기국회를 시작하는 등 묵은 때 벗겨내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번 20대 국회는 ‘협치’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출범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세균 국회의장의 리더십이라는 중대 변수가 자리하고 있다.

“여야 3당은 과연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협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이는 국민들이 지난 4·13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내린 숙제이자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협치의 성공 여부는 정 의장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역할
어느 때보다 주목

정 의장의 리더십은 이미 한차례 시험대에 오른 바 있다. 첫 정기국회를 맞아 가진 개회사서 그가 ‘우병우’ ‘사드’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발언하자 새누리당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정현, 정진석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는가 하면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까지 제출하는 초강수를 뒀다.

자칫 국회가 시작부터 무너질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마지막 순간 정 의장이 새누리당에 손을 내밀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국회의장실서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의사일정 정상화에 합의한 뒤 정 의장은 기자들 앞에 서서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면 (의사일정을) 하루도 미룰 수 없어 내가 결단했다”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지난 5일 정 의장을 직접 만나 현 정치권의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국회의장으로 당선되신지 약 3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의장단과 위원장단이 선출되고, 원구성이 이루어졌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국회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개원식과 제헌절 경축식도 무사히 치러냈습니다. 또한 추경안이 통과됐고,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습니다. 앞으로도 여야 협치를 우선으로 정기국회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의장이 되신 후 여러 가지 파격적인 결정을 하셨습니다. 단적인 예로 국회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셨는데,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난 18, 19대 국회서도 직접고용이 논의됐으나 여러 사정으로 무산됐었습니다.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아직 이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직접 고용의지를 밝히게 된 것입니다. 현재 207명의 청소용역 근로자가 국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3년 단위로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데, 오는 12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회서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국회가 먼저 나서서 해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 또한 전문성과 능력 위주로 국회 사무처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셨습니다. 기업적 효율성을 공적인 영역에 반영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과거와 달리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적인 평가요소로 고려했습니다. 사무처 내부서도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과거 기업서 근무한 경험도 이러한 능력중심·성과중심 인사를 단행한 데 일정부분 기여했습니다.

공적 영역도 과거보다는 많이 효율화·체계화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추진력, 효율성, 유연성과 같은 민간 영역의 장점들을 지금보다 더욱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과거 민간기업 근무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입니다.

- 정계 입문 전 쌍용그룹 등에서 실물경제를 몸소 경험하셨습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성과를 평가해주신다면?
▲박근혜정부의 지난 3년 재정적자가 95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이명박정부 5년과 같은 수치이며, 참여정부의 9배에 달합니다. 국가부채뿐 아니라 가계부채, 청년 실업률 등 경제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민생을 위한 실질적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일하는 대통령, 국민을 우선시하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랍니다.

- 경제학적으로 ‘분수경제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낙수경제를 주장하는 여타 경제전문가 출신 인사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낙수 효과는 허상일 뿐, 경제 활성화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간 지속되어 온 대기업 위주의 성장주도형 경제정책은 우리 경제의 규모를 키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양극화 및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 아니겠습니까. 대기업 위주,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성장의 동력을 중산층과 서민에게서 찾는 경제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여소야대 정국 주목받는 포용적 리더십
직접 고용, 능력 인사…국회 개혁 앞장


- 사회적으로 국론분열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사드 배치’ ‘김영란법 시행’ 등 무수한 사안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감지되고 있는데요. 정치권에서 오히려 이러한 분열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3%가 “정치권이 국민통합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일반 국민 25%는 “여야의 정쟁 격화가 사회갈등을 악화시킨다”고 나옵니다. 이러한 여론을 정치권에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국론 분열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만 완화할 수 있습니다. 국회가 모든 현안에 대해 열어놓고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도록 의장이 직접 노력하겠습니다. 정부도 소통의 문을 열고 국회와의 대화·타협에 적극 임해주기를 부탁합니다.

- 일자리, 주택난으로 인한 N포 세대. 요즘 청년들은 갈수록 살기 힘들다며 입을 모읍니다. 의장님께서는 평소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주신다면?
▲현대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은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불평등 완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첫 관문이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요. 누구나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으며, 직접 고용을 통해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할 필요도 있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취직을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안정적 청년취업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히 공공기관부터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 국민들은 지난 19대 국회를 역대 최악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국민들로부터 달라졌다는 말을 듣기 위해 이번 국회는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국회의 신뢰를 회복시켜 국민과 국회를 가깝게 만들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국회의장의 책무입니다. 만약 정치권에 불필요한 특권이 있다면 단호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20대 국회는 ‘방탄 국회’라는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의장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활동 중입니다.

외부 인사들로만 구성하여 공정성을 담보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조만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의원들을 만나보니 불필요한 특권을 계속 가져가려는 분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전반에 대한 특권 내려놓기의 시작을 국회서 할 것이며 꼭 성공시킬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민생을 잘 챙기고, 개헌문제도 합리적으로 추진하여 4년 후 국민들께 ‘20대 국회는 달랐다’는 평가를 받도록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 국회가 거듭될수록 발의되는 법률안은 늘어나는 대신, 통과되는 수는 점점 줄어드는 형국입니다. 의원들이 법안의 질보단 양으로 승부한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그런 후배 의원들에게 선배 정치인으로서 한 말씀해주신다면?
▲과거보다 국회의원들이 훨씬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지적이 의원들에게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서 채찍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법안 발의 횟수, 회의 출석률 등과 같은 기계적·정량적 기준에 치우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로 인해 의원들이 내실적인 부분을 다소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은 법안발의 횟수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의정활동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회의원 활동에 관해 정성적인 면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성과지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국회의 또 다른 화두가 ‘개헌’입니다. 필요성에 공감을 하시는 입장이신가요?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공감대 및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입니다. 현행 헌법은 지난 30년간의 우리 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감당하지 못한 철지난 옷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재와 미래 대한민국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현행 헌법에 규정된 권력 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기형적 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므로 어떠한 방식이든 이를 분산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헌 논의는 위와 같은 권력구조 개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본권 관련규정, 경제민주화 조항, 지방분권 관련제도 등도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합니다.
 

개헌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합니다. 대통령께서 초심으로 돌아가 개헌에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현재 대통령께서만 ‘블랙홀’을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헌은 블랙홀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멀티트랙인데도 말이죠.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 구성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 생각하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의장 직속 자문위원회 구성을 통해 공론화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20대 전반기, 후반기에는 반드시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최우선 과제는 민생을 위한 협치” 강조
대권 도전 질문에 “시기적으로 불가능”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선출된 후 ‘강한 야당’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이러한 강경 노선이 협치를 망칠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데요. 의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당의 정체성과 가치가 선명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당은 권력을 잡기 위해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비전과 가치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이러한 정체성이 사회를 분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배타적인 속성을 갖는다면 국민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수권정당은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강한 야당과 여당을 나누기 이전에 20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을 위한 협치입니다. 정치적 이해를 뛰어넘어 이번 20대 국회에서 만큼은 민생이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 이번 여야 전당대회를 통해 호남 출신의 여당 대표, 영남 출신의 야당 대표가 나왔다. 지역주의 타파의 신호라 읽어도 될까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호남서 두 명, 더민주가 영남서 여섯 명의 당선자를 내며 한국 정치의 지역주의 타파의 물꼬를 텄다고 봅니다. 호남 출신의 보수정당 대표에 이은 영남 출신의 진보정당 대표 선출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죠. 영호남 지역주의 완화와 각 당의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하며 20대 국회의 협치 실현에도 매우 희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대권 도전 의향은 없으신가요?
▲대선 이후까지 의장의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대선 출마는 시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권, 국회의장, 당권에 대한 권유를 받기는 했지만 국회의장을 선택한 이유는 의회가 살아나야 국가가 살아나고 민생이 살아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레임덕이 있지만, 입법부는 레임덕이 있어선 안 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가 국가 경영을 함께 책임지는 ‘책임국회’ 구현이 의장으로서의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미래한국을 준비하는 국회를 만드는 일에 솔선수범해 나가고자 합니다.

-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소야대, 다당제로 시작한 제20대 국회는 그간의 정쟁과 반목을 끊어내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국민 여러분들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협치를 통해 민생문제를 적극 해결햐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국민 여러분 모두에게 풍성함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또한 가족 간, 이웃 간, 지역 간, 계층 간에 화기애애한 기운이 넘쳐 진정으로 국민대통합의 장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취업과 결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좌절하고 있는 청년세대나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분에게도 희망이 깃드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땀 흘리는 민생이 보람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정치의 목표이자 중대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국민을 더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는 온화하지만, 권력에는 강경한 리더십으로 의장직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귀성길, 귀경길 언제나 안전하고 편안하시길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chm@ilyosisa.co.kr>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전 민주당 대표
▲제16대 노무현후보 중앙선대위 국가비젼 21위원회 본부장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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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