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주장하는 ‘무상시리즈’ 실체

“증세 없이도 가능” VS “증세 있어야 가능”


지금 정치권은 무상복지 논쟁의 정점에 섰다. 민주당이 주장한 무상시리즈(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무상주거·반값 등록금)의 실체를 놓고 여야 각 당의 논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편 무상급식은 지난 정권에서 두 차례 공약을 냈지만 유야무야됐던 바 있고 무상의료의 경우도 노무현 정권에서 ‘6세 이하’의 영유아 아동에 한정해 추진했다 병원 입원 사례가 폭등해 재정 문제로 폐기한 바 있다.

서민 주머니 털어 부자 혜택 준다는 ‘한나라’
‘무상시리즈’ 당론 채택한 ‘민주당’ 파열음

민주당은 지난 13일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소요 예산을 발표했다. 총 16조4000억원 규모로 ▲무상의료 8조1000억원 ▲무상보육 4조1000억원 ▲무상급식 1조원 ▲반값 등록금 3조2000억원 등이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철회와 4대강 등의 예산 삭감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12년부터 시작되는 부자 감세, 즉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할 경우 2015년까지 연평균 4조74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취지는 좋지만’ 민주당 내홍

이와 함께 불합리한 건강보험 징수체계를 개선해 건강보험 재원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가적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20조원(5년차 기준) 안팎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항목별 확보 가능한 예산과 구체적 연간 소요액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정작 무상복지를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재원 마련의 각론에 대해서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재원 조달방안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국세청장과 건교부 장관을 지낸 이용섭 의원은 “재원조달 계획이 완벽하지 않으면 2년 내내 (여권 등이) 비판의 구실로 삼을 것”이라며 “복지정책을 무조건 많이 쏟아낸다고 능사가 아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도 지난 20일 ‘복지는 세금이다’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재원 대책 없는 복지는 거짓”이라며 부유세 도입을 공식 제안해 당의 주된 노선에 다소 배치되는 입장을 보였다. 당내 정책통인 김진표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복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민 동의를 거쳐 ‘교육세 인상’ 등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당내 논란을 잠재우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손 대표는 지난 18일 무상복지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있는 같은 당 소속 강봉균·이용섭·장병완 의원을  만나 “2012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복지와 정의”라고 말했다. 지난 의총에서 무조건적 복지에 의문을 제기한 인사들에게 복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무상복지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외부 시선을 의식한 행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무상시리즈’ 당론 채택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 19일 “민주당의 무상시리즈는 결국 서민들과 우리 아이들에게 빚더미를 덤터기 씌우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이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선진국들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과잉복지를 남발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말이 좋아 무상이지 사실 서민들 주머니를 털어 부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방송에서 “무상복지를 실천하려면 지금보다 세금이 2배 이상 높아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민주당 주장대로면 1인당 월평균 보험료가 7만6000원에서 14만4000원으로 6만8000원이나 늘어나야 한다”면서 “결국 그 피해와 부담은 서민들에게 돌아오고 특히 월급쟁이들의 고통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민주당 무상복지 정책의 구체적 소요 비용에 대해서도 총 43조400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소요되는 `세금폭탄 고액복지’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무상복지와 관련해 부처별로 추산한 추가소요 예산액은 연간 43조4000억원에 달했다”며 “더욱 정확한 추산을 위해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재정소요를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공개한 정부 추계치에 따르면 추가 재정부담은 ▲무상의료 30조원 ▲무상급식 1조7000억원 ▲무상보육 6조8000억원 ▲반값 등록금 4조9000억원이다. 특히 민주당이 제시한 무상의료에 대해 인구 고령화와 의학 발전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등의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가 재정부담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30조원이라는 게 한나라당 주장이다.

정옥임 원내대변인도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공짜 시리즈는 43조원의 재정이 필요한 고액복지”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각출해 부담하겠다고 공약하지 않은 만큼 결국 혈세로 나가는 아주 비싼 복지”라고 말했다

한·선 무상 아닌 ‘폭탄’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민주당의 ‘무상시리즈’ 공격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이 무상시리즈를 제시한 것과 관련 “국민은 복지 포퓰리즘 광풍으로 세금폭탄을 맞을 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무책임한 복지정책은 막대한 재정적자로 이어져 성장 기조를 깨뜨리고 결국 분배 구조와 복지까지 파탄시키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생 정당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자신들의 정책에 과장된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민주당은 제1야당 아닌가”라며 “무상이 아닌데 무상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은 대국민 사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선순위를 따져봐야 한다. 교육 기자재가 없어 공부를 못하고 책걸상이 작아 공부하는데 애로를 겪는데 자기 돈으로 밥 먹을 수 있는 사람까지 무상으로 밥을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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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