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당권도전 3인' 히든카드

혼돈 대선판에 탄핵 던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민주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각 후보들은 선거전 승리를 위해 합종연횡·선명성·정체성 등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더민주 당권 도전 3인방의 히든카드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전당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강(추미애)2중(김상곤·이종걸)의 구도라고 평가받는 가운데 3명의 후보들은 선명성과 민심잡기에 방점을 찍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 후보와 이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탄핵을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내며 당 외부에 강한 비판조를 이어갔다.

탄핵 카드
무리수 왜?

김 후보는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을 겨냥해 “만약에 계속 국민들과의 불통과 국민들의 의견에 반하는 정부가 지속된다면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탄핵을 생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박 대통령이 사드 문제로 방중한 의원들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의원들의 그런 노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비방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며 각을 세웠다.

이 후보도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기 때문에 국민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게 하는 것, 사라지는 것만큼 더 무서운 책임이 어디 있겠는가. 그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해석함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과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종의 카드로 보고 있다. 이들의 탄핵 강경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균형감각이 필요한데, 당권주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막 던지고 있다”며 “자신의 정체성, 선명성을 드러내야 하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지나친 발언은 결과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당에 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당내 표심 결집을 위해 현 정권에 대한 높은 발언이 자칫 내년 대선정국에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치권 안팎의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탄핵과 관련한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불통과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강화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지속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고, 억압적인 상황에서 저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러나 그것이 탄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거의 희박하다고 본다”며 꼬리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 정조준…역풍 우려 속 뒷걸음질
3인-최고위원, 일사불란 합종연횡 카드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사드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국 매체가 인용 보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중국 <인민일보>가 ‘사드가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것에 대해 그는 “그 부분은 (중국이) 거두절미하고 편의적으로 인용한 것”이라며 “왜곡적인 성격이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선 두 후보의 발언을 두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추 후보로 향한 전대 분위기를 뒤집기 위한 방법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탄핵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을 되돌아 보면 이른바 ‘역풍’이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무리수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 더민주 관계자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통령을 국회가 다수의 힘으로 끌어내리면 어떻게 되겠느냐.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총선 결과를 한 번 보라”며 “박 대통령의 실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탄핵을 꺼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대표 후보자들은 최고위원들과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일종의 ‘연합작전’이다. 특히나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의 분위기가 감지돼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연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선 범주류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추 후보는 문 전 대표 시절 영입된 인사와의 연대가 예상된다. 이번에 여성최고위원 부문의 양향자 후보와 청년최고위원 부문 김병관 후보는 대표적인 문 전 대표의 영입 인사로 추 후보를 측면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고위원과
손잡기 행보

양 후보는 최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전대가) 얼마 안 남았다. 저 혼자 최고위원 선거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당권주자와 연대를 해야할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에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 분께 힘을 실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친문계 인사인 양 후보가 추 후보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양 후보측 인사는 “특정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와 연대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는 이동학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거론된다. 과거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김 후보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은혜 여성최고위원 후보는 친문 진영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이라는 점이 김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더민주 내 한 의원은 “민평련과 친노, 경기도 대의원 등이 김 후보의 주요 지지세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사드 배치에 강경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민평련 등 당내 진보그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진다.

추 후보와 김 후보와는 다르게 최고위원 후보자들과 이 후보와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계속해서 친문 진영에 날을 세우는 이 후보에 동참하는 최고위원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다.

일각에선 후보들 간의 연대 움직임을 두고 계파 몰표 등 과거 경선에서의 폐해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파 갈등으로 분당사태 까지 겪었던 더민주가 전대 과정에서 계파 간 무리한 연대를 도모할 경우 이후 외연확대의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혁신위는 전대가 계파별 ‘오더’에 의해 치러지는 것을 막고자 최고위원제를 개편하지 않았냐”며 “또 계파색에 맞는 후보들끼리 뭉쳐 선거를 치른다면 혁신안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가 막판으로 흐를수록 선명성 경쟁이 보다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 18일, 추 후보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추 후보는 같은 날 당내 정체성 논란을 촉발시킨 강령 개정안에 대해 “역시 빨리 과거 지도 체제를 끝냈어야 했고, 전당대회를 미리 해서 제대로 대선 준비를 했어야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김 대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최근 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은 김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추 후보는 격한 어조로 “과도체제 비대위서 당을 이끌든 앞으로 전당대회서 당을 이끌겠다는 분이든, 누구나 분열을 선동하고 열패감을 낙인찍어서 당의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일은 통합 의지를 받들지 못할 것”이라며 김 대표와 이 후보 모두를 겨냥했다.

추 후보뿐만 아니라 앞서 김·이 후보도 마찬가지로 선명성 경쟁에 뛰어들며 표심 끌어 모으기에 힘을 쏟고 있다. 더민주 비대위는 전대를 앞두고 ‘노동자’ 표현의 삭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는 제가 가장 먼저 제기해 쟁점이 됐다”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이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삭제는 재고해야 한다”며 노동자 문구를 삭제한 데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각 후보들이 노동자 삭제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면서 비대위가 오히려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정치권에선 당 대표 후보들이 당의 정체성 부분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주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한다. 선명성 경쟁이 거듭될수록 철 지난 이념의 굴레에 더욱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명성·정체성 경쟁 고조
3인3색 온라인 당심 잡기


익명을 요구한 더민주 내 의원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론과 호흡하지 않는 좌파 운동권 성향을 고집해서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 기존 관행대로 가면 예전처럼 패배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더민주는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친노·친문 패권주의에 환멸을 느낀 몇몇 호남지역 의원들이 당을 박차고 나갔다. 그 결과 더민주는 일부를 제외하곤 주류계가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주류계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후보들이 주류 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후보들이 주류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당의 이념·노선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비방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을 둘러싸고 후보자들의 서로를 향한 견제구가 날카롭다. 호남 지역은 전대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 수가 여전히 다른 지역에 견주어볼 때 압도적이다. 게다가 이 지역 민심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 당원의 표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고 있다.

먼저 ‘호남며느리론’을 주장하는 추 후보는 광주 출신의 김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생물학적 아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라며 “저는 호남 정신을 가지고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 ‘추다르크’가 돼서 대선 승리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응답하듯 김 후보는 지난 16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추 후보 본인도 그때 그건(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것) 잘못됐다고 사과했다”면서도 “괜찮은 문제는 아니고, 한번 결정적으로 실수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면죄부를 줬다고 보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당 대표라는 자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과 독선으로 잘못 이끌면 당이 하루아침에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 전력을 가진 분이 제대로 당 대표를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목청 높이는
선명성 경쟁

고 노 전 대통령 탄핵 건과 관련해 추 후보는 “탄핵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았어야 했다. 항상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에 연고가 없는 이종걸 후보는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의 아들을 뽑거나 호남의 며느리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호남은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탁월한 전략적 지혜를 선택했다. 친노·친문 패권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후보, 연대 통합 후보인 이종걸을 당 대표로 뽑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명의 당권 주자들은 온라인 당원의 표심잡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문 전 대표 시절 모집한 온라인 당원은 약 10만 명으로 이들 중 약 3만5000명이 선거권을 가진 권리당원이다. 4만명에 육박하는 온라인 당원들의 표심이 당 대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추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온라인 당원들과 번개모임을 가지며 스킨십을 강화했다. 또한, SNS 계정을 중심으로 남편과의 결혼 후일담 등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카드뉴스 형식으로 게재하는 등 민심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최약체로 꼽혔으나 지난 예비경선에서 이변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온라인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평소에 후보가 과묵한 성격인데다, SNS라는 창구가 후보자의 개인적인 농성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당대표가 되면 어떻게 할지, 집권플랜은 어떠한지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어쨌거나 온라인, 오프라인 장소에 상관없이 네거티브 전략은 취하지 말자는 게 기조”라고 전했다.

반면 이 후보는 SNS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온라인 당원들의 폭발적 지지는 없을 것이라 판단해 캠프 차원에서 별도의 홍보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온라인) 당원들 중에서 저에게 비판적인 분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SNS 채널을 좀 더 활발하게 작동해 토론을 하면서 저에 대해 자세히 알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당원이
당대표 가른다

더민주 관계자는 “온라인 권리당원은 전체 권리당원 21만명 가운데 17%에 불과하지만 결집력과 적극성이 강해 투표 참여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의 관계자는 “투표율의 3분의1을 차지하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이 지난 13일 광주 대의원대회 투표율(27%)과 엇비슷하게 나타난다면, 당대표 선거에서 온라인 당원 투표율이 60% 정도만 나와도 호남 전체와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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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