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정우택 대망론' 집중해부

'반기문 변수' 넘어 대권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도령’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대권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마땅히 치고 나가는 주자가 없는 당내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 정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을 유감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각종 유의미한 사회활동 등을 소화하며 대권을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여권의 새로운 대안으로 뜨고 있는 정 의원에 대해 <일요시사>가 속속들이 파헤쳐봤다.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의 좌우명이다. 이는 존 에프 케네디 미국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이기도 하다. 39세에 공직서 나온 정 의원은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며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정치인으로서의 탈바꿈 이후 정·관가를 넘나들며 입지를 다져온 그는 오랜 시간 염원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청지기’ 정도령
대권까지 직행?

최근 정 의원은 복수의 언론과의 인터뷰서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여의도에 새로 사무실을 내며 출마 준비에 나선 것이다. 오는 9, 10월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란 말도 했다. 현재 정 의원은 제반상황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주변인들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도 나쁘지 않다. 김무성·오세훈·유승민 등 비박(비 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은 이번 8·9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행보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남경필·원희룡·홍준표 등 광역자치단체장 대선주자들은 출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또한 출마를 암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빨라야 내년 1월에야 출마선언이 가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반 총장은 국내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대권주자들 대부분이 비박계라는 점도 범박(범 친박계)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가에선 정 의원이 내년 대선에 있어서 태풍의 핵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유리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개인 역량에 있어서도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김대중정부 시절 해양수산부장관을 역임한 이후 충북도지사, 그리고 국회의원 등 이른바 ‘트리플크라운’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또한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제19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장까지 역임했다.

특히 충청에서만 4선(제15·16·19·20대)을 지낸 그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잇는 충청의 차기 맹주로 통한다. 때문에 충청대망론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1순위로 정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 의원 또한 그런 지역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내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다면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대권행보를 암시하고 있다.

그의 정치 인생은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된다. 알려진 대로 정 의원의 선친은 정운갑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고향인 충북 진천서 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10대 국회까지 5선을 했으며, 이승만정권 당시 농림부장관(13대)에 임명되는 등 정계 거물이었다.

비박계 줄줄이 타격, 주목받는 ‘정풍’
당내 경제·정책통, '공정경제' 띄운다

지난 1979년 9월 당시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를 당하자 정 전 의원은 총재직무대행 자격으로 당을 이끌기도 했다. 유년시절 정 의원은 그런 선친을 통해 정치를 보고 배웠다.


그러나 그의 정치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정 의원은 4선 의원이 되기 위해 지난 14대 총선, 17대 총선 때 낙선의 쓴맛을 봤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 낙선해 충북지사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8개월간 택시기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3번의 낙선은 뼈아팠지만,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1999년 자신의 에세이집을 통해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과 그들이 내게 준 가르침은 나의 실수와 실패 속에서 다가왔다. 나는 내 실패를 사랑한다. 실패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소회를 전했다.
 

그는 또 다른 대선주자인 같은 당 유승민 의원과 함께 당내 경제전문가로 통한다. 정 의원의 친형인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딴 이후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박사를 딴 석학이다.

최근 정 의원이 대표로 국회 연구단체 ‘미래성장 경제정책포럼’을 창립한 일은 경제통으로서의 그의 전문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정 의원은 “포럼의 창립 목적은 경제활성화가 최우선”이라며 “여야 의원은 물론 원외 경제전문가까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정책을 개발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복수의 언론은 해당 포럼을 두고 향후 정 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경제기획원 출신
경제전문가 정평

그는 낙수경제, 분수경제 등을 외치는 다른 경제전문가들과는 달리 ‘공정경제’를 주장한다. 방법론적으로 재벌의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가 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조세의 공정성 회복 등을 골자로 한 공정성장론과 닿아있다.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포용적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관, 도지사 등을 두루 거치며 쌓아온 행정과 정책을 아우르는 역량과 경험은 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정책 경험을 쌓았다. 충북도지사 시절 ‘경제특별도’를 기치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170여개 기업에서 24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내 성공한 자치단체장이란 평가도 들었다.

이렇듯 정책에 대한 그의 전문성은 여의도서도 빛을 발했다. 자민련서 4년간 정책위의장을 맡아 활약했으며, 19대 국회 당시 정무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는 법안 하나하나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듯 중앙-지역, 관가-정가를 넘나들며 지난 20여년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그의 대권행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정 의원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하나다. 청년지킴이의 줄임말인 ‘청지기’는 정 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기도 하다(정 의원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어 청주지킴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 분위기 조성
수도권도 시간문제

최근 정 의원은 전국 대학교를 돌며 청년 창업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 현장서 그는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 부여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책무”라며 “나의 작은 발걸음이 창조적인 청년 창업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 창업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힘줘 말하고 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에 ‘일자리 100만개 창출 특별위원회’구성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전면 재정비 및 조속한 처리를 제안하는 등 청년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4·13 총선 당시 공약으로 청년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청년 희망 통합시스템’ 도입, 맞춤형 도심재생 청년창업지구 조성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참패의 원인이 20~30대 지지자들의 외면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 의원의 ‘청지기’ 행보는 그를 여당 내에서 차별화된 대선주자로 만들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그의 활동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아 의미가 크다.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 창업진흥원의 법정기관화를 골자로 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업을 국가 어젠다로 설정할 만큼 창업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며 “창업진흥원의 법정기관화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창업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조사연구 및 평가관리, 창업기업의 해외진출 지원과 외국인 국내창업 지원, 창업 촉진을 위한 지원시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창업 기본 환경 조성 및 운영·지원을 통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장관-지사-의원 ‘트리플크라운’ 이력
남겨진 반기문 숙제, 정면 돌파 시사

뿐만 아니라 정 의원은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the Best, 이하 ‘BoB’)을 지원하는 K-BoB 시큐리티 포럼 상임고문을 맡아 교육생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BOB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원장 유준상)이 정보보안 분야의 우수한 재능을 갖춘 청년들을 선발해 국보급 보안인재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벌써 5기를 맞은 BOB프로그램은 최근 차세대 보안리더 140명의 교육생을 모집해 발대식을 갖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말, 정 의원은 이들 140명을 대상으로 ‘혁신’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서 “사회의 주요 문제로서 청년실업문제, 정당의 혁신, 사회통합의 저하, 기업 수익성 및 잠재성장률 악화, 부정부패, 저출산·고령화 등을 지적하며 이같이 사회현상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계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도 정 의원의 대선 길을 밝히는 요소 중 하나다. 비록 범박계로 분류되지만,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박계를 아우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결국 반기문이란 암초를 어떻게 뛰어넘느냐가 정 의원에게 남겨진 숙제다.

같은 충청이 지지 기반인 반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정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은 반 총장의 대권행보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 대표가 <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 안을 제시한 것도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말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JP 잇는 맹주
변수는 반기문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대표의 당선으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어느 계파의 출신이 당대표가 됐다고 해서 누가 (대선에서) 유리하고 불리하다고 할 수 없다”라며 “(만약 대선 과정에서) 계파 유불리가 작용한다면 뚜렷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