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노출 계약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남녀 주인공의 러브신.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의 전체 내용보다 여배우들의 노출 수위에 더 관심이 쏟아지기도 한다. 과연 관객들이 본 베드신은 어떤 계약과 협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일까. 이럴 경우에 대비한 것이 노출에 관한 특별 계약이다. 개런티나 배역, 촬영기간과 장소 등을 규정한 게 일반계약이라면, 노출 관련 계약은 특히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다.

뜨거운 베드신 “이미 계약서에 명기했다고요”

손예진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손예진은 극중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몸에 꼭 맞는 상의를 입고, 알몸 상태로 우의를 걸치고 활보하는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손예진의 은근한 노출 장면은 <아내가 결혼했다>의 예고편에도 고스란히 삽입돼 뭇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터라 노출 수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베드신 노출 수위 농밀한 경우
‘가슴’ ‘엉덩이’ 등 상세히 문서화
이에 대해 <아내가 결혼했다>의 홍보 관계자는 “시각적인 노출보다는 노골적인 대화와 아내가 2번 결혼한다는 설정이 파격적인 영화다. 노출의 수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손예진은 모든 장면을 직접 촬영하며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영화 <타짜>는 글래머 스타 김혜수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상태로 고니(조승우)와 나누는 심드렁한 침대 위 대화 신은 지켜보는 관객들의 숨을 멎게 할 만큼 뜨거웠다.
이 장면은 당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부분이다. 당연히 노출 수위에 대한 사전 협의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촬영을 진행하면서 감독과 김혜수·조승우 사이에 이 같은 베드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즉석에서 <타짜> 속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이 베드신이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섹시 코미디 영화 <색즉시공2>의 이화선은 제작사인 두사부필름 측과 노출 수위에 관해 비교적 꼼꼼히 계약한 케이스. <색즉시공2>가 코미디 장르지만 과감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선 측은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놓고 감독, 제작사 측과 긴밀하게 협의했다. 계약서 상에는 ‘몸의 뒷면 혹은 등부분을 드러내는 정도’로 정리를 했다. 하지만 ‘현장의 느낌을 따른다’는 조건을 달았다.
여기엔 무엇보다 제작사와 감독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이화선은 촬영 현장에서 화끈하고 자신감 있는 연기로 주목을 받았고 임창정·최성국 등 남자 주연배우들도 일제히 그의 베드신을 높이 평가했다.
‘바비 인형’ 한채영도 결혼 직전에 선보인 베드신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그는 상대역인 박용우와 위험한 사랑을 연기했다. 특정부위가 노출된 것은 아니지만 육감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때는 베드신 계약이 따로 있지 않았다. 시나리오엔 스크린의 묘사를 밑도는 수준으로 나와 있어 굳이 노출 수위를 협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따라서 베드신은 역시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의 협의 하에 진행됐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베드신에 대한 노출 수위를 계약서에 삽입하는 것은 상황별로 매우 다르다. 일반적으로 협의를 거치지만 베드신이 농밀한 경우엔, 이를 ‘가슴’ ‘등’ ‘엉덩이’ 등으로 상세히 문서화시키기도 한다.
또는 ‘노출 신은 감독과 배우의 상호 협의 하에 수위를 조절토록 한다’는 문구 정도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상호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가끔 있으며, 이럴 땐 한쪽이 양보하거나, 대역을 쓰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케이블 드라마 가세하면서 노출이
캐스팅 계약의 중요 항목으로 떠올라
과거 드라마에서 노출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나 표현 수위를 한층 높인 케이블 드라마들이 가세하면서 노출이 캐스팅 계약의 중요한 항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전 등장한 tvN의 심야드라마 <화>와 OCN의 19세 시청가 드라마 <동상이몽>등이 그 시초가 됐다.
케이블채널 OCN에서 방송한 에로틱 스릴러 <이브의 유혹>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4부작으로 각 편마다 다른 배우와 감독을 썼고, 제작사와 배우 측은 서로에게 특이한 노출 계약을 요구했다. 신소미·윤미경·진서연·서영 등이 이 계약에 동의했다.
<이브의 유혹>을 제작한 화인웍스와 배우들이 맺은 계약서 중 노출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노출 부분과 노출 수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제작사와 배우와 매니지먼트가 협의하되 헤어 노출을 제외한 전신 노출에 대해 배우와 매니지먼트는 동의한다. 만약 배우와 매니지먼트가 이 역할을 수행하지 않거나 본건 촬영상의 문제를 야기시킬 경우 그에 따른 책임과 손해를 제작사에게 배상해야 한다.’
화인웍스의 한 관계자는 “출연하기로 결정하면 어떤 노출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계약서의 골자다. ‘전신 노출’은 촬영장에서 노출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강력하게 명시했다. 이 드라마는 극장용 드라마로 영화 스태프가 붙었고, 영화적 퀄리티를 내야 한다. 하루 60~70컷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노출 문제로 힘을 뺄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노출 계약의 이유를 밝혔다.

‘아내가 결혼했다’ 손예진…직접 촬영하며 아슬아슬한 모습 보여
‘타짜’ 김혜수…시나리오에 없던 노출신 현장에서 과감하게 삽입
‘색즉시공2’ 이화선…계약서에 노출 부위까지 꼼꼼히 적어
‘이브의 유혹’ 제작사와 배우…서로 특이한 노출 계약 요구

실제로 노출 부분 때문에 캐스팅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윤지민을 여배우 캐스팅 1순위로 생각했으나 노출이 어려울 것 같다는 배우 측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도 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배우 측도 제작사에 노출 계약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배우 쪽에서는 노출 장면들을 포스터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예외로 하고 노출 모음 등의 클립을 만들어 홍보할 수 없으며 수익을 창출해서도 안 된다는 조항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그밖의 19세 등급 케이블 드라마에서도 노출 계약은 필수적이다.
한 관계자는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서 노출 수위를 정한다. 일단 ‘가슴 노출 가능’ ‘전신 노출 가능’ ‘전신 노출일 경우에는 앞모습인지 뒷모습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노출을 한다. 또 ‘공사를 하는지, 완전히 벗는지, 속옷을 입을 수 있는지’도 부분적으로 합의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은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노출을 더 꺼린다. 요즘은 극장용 드라마가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블 드라마와 달리 공중파 드라마는 특별한 노출 계약은 없다. 가족이 함께 보는 시간대에 방송되는 만큼 수위조절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샤워신 정도가 최고 수위다. 대부분 샤워신은 극 초반에 방송된다. 초반 시청자를 잡기 위한 미끼로 쓰는 전략이다. 여배우들은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샤워신 정도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차예련은 최근 종영한 SBS <워킹맘>에서 샤워 장면을 선보여 섹시한 모습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방송에서 공개된 샤워 장면은 지난 7월 말 양평의 한 펜션에서 촬영됐다. 당시 차예련은 오종록 감독과 포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내 상반신은 누드로, 하반신은 짧은 팬츠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공중파 특별한 노출 계약 없어
가족이 보는만큼 샤워신이 최고
차예련의 뒷태와 더불어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장면, 이어 머리에 물 맞는 장면, 다리에 물 튀는 장면들을 나눠서 촬영했다. 여기서 제작진은 방송에 나갈 장면들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다가 결국 하이라이트는 ‘등이 보이는 여배우의 뒷태’라고 판단해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을 본 차예련은 “촬영 할 때는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직접 드라마를 보니 생각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아 마음에 든다”며 “친구들도 드라마를 보고는 잘 봤다고 연락해 오더라”면서 흡족해했다.
샤워신은 현장에서 급조(?)되는 경우도 많다.
윤소이는 지난 2006년 방송된 KBS 2TV <굿바이 솔로>의 한 장면인 샤워신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몸매를 보기 위해 몰려든 40명의 스태프 때문에 난감해 했다.
경기 수원의 KBS 드라마제작센터에서 진행된 이 촬영은 윤소이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연출했다. 당초 이 샤워신은 물소리만 들리는 것으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윤소이가 서서 머리를 감는 것으로 설정이 바뀌어 부득이하게 전신 실루엣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됐다.
윤소이는 당초 예정에 없던 일이어서 부랴부랴 살색의 상의와 타이즈를 구해 입고 촬영에 나섰다. 그런데 샤워신을 찍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좁은 욕실 세트장에 40여 명의 드라마 스태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윤소이를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
샤워신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에 작은 사은품을 끼워주는 것처럼 드라마 시청자를 유혹한다. 샤워신은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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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