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연예계 ‘세금 괴담’공포

10일 수원 중부지방국세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갑순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최근 검찰이 국세청에 넘긴 연예인 소득탈루 자료를 토대로 한 세무조사 실시 여부를 묻는 민주당 백재현 의원의 질의에 “현재 진행 중이다”고 밝혀 ‘연예인 소득탈루’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 청장은 “해당 연예인들에 대한 과세자료 처리를 진행 중이다”라며 “그러나 검찰이 통보한 1백44명 전원에 대해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전면적 수사가 아님을 시사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백 의원은 “확인된 명단만 1백44명에 이르고 금액도 83억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며 “이들 연예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끝나면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김 청장에게 요청했다.

5년 동안 1백여명 연예인이
밤업소에서 얼마 받았는지 기록
경찰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1년여 동안 전국의 대형 나이트클럽을 비롯한 야간 유흥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경찰의 주요 수사 대상은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야간 업소. 유명 가수와 탤런트, 개그맨 등이 밤무대에 출연하는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밤업소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기획사 관계자들에게는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경찰은 ‘연예기획사와 야간 업소 간의 커넥션’의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동시에 국세청에도 관련 자료를 넘겼다. 경찰은 나이트클럽 등을 수사하면서 영업장부 등을 대량 압수했다. 이 장부에는 해당 업소에 출연하는 연예인에게 얼마의 출연료를 지급했는지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공개했던 일부 연예인의 출연료는 경찰이 압수했던 장부에 기록되어 있던 금액이다. 그런데 경찰이 해당 자료를 국세청에 넘김으로써 야간 유흥업소와 연예기획사 그리고 업소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이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보낸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최소한 몇 개월 동안은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밤업소에서 압수한 장부에는 무려 1백여 명의 연예인 명단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통한 소식통은 “검찰이 지난 7월에 공개했던 밤업소 출연 연예인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공개된 출연료도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경찰이 국세청으로 넘긴 자료에는 5년 동안 1백여 명의 연예인이 밤업소에서 얼마를 받았는지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타급 연예인은 거의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지난 7월 말 공개했던 자료는 밤업소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유흥업소의 한 관계자는 “업소들이 기록하고 있는 수입·지출 장부에는 연예인 출연료도 당연히 적혀 있다. 만약 한 연예인이 한 번 출연하는 데 실제로 1천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예인이나 소속 기획사 등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5백만원만 출연료로 받았다고 줄여서 세무서에 축소 신고한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업소의 장부 내용을 보게 되면, 실제로 1천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들통나게 될 것이고, 거기에 맞는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따져보면 기획사나 연예인이 탈세를 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예인 소득탈루’ 사실로 확인 … 명단 1백44명·금액 83억5천만원
사실로 밝혀지면 일부는 연예계 떠나는 사태 빚어질 가능성 매우 높아
엄청난 수입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탈세한다는 소문 파다
연예활동 외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업체 주가 조작도

이 관계자의 설명처럼, 밤업소에 출연하는 모든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출연료를 축소해 신고함으로써 탈세를 했다고 성급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조사 결과는 연예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밤업소에 출연하는 1백여 명의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사 결과에 따라, 탈세 혐의가 드러나는 ‘스타급’ 연예인이나 대형 기획사 등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일부는 연예계를 떠나는 사태까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가끔 연예인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에는 주로 음반 판매 수입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됐었다. 하지만 최근엔 CF 계약금을 부풀렸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CF 계약금은 스타 인기의 척도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많은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소속 연예인의 CF 출연료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게 관행처럼 퍼졌다.

1백여명 연예인들 대상
세금 조사 이번이 처음
예를 6개월 단발 전속 계약금을 1억원을 받았다면, 언론에는 3억으로 부풀려 발표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광고를 진행하는 대행사나 광고주 역시 스타의 인기가 광고 효과와 이어진다고 여겨 이런 부풀리기 관행을 모른 척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특급스타들은 광고를 계약할 때 계약금을 정확히 써주든지 아니면 아예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세금과 관련돼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세무조사를 받을 때 국세청으로부터 가장 많이 추궁 당하는 부분이 거짓진술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CF계약금은 가장 많이 지적 당하는 부분이다. 국세청은 언론 보도와 다른 신고액수를 문제삼았고, 연예인들을 이를 해명하느라 한동안 혼줄이 났었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며 “CF계약금을 정확히 써냈는데 세무 관계자가 신문에 보도된 액수와의 차이를 문제 삼았다. 뒤늦게 해명을 하고 증빙서류를 내서 해명을 하게 됐지만 계약금을 가지고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F를 많이 찍어 혼줄(?)난 대표적 연예인은 톱스타 고소영이다. 고소영은 2007년 3월 1백억원대 건물의 소유자라는 소문 때문에 탈세 혐의에 대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2002년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고소영은 CF 활동은 꾸준히 해왔다. 고소영은 화장품 브랜드 더 페이스샵,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롯데 칠성의 오늘의 차, 맥주 하이트, LG전자 트롬, 헤어 브랜드 캐라시스,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 노트북 도시바, CJ의 식물나라, 커피 브랜드 맥심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굵직굵직한 CF를 두루 거쳤다. 고소영 정도의 톱 스타면 CF 한 편당 5억원 이상은 받는 것이 업계 일반적인 공식이다.
한편, 국세청은 대형 기획사가 매출 줄이기 등의 수법으로 법인세를 누락했는지, 또 관련이 있는 상장·등록업체의 주가조작에 관여했는지, 그리고 영화 등 각종 문화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어기고 세금을 포탈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상급 연예인 중 상당수는 외형상 특정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자격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꾸며 실제 활동내역과 수입 등을 숨기는 수법으로 세금을 포탈해온 것으로 세무당국은 보고 있다.

연예인 중 상당수 개인자격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꾸며 세금 포탈
연예기획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유명 연예인 중 일부는 개인자격으로 활동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본인 스스로 기획사에 준하는 사업체를 만든 뒤 엄청난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탈세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들과 유명 연예인들은 본업인 연예활동 외에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업체의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연예활동과 유명세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사실이 소문의 수준을 넘어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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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