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당이 벼르는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

‘여소야대’ 정치 희생양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신임 경찰청장에 이철성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각종 사건으로 경찰의 조직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지는 지금, 이 내정자의 자격 논란이 뜨겁다.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각종 의혹이 이 내정자를 향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에 시작된다. 이 내정자는 순경에서 시작해 경찰 요직을 두루 거쳐 청와대 비서관까지 지낸 ‘입지전적 경찰’로 꼽힌다. 또 꼼꼼한 업무처리능력을 갖춰 경찰 내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고시 출신
유력후보 탈락

경기도 수원 출신인 이 내정자는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국민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지난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1989년 간부후보 37기로 재입문했다. 이후 강원경찰청 원주서장, 서울 영등포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관리관,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쳤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제25대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2014년에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도 지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와 관계가 두텁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연말에는 경찰청 차장이 됐다. 이 내정자가 신임 경찰청장으로 임명되면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경찰조직의 모든 계급을 전부 겪은 최초의 인물이 된다. 경찰청장은 차관급이지만 국정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으로 꼽히는 자리다.

차기 경찰청장후보에는 이 내정자와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이 꼽혀 2파전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 내정자가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배경도 주목받는다.


이 서울청장은 최근 이슈가 됐던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메피아(매트로+마피아) 사태 등 주요 현안들을 현장에서 직접 챙기는 등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경찰청에서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 '꿀보직' 특혜 의혹에 휘말리면서 후보에서 밀려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앞서 이상식 부산경찰청장도 유력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관할 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으로 조직관리능력에 흠집이 나면서 차기 청장후보에서 멀어졌다. 일각에서는 경찰대학 출신이 2년 연속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조직 내부의 불만이 잇따르고 유·무형의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후보 중 비 경찰대학 출신은 이 내정자와 이 서울청장뿐이다.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 모든 계급 거쳐
꼼꼼한 업무처리…내부 신임 두터워

지역을 고려했다는 의견도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대구·경북 출신이기 때문에 비 대구·경북 출신을 앉힐 경우 나올 수 있는 비판을 미리 차단한 셈이라는 것이다. 엘리트형 청장보다 일선 경찰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을 수 있는 관리형 청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직 내 성추행, 뇌물 수수 등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를 다잡고 관리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서의 청장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경찰위원회 동의를 거친 뒤 행정자치부 장관 제청을 받는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의 뒤 대통령 권한으로 경찰청장에 임명된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이 내정자는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찰위원회의 임명제청 동의안 심의를 통과해야 인사청문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내정자는 지난달 29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동의안 심의를 받았다. 경찰위원회에서는 재적 의원 7명 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 내정자는 재적 의원 7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전원 찬성의사를 받아냈다.

이날 이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경찰청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내 기강해이 부분에 관해서 “기강은 바로 잡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다양한 고민과 논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 청문회를 거쳐 청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지혜와 역량을 모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제안자로 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임명동의 요청 사용서에서 이 내정자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조직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경찰조직을 조속히 재정비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안전 확보와 법질서 확립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 내정자가 제출한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를 포함해 총 9억2885만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으로는 본인 명의의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소재 아파트(4억4700만원 상당)와 예금 9875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엔 1억원의 채무가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 명의로 강원도 횡성군 소재 단독주택(1억1900만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고 2011년식 알페온 자동차도 보유하고 있다. 장녀 명의로 예금 2656만원이 있다.

청문회 전부터
의혹 부글부글

군 복무와 관련해 이 내정자 본인과 장남 모두 육군 병장 만기전역으로 접수됐다. 이 내정자는 1981년 6월, 장남은 2012년 6월 전역했다. 납세 자료에 따르면 이 내정자 일가에 체납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추천으로 순경부터 시작해 경찰 조직의 모든 계급을 경험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내정자지만 인사청문회 전부터 다양한 의혹에 시달리게 됐다. 그의 자질 논란이 불거지자 일각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의 인사검증 능력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이 내정자로서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야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 내정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는 예고장도 던진 상태다. 

이 내정자의 지난날은 현재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지난 2009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으로 있던 시절의 발언이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해 입원 치료 중이던 A순경을 문병한 자리에서 시위대에 ‘폭도’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당시 이 내정자는 “1980년대에는 솔직히 백골단 등이 투입돼 심하게 시민을 진압하고 폭력적인 방법도 동원하고 그랬다. 요즘은 누가 그러느냐”라고 했다. 이어 “어느 집회를 봐도 경찰이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 차라리 전쟁 상황이라면 마음껏 진압할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우리도 답답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23년 전인 1993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따르면 이 내정자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은 1993년 11월이다. 당시 강원지방경찰청 상황실장으로 근무하던 이 내정자는 소속직원들과 반주를 하고 개인 차량을 운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내정자는 물적 피해를 동반한 교통사고를 냈고,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내정자는 당시 혈중알콜농도 0.09%로 면허정지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TV조선이 의혹을 제기했다. 과거 이 내정자가 민간인을 사칭하거나 담당 경찰관들이 신분을 숨겨준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TV조선은 이 내정자가 경감으로 승진 후 5년 만인 1997년에 경정으로 승진한 것이 징계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에 사정당국 관계자는 “과거 기록을 뒤져봐도 이 후보자에 대한 어떤 징계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경위와 징계 기록까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에 폭도 발언 및 음주운전 적발 벌금
석사학위 논문 표절 및 관할지역 부동산투기


이 내정자는 음주운전 의혹에 “이유를 불문하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사실에 대해 거듭 사죄드리며 구체적인 사항은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23년 전 일이긴 하나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을 한 행동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본 건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처신에 더욱 신중을 기해 왔다”고 사과했다.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있다. 지난 2일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제기한 문제로 당시 이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 내정자가 2000년 ‘통일대비 남·북한 경찰통합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논문의 상당 부분이 다른 논문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각주 표시 없이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내정자의 논문 중 35∼42페이지는 ‘통일 이후 한국의 행정조직 및 지방행정체계의 설계’(한국행정연구원, 1996)라는 연구보고서 일부를 발췌해 그대로 썼다. 49∼56페이지는 ‘통일에 따른 한국결찰기구 통합모형에 대한 연구’(박기륜 동국대 대학원 경찰학과 박사논문, 1997년)를 그대로 베꼈다.

결론 파트인 156∼159페이지 절반 이상은 ‘통일행정요원 양성 및 관리방안’(양현모, 1998년) 외 다른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 등을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채웠다. 일부 문장에서는 오타까지 그대로 표절한 사례도 있었다.

무겁기만 한
내정자의 어깨

이 의원은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통해 검사한 결과 이 내정자의 논문 표절률이 32%로 내용의 3분의 1 가량이 표절이었다”며 “전체 1191개 문장 중 동일문장이 121개, 의심 문장이 428개에 달해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본인이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내정자 측은 “당시에는 연구윤리가 확립돼 있지 않았고 직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인용 표시에 있어 철저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 외에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강원도 정선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5년, 투자 유망지인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오원리 일대의 땅 531㎡를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대지를 매입한 이 내정자는 땅을 배우자 명의로 매입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이후 이 내정자의 가족이 한 번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보고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지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 내정자의 배우자가 부동산을 매입 한 지역과 시기에서 찾았다. 당시 알로에마임이 일대 부지를 매입해 이전 계획을 내놓기도 했고, 금융사 연수원 건립과 골프장 건설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되어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역 기관장으로 재직한 시기에 인근 지역의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인근 부동산개발업자의 평가를 인용해 “해당 지역은 현재에도 3억원에서 최고 10억원의 시세에 달하며, 이 내정자가 매입한 지역은 시가 4억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내정자의 재산내역서에 명시된 가격과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박 의원실에 “해당 부동산은 퇴임 후 주거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투기 목적과는 무관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첫 청문회
과연 결과는?

'입지전적 경찰, 청와대와의 친밀성' 이 내정자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 수석의 인사검사 능력을 검증할 인물로 이 내정자는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개인보다 우 수석에 대한 정치적 견제와 사퇴를 제기하는 비판의 카드로만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이 내정자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그 이유라는 주장이다. 주위의 관심이 어찌 됐건 현재 이 내정자의 어깨는 무겁기만 한 셈이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경찰청장 잔혹사

경찰청장 임기제는 지난 2003년에 도입됐다. 청장 임기는 2년이다. 임기를 보장해줌으로써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경찰의 중립성을 강화해 경찰청장에게 힘을 주자는 논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임기제 시행 이후 임기를 모두 마친 경찰청장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택순 전 경찰청장뿐이다.

임기제를 거친 경찰청장은 모두 9명으로 알려졌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청장들은 주로 집회 과잉대응이 문제가 되거나 국면전환용으로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다. 일례로 허준영 전 청장은 시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과잉 진압 논란으로 퇴진 압박을 받았다. 그는 취임 1년여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최기문 전 청장은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