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2010> ⑦2010년 화제의 10인방

그들에겐 절대 잊지 못할 2010년 “포에버~!”


괄목할 만한 행보 ‘승승장구’ 이재오·손학규
가장 주목 받는 여성 기업가 이부진·현정은

어느새 2010년이 저물었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한해였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뿐,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이에 <일요시사>는 2010년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을 정치·경제·사회·연예·스포츠 분야별로 꼽아 당시를 돌이켜봤다.

권력의 핵 이재오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2010년은 기억에 남을 한해가 됐다.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 자리를 던지고 7·28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 당선을 거머쥔 데 이어 특임장관 자리까지 꿰 차는 등 승승장구한 때문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여년 동안 옥고를 치른 재야 운동가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 신한국당에 입당, 3선을 내리 지냈다. 또 한나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을 거쳤고 최고위원까지 지냈을 만큼 리더십과 카리스마, 정치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본선 때 이명박 캠프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최고 실세로 급부상, 현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야구모자에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로 지역구를 누빌 만큼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다시 일어난 손학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010년 행보는 괄목할 만하다. 지방선거에서 지원사격으로 연전연승을 이끌어냈으며, 재보선에 출마해 당당히 승리한데 이어 전당대회서 당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1993년 재·보선에서 민자당 후보로 경기 광명을에서 당선되면서 14대 국회에 입성한 손 대표는 15~16대 총선에서 신한국당·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되며 3선 의원이 됐다. 이후 민자당·신한국당 대변인, 신한국당 정책조정위원장·총재 정무특보,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 외에도 김영삼 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경기도지사를 지내면서 입법·행정부를 두루 거쳤다. 2006년 6월 경기도지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100여 일간 전국을 돌며 ‘민심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잠룡’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손 후보는 대선을 앞둔 2007년 3월 “새로운 길을 열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 그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정동영 후보에 패배했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을 거쳐 통합민주당을 이끌었으나 2008년 18대 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춘천에서 2년여간 칩거하다 정치에 복귀했다.

초고속 승진 이부진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가 부사장직을 생략하고 무려 두 계단이나 뛰어오르면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 창립 72년 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한 것. 동시에 오빠인 이재용 사장과 함께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를 열어 나가게 됐다.

이 사장의 파격 승진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이 사장 입사 이후 매출액이 2002년 4157억원에서 지난해 1조2132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고속 성장을 계속해왔다. 또 최근에는 롯데 면세점과의 ‘루이뷔통 유치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호텔신라 면세점은 세계 최초의 루이뷔통 입점 공항 면세점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해 잠시 삼성전자 전략기획팀에 몸담았다. 이후 2001년에 “호텔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1월 전무로 승진했다.


저주받은 승자 현정은

2010년 인수시장의 대어,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그룹은 피 튀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자금출처를 비롯한 각종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현재 현대그룹은 ‘다잡은 고기’를 놓칠 위기다.

이에 그 누구보다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은 현정은 회장이다. 남편과 시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회사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영권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처지인 때문이다.

사회 이슈 파란 일으킨 장본인 박칼린·허각
대한민국 전 세계에 알린 장동건·소녀시대
아시아 스포츠 스타의 탄생, 박태환·여민지


현 회장은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난 2003년, 그룹의 총수로 오르게 됐다. 21세에 현대가로 시집온 후 27년 동안 살림만 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그룹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것. ‘현대가의 며느리’들이 대외활동을 삼가는 게 보통인데 비해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지금까지 지켜왔다.

칼마에 신드롬 박칼린

박칼린은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34명의 오합지졸 합창단원들을 이끄는 모습으로 이른바 ‘칼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박칼린은 이국적인 외모와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그녀는 뮤지컬계에서 ‘마녀’로 불릴 만큼 빈틈없고 냉철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여성스럽고 애교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은 뮤지컬 <명성황후>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페임> <렌트> <시카고>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꼽추> <아이다> <한여름 밤의 꿈> 등 국내 뮤지컬사에 획을 긋는 작품들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기적을 노래한 가수 허각

허각은 화제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의 최종우승자로 선정되면서 상금 2억원과 가수데뷔의 기회를 거머쥐게 됐다. 그는 <슈퍼스타K2>가 내세운 ‘기적을 노래하라’는 슬로건에 가장 어울리는 지원자였다. 키 163cm에 편부 슬하에서 자란 그는 가난 때문에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중학교 학력이 전부다.

낮에는 배관공으로 굵은 땀방울을 흘린 그는 해가 지면 행사 무대를 주름잡았다. 가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뜨거운 열정은 끝내 그를 최종 우승자로 이끌었다. ‘인간승리’의 표본인 셈이다.

올해 스물여섯의 인천 출신의 허각은 행사가수로 활동하던 가수 지망생이다. 2004년 쌍둥이 형 허공과 SBS ‘진실게임’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방송출연으로 3세 때 헤어진 어머니와 재회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조니 뎁 장동건

대한민국의 명품배우 장동건이 영화 <워리어스 웨이>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한국을 널리 알렸다. <워리어스 웨이>는 칼을 버리고 평범한 삶을 선택한 세계 최강의 전사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운명적인 스토리를 그린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다. 특히 이 작품은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의 제작자인 배리 오스본이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장동건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제프리 러쉬, <슈퍼맨 리턴즈> 슈퍼맨의 연인 케이트 보스워스, <타이탄> <로빈후드>의 대니 휴스턴 등 쟁쟁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뽐냈다.

이에 따라 장동건은 CNN, AP 통신, CBS 등 미국 주류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CNN은 장동건을 “아시아의 조니 뎁”으로 소개하면서 “이제 할리우드는 대한민국 배우 장동건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한류 돌풍 소녀시대

일본에 진출한 소녀시대가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일본에 진출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4만4907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오리콘 차트 4위에 오르는 등 순항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 외 지역 여성 가수 데뷔 싱글 사상 최고 판매량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후 2주차 때는 1만7792장으로 6위에 오른데 이어, 3주차에는 7만5276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에서 3주 연속 톱10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그 열기는 지금까지 이어져 일본가요팬들이 ‘소녀앓이’에 빠져있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일본에서의 소녀시대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소녀시대는 일본 유력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표지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버스토리로 다뤄진 기사를 통해 <닛케이 비즈니스>는 “소녀시대는 일본진출에 성공한 NHN,  이마트, CJ엔터테인먼트 등 한국기업과 공통점이 많다”며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바탕으로 한 프로다운 높은 완성도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 전략이 바로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소개했다.

살아있는 마린보이 박태환

박태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또다시 3관왕(자유형 200m, 400m, 1500m)에 등극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가 가지고 있는 한국 수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5개)도 갈아치웠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성과는 지난 위기를 딛고 이뤄낸 일이어서 더욱 값졌다. 박태환은 2009 로마세계선수권대회 400m, 200m, 1500m 세 종목에서 모두 결선진출에 실패하는 충격적 부진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박태환 스스로도 은퇴를 생각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던 약골 소년에서 수영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성장한 박태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21살의 박태환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여자 박주영 돌풍 여민지

여민지는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컵과 골든볼(MVP), 골든부트(득점왕)까지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대기록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지소연에 이어 또 한 명의 월드스타가 탄생한 것.

아시아에선 최초이며, 여자 선수로는 2003년 미국월드컵 비르기크 프린츠(독일), 2008년 칠레 U-20 월드컵 시드니 레룩스(미국), 2010년 독일 U-20 월드컵에서 달성한 알렉산드라 포프(독일)에 이어 역대 4번째다.

벌써부터 한국여자축구는 지소연과 여민지가 함께 공격진을 이끌 막강 화력의 대표팀을 구상,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5년 여자월드컵에서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배운 여민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였다. 당시 여민지는 한 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10골을 넣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득점왕에 오른 여민지는 ‘여자 박주영’이라 불리며 여자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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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