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정성립-조욱성 커넥션 의혹

여기저기 붙어다니며 사람 자르는 환상의 콤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너무 큰 기대였을까. 든든한 지원군이라 생각했던 초반의 기대감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때마침 정 사장과 그의 측근들이 점령군으로 탈바꿈했다는 묘한 소문마저 떠돈다. 그의 곁을 지켜온 핵심 참모와 정 사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수면 위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업계를 대표하는 ‘선박통’이다. 1976년 동해조선공업에 입사하면서 조선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1981년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으로 자리를 옮긴 후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회장(2006~2012년)을 맡으면서 잠시 조선업계를 떠났지만 2013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부임하며 다시금 조선업계에 발을 디뎠다.

자타공인 조선통
대우조선 컴백

정 사장이 다시금 대우조선해양과 연을 맺은 건 지난해 5월이었다. 앞서 2014년 12월 무렵부터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고재호 사장 경질설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후임자가 누구냐’에 쏠렸다. 물론 후임자 선정의 열쇠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쥐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총괄사장이었던 정씨를 후임 사장후보로 내세웠다. 정 사장이 STX조선해양에 몸담던 시절 보여준 리더십에 후한 점수를 준 까닭이다.

실제로 정 사장은 자율협약에 접어든 STX조선해양을 2년여간 진두지휘하면서 영업적자 폭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조선업계에서도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았던 정 사장을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산업은행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물론 정 사장의 부임을 반대했던 목소리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 사장이 사장후보로 추천되자 즉각 산업은행의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올바른 인사검증을 거친 참신한 내부인사를 선임하는 게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세는 변하지 않았다. 후보로 추천된 지 약 한 달이 흐른 지난해 5월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정식 부임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정 사장이야말로 체질 개선을 완수할 만한 전문경영인”이라며 정 사장 선임 이유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은 거취가 바뀔 때마다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그를 보좌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매번 동행했다. 그리고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하자마자 조선업계의 눈은 그와 손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한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욱성 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몸처럼 움직이는 ‘정-조’ 듀오 
인사전횡 의혹…곳곳에 측근 배치?

울산대학교서 조선공학을 전공한 조 부사장은 1984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2004년 대우조선해양 상무를 거쳤다. 2007년 대우정보시스템으로 자리를 옮겨 2008년 지원총괄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포스텍 총괄대표를 거쳐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STX조선해양에 몸담았다.

조 부사장은 정 사장의 최측근이자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하자마자 내놓은 인력감축안과 세부적인 자구계획안의 초안도 조 부사장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접점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표면상 둘 간의 인연은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 수장으로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조 부사장의 근무지는 대우정보시스템, STX조선해양으로 연이어 바뀌었고 이곳들은 모두 정 사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던 행선지였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복귀하자마자 조선업계에서 조 부사장의 ‘대우조선행’을 유력하게 내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몇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지난 2002년 4월 발생했던 ‘4·4사태’를 둘 간의 접점이 이뤄진 시기로 꼽기도 한다. 노사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조 부사장이 전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 정 사장이 신임을 보냈고 이후부터 밀접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노사갈등은 정 사장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만큼 조 부사장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유혈충돌로 번졌던 4·4사태가 발생했던 시기에 인사2팀장으로 재직하던 조 부사장은 선두에서 해당 사건을 책임지는 입장이었고 성공리에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후 조 부사장은 정 사장의 절대적인 신임 하에 승승장구했고 사내에서 그는 ‘왕의 남자’로 불렸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구조조정 손발

물론 조 부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STX조선해양의 의중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정 사장과 산업은행이 일방적인 인사를 계획했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부사장은 별 탈 없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넘어왔고 최근에는 그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급기야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서 조 부사장은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기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대우조선해양에 둥지를 튼 두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예기치 못한 뒷말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조 부사장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확산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경영관리·인사·충무·협력사운영·조달에 이르는 관리 전반의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요직을 모두 통솔하는 셈이다. 전반적인 실무가 조 부사장에게 집중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부정 의혹도 제기된다. 조 부사장과 접점을 지닌 C씨, L씨와 관련된 의혹이 대표적이다.

생산 및 생산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C씨와 L씨는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임원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조 부사장과 같은 대학교 동문이자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조 부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상무로 재직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출세 가도를 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곳곳 의혹 투성
인사전횡 의혹

대우조선해양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씨의 경우 조 부사장과 대학교 학군단 동기라는 인연이 (승진에) 작용했다는 소문이 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의혹을 사실처럼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근무하는 임원 K씨도 조 부사장과 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역시 조 부사장의 회사 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시점부터 고속 승진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다.

더욱 놀라운 건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조 부사장과 밀접히 연루되는 또 다른 인물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그의 아들이다. 취재 결과 조 부사장의 아들로 추측되는 인물이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총무과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상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조 부사장의 연혁을 감안하면 충분히 의혹을 살 만한 구석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조 부사장 아들과 관련된 인사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김재훈 대우조선해양 홍보실 과장은 “해당 인물이 연태 조선에서 근무하는 건 맞지만 근무 연혁을 비롯한 자세한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이는 조 부사장의 아들 여부를 떠나 모든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들을 둘러싼 소문들
그리고 꼬리무는 의혹

근래에 일어난 2건의 선박 화재사건에서도 조 부사장은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은 LPG운반선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건 때문에 책임자 교체가 이뤄졌지만 지난 11월 또 한 번의 화재사고가 발생해 2명이 추가로 사망하기에 이른다. 석달 사이에 작업 현장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조 부사장은 생산관리 책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차적인 책임 소지를 논하는 건 무리가 있다. 노조 관계자 역시 "조 사장은 일차적인 책임이 없고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생산쪽 담당 임원이 추궁을 받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최적의 관리자를 선임하지 못한 데 따른 예고된 인재였기에 조 부사장 역시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조성됐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조 부사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생산관리 요직에 내세웠다가 참사가 벌어졌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조 부사장이 연루된 의혹이 꼬리를 무는 사이에 정 사장에 대한 내부 불만도 조금씩 부각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블라인드(익명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익명의 글은 회사 내부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은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과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정 사장을 향해 충고와 비판의 논조를 게재한 것이었다.

고조되는 불만
미심쩍은 시선

스스로를 미래 사장이 될 비전을 가진 직원이라고 밝힌 그는 “10년 전 사장 시절 데리고 다니던 부하들을 다시 불러들여 승진까지 시키고 회사가 이 지경인데도 무보직 전무·상무들 계약 연장까지 시켜가며 데리고 있을 것인가”라며 “간신만 곁에 둬 각 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간신들의 입에 발린 거짓말에 그만 놀아나시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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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