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어려워도…’ 많이 받아간 회장들 백태

하는 일 없는데 월급이 ‘억’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각종 악재로 휘청거리는 회사 사정과 상관없이 오너 경영인 상당수는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과 검찰수사 및 재판 등 회사가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경영인들은 별 탈 없어 보인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재벌닷컴>이 지난달 16일까지 금융당국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408개사(상장사 1806개사, 비상장사 602개사)의 등기임원 보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올 상반기에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한 경영진은 총 237명이다. 지난해에는 229명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회사 나몰라라
보수 꼬박고박

최고 보수를 받은 경영인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으로 총 141억6600만원을 수령했다. 여기에는 ‘퇴직금’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그는 올해 3월 영원무역홀딩스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138억44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이는 성 회장이 1974년 영원무역을 세운 뒤 41년을 근무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GS리테일 등기임원서 물러난 허승조 전 부회장은 퇴직금 51억5900만원을 포함해 총 64억7900만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3위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계열사에서 52억1900만원을 받았다. 허 회장은 퇴직금을 제외한 순보수액으로만 보면 올 상반기 최고 보수 경영인이었다.

김원배 전 동아에스티 부회장은 퇴직금 46억9700만원 등 모두 49억1500만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2개사에서 42억원을 받아 5위를 차지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등 3개사에서 총 41억1800만원을 받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7위는 LG서 38억5700만원을 받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이외에도 김상철 전 펩트론 부사장(34억6700만원),이승휘 세아베스틸 부회장(32억4300만원), 이상철 LG유플러스 고문(30억8000만원)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경영난으로 해당 기업이 구조조정 중이거나 각종 비위 혐의로 검찰수사 대상에 오른 대기업 오너 경영인이 여럿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난으로 위기를 겪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 등으로부터 상반기 보수로만 23억3900만원을 받았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에 매각했으며 지난달 5일에는 현대상선마저 신주를 상장하며 40년 만에 현대그룹 품을 떠났다. 이로써 현대상선 경영권은 40%가량의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유수홀딩스로부터 5억61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유수홀딩스는 IT솔루션 업체, 선박관리업체 등을 거느린 중견그룹이다.

최근에는 여의도 사옥서 식당업까지 진출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보유주식 96만주를 매각해 1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사상 최대 위기에 회사 사정과 별개로 거액의 보수를 챙겼다. 롯데쇼핑은 상근 등기임원(대표이사)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상반기에 모두 8억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롯데그룹 어느 계열사에서도 업무 보고를 받지 않을 만큼 경영과는 무관했다. 호텔롯데의 비상근 등기임원인 신영자 이사장은 상반기에 8억5000만원의 급여와 4억9600억원의 상여 등 모두 13억4600만원을 받았다.

구조조정·비리에도 주머니에 ‘수십억’ 
고액 연봉 오너들 수두룩 ‘모럴해저드’

기업의 위기는 뒷전인 채 올해 상반기 보수를 올려 받은 총수들은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각종 비리의혹으로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인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올 상반기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텔롯데로부터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18억7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도 보수가 늘었다. 올해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탈세나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이 회장의 올 상반기 보수는 8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6억5000만원 보다 23%가량 증가한 수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상무보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오너 경영진의 과다 보수 논란이 기업 투명성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최근 부실 공시로 제재를 받는 기업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법인 증가에 따른 회계정보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공시조사를 통해 경고·주의와 과징금 조치를 받은 법인 규모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공시 조사 결과 경고·주의 건수는 2012년 19건에서 2015년 42건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에 2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과징금 조치를 받은 기업도 13건에서 18건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법인 최대주주에 대해 대표자와 지분율은 물론 사업과 재무 현황 등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내용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져 ‘모럴해저드’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할 정보의 경중을 기업이 판단한 뒤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부실하다는 점을 인지하더라도 사후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경우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에서 최대주주 공시 부실이 드러나며 기업의 공시 투명성에 대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숨긴 정황을 확인한 뒤 누락된 내용을 보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업 투명성
악재로 작용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비리의혹에 휘말리거나 아직 뚜렷한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경영성과를 이유로 재벌 총수에게 두둑한 연봉을 지급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수십억원대의 연봉을 챙겨가는 이들이 경영책임을 져야할 상황에서는 뒷짐을 지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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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