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1) 송별식

시시각각 다가오는 운명의 날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일단 부장께 맡겨두고 일을 성사시킨 후에 그때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석원의 결기 가득 찬 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이어 호룡이 카드를 소중하게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석원 군의 충정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합니다. 아울러 내일 비행기로 남조선에 입국하여 거사에 대비하기로 한 만큼 몇 가지 주문하도록 하겠어요.”

영란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모두의 얼굴 역시 결연해 보였다.


“먼저 거사가 성공하기 전까지 문석원이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이제부터는 철저하게 일본인 아베 고타로가 되는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즉 거사가 성공할 경우 석원 군은 곧바로 이름과 국적을 회복하고 이 민족의 영웅으로 우뚝 거듭날 것입니다. 다만.”

다만, 이라는 소리에 모두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 하는 내용은 거사가 실패한 경우를 대비한 행동인데. 석원 군이 실패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혹여 만분의 일이라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석원 군은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그리고 이 거사는 석원 군의 영웅적인 단독 행동이었음을 밝혀야 합니다.”

“거사가 성공하면 우리들의 공은 어찌 되는 겁니까?”

호룡이 볼멘소리를 하며 석원을 주시했다.


“이 부장!”

순간 영란의 차가운 시선이 호룡에게 쏟아졌다.

“말씀 주십시오, 지도위원 동무!”

“지금 동무는 석원 군의 영웅적 행위에 잿밥을 뿌리겠다는 이야기요!”

“왜 사람이 그렇게 경박한가!”

영란의 뒤를 이어 주선이 마땅치 않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절대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다만 뭔가?”

“지도위원 동무와 중앙위원님의 노고가….”

“이 사람이 정신없는 소리는. 우리의 운명은 철저하게 석원 군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가!”

주선의 재차에 걸친 호통에 호룡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죄송합니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을 터이니 차후에는 그런 소리 말게!”

주선이 서둘러 마무리했다.

“아울러 석원 군의 남조선 일정에는 남조선에서 암약하고 있는 북조선 정치지도위원인 고정간첩이 함께 할 것입니다. 물론 그 사람 역시 일본인으로 신분을 위장할 것입니다.”

“초청장 역시 그쪽에서 해결되는 겁니까?”

“당연히 고정간첩에 의해 처리될 겁니다. 아울러 일단 석원 군이 남조선에 입국하면 보안 문제 상 우리와는 완벽하게 차단될 것입니다. 남조선에서의 일정은 현지 지도위원의 지시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리라 믿습니다.”

말을 마친 영란이 석원을 주시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의 지시에 따라 반드시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리 될 겁니다. 그리고 뭐 더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주선이 영란을 주시했다. 영란이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가볍게 자신의 무릎을 쳤다.

“물론 암살에 필요한 총기 역시 고정간첩이 전해줄 겁니다.”

“저 그런데….”

석원이 막상 입을 열고는 머뭇거렸다.

“말해봐요.”

남조선서 고정간첩과 접선 예정
눈물의 이별…이후 가족들 볼모?

“고정간첩이라는 사람이 누구고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

“바로 그 이야기하려던 차에요. 석원 군이 남조선에 입국하여 호텔에 투숙하는 날 저녁 무렵 한 중년 남자가 나카소네라 이름을 밝히며 방문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됩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호룡이 가볍게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

“뭐가요?”

“석원 군의 영웅적 행위도 그렇지만 그를 준비하는 북조선의 대응이 조금도 허술함이 없어 보입니다.”

“민족의 운명이 걸린 일인데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지요.”

영란의 확신에 찬 소리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실 말씀 다하셨으면 이제….”

호룡이 시선을 술과 음식에 주었다. 의미를 알아챈 영란이 병을 들어 모두의 잔을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잔 역시 채웠다.

“지도원 동무께서 한 말씀 주시지요.”

호룡이 급했는지 잔을 들었다.

그를 바라보던 영란이 곁에 있던 종이 박스 두 개를 석원에게 건넸다.

“하나는 트랜지스터 라디오고 다른 하나는 케이크에요.”

석원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호룡을 주시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철저하게 일본인 행세를 하라는, 그러니 항상 일본 방송을 청취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용도에 대해서는 남조선 내 고정간첩이 일러줄 터이니 그리 알도록 해요. 그리고 이 케이크는 석원 군이 잠시 일본을 떠나 있는 동안 우리가 석원 군의 가족을 돌보겠다는 의미로 전달하는 것이니 이따 귀가할 때 가지고 가서 가족과 함께 들도록 해요.”

“집에 술 좀 있어?”

“지금도 과음한 듯 보이는데, 더 마실 수 있겠어.”

“꼭 더 마신다기보다도 잠시지만 당신과 신일 그리고 집을 떠나 있어야 하는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보려 그래.”

“그러니까 우리끼리 조촐하게 송별식하자 이 이야기네.”

석원이 송별식을 되뇌며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그 케이크를 바라보자 잠시 전 지도위원이 한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순간 북조선이 자신의 가족을 볼모로 잡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었다.

“맞아, 비록 잠시지만 헤어지는 건 헤어지는 거니까.”

아내가 석원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러나는 아내를 바라보다 이내 신일을 위로 들어 올려 방긋거리는 모습을 살폈다.

이상하게도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솟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 뜨거운 기운이 흡사 눈가로 몰려드는 듯했다.

“그런데 당신, 많이 변한 듯 보여.”

대충 주안상을 마련해서 돌아온 아내가 술을 따르며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글쎄, 상당히 가정적으로 변했다고 할까.”

“그게 잘못된 건가?”

“아니지. 진작 그리 했어야지. 그런데 그동안 당신은 그저 밖으로만 맴돌려 했었잖아.”

석원이 즉답을 피하고 신일에게 시선을 주었다.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게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아내의 이어지는 말에 석원이 술 잔 대신 슬그머니 아내의 손을 잡았다.

“미안했어, 여보. 나 용서해줄 거지.”

아내와 신일을 번갈아 바라보는 석원의 눈에 미세하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내가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

“석원 씨, 우리 잠시의 이별 그리고 새로 태어난 당신을 위해 건배해.”

아내의 제안에 석원이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잔을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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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