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노리는 외곽 4인방 현주소

‘나올까 말까’ 간 보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야에 반기문·문재인 2명의 굵직한 대선주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시·도지사들의 물밑 각축전이 치열하다. 대선 출마에 대해 아직까지는 함구하고 있지만 대선정국이 오면 바로 뛰어들 태세다. <일요시사>는 대권을 노리는 시·도지사 4인방을 집중 해부했다.

전국의 시·도지사는 모두 17명이다. 17명 중 대선 하마평에 오른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모두 4명이다. 이밖에 새누리당 대선레이스 흥행카드로 꼽혔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6월 일찌감치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오는 2018년까지 도지사 임기를 채울 것을 밝혔다.

야권 쪽이 활발

먼저 야권 후보군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월13일 광주를 찾아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말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당시 발언은 야권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서기 위한 초석 다지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선 6기 2주년 간담회에서도 “그냥 시장 한 번 하려고, 시장 명단에 이름 한 줄 올리려고 시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광주에서의 발언 보다 한층 구체화된 답변을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차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구의역 사고가 터지면서 대권 주자로서 흠집이 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에는 정무라인과 비서진을 대폭 교체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선 모양새다.

박 시장의 대권 행보에 서울시의회 새누리당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황준환 서울시의회 부대표는 지난 14일 “세간에서는 시장의 의지가 이미 ‘단체장’의 행동을 넘어 ‘대권’을 향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최장수 민선시장으로서의 명예에 걸맞도록 남은 임기까지 오직 서울시민 만을 바라보고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시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시·도지사 중 대권을 노리는 인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안 지사는 친문계에 속하며 내년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페이스메이커로 불린다. 하지만 다가오는 19대 대선의 가장 큰 이슈가 ‘충청대망론’이란 점을 봤을 때 안 지사가 단순히 페이스메이커로 머물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안 지사는 지난 5월 “문재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할지, 아니면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 지 정하겠다”고 말해 대권 출마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대선 이야기는 잠시 멈추고 도정에 집중했던 그는 지난 11일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연말께 상황과 형평을 봐가면서 최종 결정하겠다”며 “대선에 도전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과제와 미래를 향한 신념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발언은 현직 도지사로서 명확한 입장표명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여권 ‘충청대망론’ 핵심인 반기문 UN사무총장을 견제할 카드로 꼽힌다. 또한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이 열리는 내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선 경선 흥행카드 중 한명이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그가 더민주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것 자체로 무게감이 실림과 동시에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더민주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거물급 대선후보들이 등장하면서 내년 대선에 청신호가 켜진 반면 새누리당은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대선후보로 점쳐졌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4·13 총선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패해 깊은 내상을 입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또한 새누리당의 심장 대구에서 김부겸 의원에 일격을 받아 대선 후보로서의 힘을 잃을 상황이다.

게다가 대권 야망을 숨기지 않던 ‘무성대장’ 김무성 전 대표 또한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2선에 물러서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제외하곤 뚜렷한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누리당 출신 시·도지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단 여권의 시·도지사들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정에 집중하면서도 물 밑으로 세 규합에 나섰다.

‘50대 기수론’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행보에 대해 여권 내에서는 특히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남 지사는 지난 4월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남 지사가 내년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캠프를 꾸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의 대권 행보를 두고 경기도의회에서 지적이 잇따랐다. 더민주 양근서 의원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경기도 평생·시민교육 온라인프로그램 단장으로 영입해 경기도정이 조기에 대선 캠프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며 “이외에도 정치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인사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4명의 시도지사 연일 의미심장 발언
업무에 집중? 실제론 차기 대권행보

남 지사는 “윤 전 장관을 지식인으로 존경한다. 식견에 비해 굉장히 겸손하다”며 “다양한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윤 전 장관이 적격이라 모셔왔다”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남 지사는 내년 대선 출마와 관련해 최근 한 라디오에서 “내년까지 고민하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목표는 (일단) 경기도 리빌딩”이라고 말해 안 충남지사와 마찬가지로 당분간은 관망할 뜻을 내비쳤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여권에 없어서는 안 될 대선 경선 흥행카드다.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진 홍 지사는 전국적 지지도 면에서는 여타의 여권 내 경쟁자에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타협 없는 언행으로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선 홍 지사가 직면한 악재는 두 가지다. 첫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민소환 투표다. 현재 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 검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청구인이 유권자의 10%를 넘기면 주민소환 투표가 공고된다. 하지만 홍 지사는 “무상급식 문제가 해결됐다. 주민소환 투표의 원인 행위가 사라졌다”며 정면 돌파를 자신했다.

홍 지사의 대권행보에 긍적적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홍 지사는 지난 3년 6개월 동안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1조3488억 원의 부채를 모두 갚아 ‘채무 제로’를 달성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발판으로 대권 행보에 속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홍 지사의 측근은 “광역지자체 최초 채무 제로 달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 사업 성과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통령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란 말로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 다만 홍 지사는 지난달 6일 “대선 출마를 이유로 도정을 등한시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로서로 견제

지역을 돌봐야 할 지자체장들이 ‘대권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비판의 시각도 있다. 지역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은 “선출직은 모두 정치인”이라며 “그들의 행보는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을 역임하는 것은 국가지도자가 되기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꿈틀대는 50대 기수론

20대 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50대 기수론’이 꿈틀대고 있다. 50대 기수론은 1970년대 초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세운 40대 기수론에 빗대어 나온 말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남경필 의원과 4선에 오른 나경원 의원이 있다. 최근 복당으로 새누리당에 합류한 유승민 의원도 50대 기수론의 중심축이다. 야권을 살펴보면 불모지에서 승리한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시사가 있다. 일각에서는 더민주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것이 50대 기수론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더민주 내 50대 기수론을 이끌 인물로는 추미애, 박영선, 이인영, 정청래, 송영길 의원들이 거론된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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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