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론 옹고집 왜?

다시 각인된 ‘불통’ 리더십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물결이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제1야당 내에서는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쪽과 신중론을 주장하는 쪽이 서로 부딪치고 있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파열음. 더민주의 전통적 이슈들을 퇴조시켜버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이상한 당론 채택 기준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채택하라.”

최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외침이다. 사드의 성주 배치가 발표된 지난 13일 이후 시위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및 대구 수성구 등지에서 집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더민주에 촉구하고 있다.

왜 당론 아냐?

‘사드 성주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은 지난 18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를 찾아가 당론 채택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면담서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우 원내대표에게 “지금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밝히고 있지만, 더민주는 그렇지 않다”며 “이점을 확정해 달라. 더민주도 당론으로 반대 표명 입장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당론은 당의 합의된 목소리다. 이는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정해진다. 현재 비대위 체제에서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당론을 정한다. 만약 의결이 어려운 전문적 사안이라면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로 넘어간다. 대표적인 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다. 특위로도 대응이 안 되거나, 물밑에서 진행되는 사안의 경우 별도 TF팀을 꾸려 당론을 논의한다. 이 보다 작은 단위로 전략기획본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구조도 있다.


이처럼 총 4가지 방법을 통해 당은 하나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게 된다. 또한 당론은 주요 당직자의 말과 행동에 일정한 구속력을 지닌다. 더민주 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은 “평당원은 당론으로 정해진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 등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하지만, 대변인 등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당론에 배치되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당론은 개별 의원들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 대변인은 ‘의원들이 이슈를 끌고 가는 데 당론의 여부가 중요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 당론이 정해지면 사무처에서 정해진 사안에 대해 각 소속 의원실에 보도자료 뿌리듯 브리핑 자료가 내려간다”고 말했다.

현재 더민주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론으로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는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일찌감치 당론 채택에 선을 그은 영향이 크다. 그는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는 게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12일 “소위 수권을 하겠다는 정당이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이 얘기하는 식으로 똑같은 형태로 갈 순 없지 않으냐”며 “내가 보기에는 당론으로 갈 수 없다. 당과 나라를 생각해서 끌고 가는 것이지 어떡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의 ‘신중론’을 두고 정가에서는 대단히 정무적인 판단이라고 해석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더민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무적 판단을 한 것”라고 말했다. 중도 표심을 잡기위한 ‘모멘텀’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더민주에서 안보 정당을 내세운 이유도 결국 중도를 의식한 행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사드 사태 후 ‘전략적 모호성’ 견지
문재인 공론화 발언에 “수준이 부족”

20대 국회가 들어선 후 김종인 지도부에서 강조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지난 5월 20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더민주는 ‘오직 민생’을 구호로 정했다. 지난달에는 비대위 회의장 백드롭(배경막) 문구를 ‘살피는 민생·지키는 안보’로 바꾸기도 했다.

때마침 더민주 공보실에서는 김 대표의 군 생활 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민생·경제·안보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김 대표 체제가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더민주 이슈들이 퇴조한 것은 사실”라고 말했다.
 


김종인 지도부는 위 세 가지(민생·경제·안보) 이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다른 이슈를 끌고 가는 같은 당 의원, 또는 같은 이슈라도 이번 사드 배치 반대처럼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는 것에 대해 소속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외연 확장에만 몰두해 부동층을 너무 소홀히 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불만이 쌓인 소속 의원들은 개별 행동에 나섰다. 설훈·우원식·유은혜 의원 등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인사 23명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요구와 함께 “수용되지 않는다면 정기국회 예산 편성에서 사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평련계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당이 수권 정당을 목표로 하다 보니 한미동맹에 신중한 입장이고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적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당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정이 잘 안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당권주자인 송영길·추미애 의원은 물론 김부겸·김영춘·이훈·김태년·김현미·홍익표 의원 등 ‘더 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도 민평련계 인사들과 같은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신중론을 내비치는 김 대표와는 엇갈린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속 의원들의 입장 발표에도 김 대표의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문 전 대표의 '공론화 의견'에 대해 “문 전 대표 발언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나”라며 “사드를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 본인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고민은 많이 한 것 같지만, 여전히 수준이 부족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렇듯 사드를 중심으로 한 당내 파열음은 한순간 불쑥 찾아온 게 아니다. 지난달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와 관련해 취재를 하던 도중 더민주 의원실을 통해 지도부의 신중한 접근을 비판하는 의견을 들은 바 있다.

당시 더민주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면서도 “(더민주) 지도부에서는 민생 국회를 약속한 상황에서 (국정화 이슈가) 자칫 이념 전으로 전개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인 지도부가 민생에만 집중하다보니 다른 이슈들은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분열되는 목소리

과연 김 대표의 고집은 수권 정당이 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조사(무선 80% 유선 20%)에 따르면, 더민주 지지율은 전 주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26.3%로 집계됐다. 반면 사드 관련 당론을 일찌감치 선점한 국민의당은 전주보다 1.1%포인트 상승한 15.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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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