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② 2012대권 러닝메이트는 누구

승천 꿈꾸는 잠룡들 “적과의 동침도 불사”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대선을 2년여 앞두고 3당 합당을 이뤄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대선이 있기 1년 반 전부터 DJP 공조를 닦았다. 2012년 대선은 이제 정확히 2년 후 치러진다. 시기적으로 잠룡들이 집권을 위해 슬슬 움직이고 있을 시점이다.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인간적 약점과 전략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잠룡들의 선택 가능한 요소를 살펴보자.

싫어도 만나는 게 정치, 이기기 위한 전략적 제휴 꿈틀
제휴 통해 인간적 약점·전략적 장애 극복해야 ‘용된다’

1990년 1월22일. YS는 3당 합당을 통해 ‘대세론’을 완성시켰다. 당시 통합민주당의 의석은 무려 216석이었다. 민주화 세력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러닝 메이트는 지역(TK+PK+충청)이었다.

여론조사 1위 박근혜,
유시민 손학규 김문수 순

선거판 저변에 깔린 지역 대결의 에너지를 간파하고, 더 이상 민주화만 외치지 않았다. 패배자 DJ도 그 후, 과거의 경쟁자 YS에게 선회의 미덕을 배워 ‘민주화 외길’을 버렸다. 이기는 비법을 배운 결과, DJP가 탄생했고 집권에 성공했다. DJ는 급진주의적 이미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보수적 색채가 강한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JP)와 손을 잡았다. 이처럼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자신의 약점과 장애를 극복해,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연대만 있을 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첫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차기 여야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0.8%, 유시민 국민참여당 국민정책연구원장이 12.2%,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8.3%, 김문수 경기지사가 7.9%, 오세훈 시장이 6.9%의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의 수치를 단편적으로 보기엔 무리는 있다. 정치는 하루에도 수차례 공격과 수비가 뒤바뀔 수 있는,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생물체기 때문이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는 여당보다 야당이 처져있는 것으로 보지만, 선거로 들어가면 큰 차이가 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45% 대 45% 정도로 본다. 중도 10%가 중요하다. 지난 대선 때는 그 중도표가 이명박 후보에게로 옮겨가 찍어줬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남은 기간 동안 얼마만큼 내실 있고 강력한 연대를 이뤄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뒤바뀔 수도 있다.

여야 공히 가장 강력한 예비 대선주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 전 대표가 내세우는 주된 이미지는 진실된 약속과 국가에의 소명이다. 상반기 국회를 뜨겁게 달군 세종시 수정안 처리 때에도,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끝까지 원칙을 치켰다. 2007년 경선 당시 부산 지역 연설에서 “여러분이 제 부모님이고, 남편이고 가족이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인간적 약점, 국가 행정을 이끌만한 비전과 전략 구축에 대한 의구심은 약점으로 꼽힌다.

세종시 원안 소신을 지킨 정치인이라는 장점의 극대화와 행정 분야 약점 극복의 대안으로,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혹은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의 연대가 손꼽힌다. 심 대표와 이 전 지사 모두 충남도지사를 역임해 행정의 기초를 쌓았고, 충청권에서도 일정 부분 지분이 있어 박 전 대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이 주는 불안감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차기 대선 주자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각각 섬세한 감성적 디자인 이미지와 국민 섬김형 일꾼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오 시장은 경제 문화적 중·상류 계층에겐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실제로 많은 어필을 했다. 광역단체장 재선의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러닝메이트 변수로
여당 내 강력한 이재오

하지만 최근 무상급식과 관련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경제적 중·하위 계층의 지지가 줄어든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공허한 측면에만 신경 쓴다’는 야당의 집중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경륜 있고 소탈하되 치밀한 러닝메이트가 필요하다. 당내 경선(예선)을 통과하기 위해, 당내 기반이 확고한 인사와의 연대 또한 필요하다.

한편 김 지사는 경기도의회와 무상 급식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어오다, 지난 15일 타협을 이뤄냈다. 유기농 식자재 사용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긴 하지만, 모든 국민을 섬기겠다는 ‘일꾼’, ‘머슴’의 긍정적 이미지는 지켜냈다.

하지만 김 지사 또한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하며,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해 본인의 이미지도 국민들에게 확고히 심어주지는 못한 상태다. 여권 골수 보수 인사들에게, 그의 운동권 경력은 눈엣가시다. 김 지사도 경륜 있고 차분하며 당내 기반이 확고한 인사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러닝메이트로 가장 강력한 여권의 변수는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이 장관이 대권 예비 상수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지가, 여권의 정권 연장을 결정지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 장관은 현 집권 세력의 실세 중 실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관과의 연대는 이명박 대통령(MB)의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당선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배제시킬 수는 있었다. YS의 이회창(昌) 당시 한나라당 후보 배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동영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배제가 그 결과다. 반면 현직의 적극적인 밀어주기를 통해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후보는 웃을 수 있었다.
큰 틀에서의 주력 후보가 갖춰진 여권과 달리, 야권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제1야당의 예비 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8.3%인 반면, 원내 의석이 전무한 국민중심당 유시민 원장의 지지율은 12.2%다.

야권 단일화가 급선무
여권 내 인사와도 연합해야

야권에서는 확고한 양자구도가 승리의 선결 조건인데, 그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대선의 경우 다수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단일 후보에 성공한 여권에게 530만표 차이로 패배했다. YS의 3당 합당과 같은 물리적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민주당 예비 대선주자인 손학규 대표는 중도실용을 내세우는 정치인이다. “진보 세력이 국민에게 실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된다”며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새로운 진보’를 통해 중도를 포용하려는 입장은, DJ의 외연 확대 노력과 같은 맥락의 시도다. 국민에게 안정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손 대표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지적이 결정적 꼬리표다. 대선 유력주자 빅5 중, 유시민 원장을 제외하고 전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

확고한 호남 지지+친盧 386그룹과의 연대 없이는, 차기 대권으로 향하는 예선 통과도 낙관하긴 어렵다. 이런 그에게 당내 지지 기반이 확고하며, 영남권에서의 득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러닝 메이트가 절실하다. 1:1의 연대가 아닌, 1:多의 연대도 검토해볼 만하다.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경남 의령 출신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경제 분야에서의 연대도 검토 해볼 만하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진 전 장관 본인은 정치 참여에의 뜻이 전혀 없다고 한다.

확고한 권력 의지가 3당 합당, DJP연합 만들어
대선 특성상 결과는 이미 선거 전 80%가 결정

유시민 원장은 국민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는 정치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내며 행정 분야의 전문성도 쌓았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에겐, 연예인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 전략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계파의 수장은 아니지만, 야권에서도 그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강골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아도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민주당은 지지해도 유시민은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같은 인간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인자하며 온건 합리적인 인물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 내에서의 공개 지지도 이끌어 내야하는 입장이다.

야권은 현재 세(勢)가 부족한 형국이라, 대선 승리를 위해 여권 성향 중도 보수층인사의 참여도 끌어내야 한다. 넘치는 권력의지가 DJP를 만들었다. DJ의 JP 끌어안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몽준 의원 끌어들이기가 좋은 본보기다. 싫어도 만나는 게 정치다. 하지만 지금 상태론 당시 DJ와 같은 절대적 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예선 통과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야권 내 핵심 변수
친노계 광역단체장 4인방


야당 예비주자 들은 예선 통과를 위해, 당 내 핵심 인물들을 포섭해야 된다. 현 시점에서 야당 내 강력한 변수로는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등 친노 386그룹이 있다. 소위 광역단체 4인방으로 불린다. 지방 선거는 으레 정부 여당 중간 심판격의 성격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들 4인방의 각 지역별 득표력까지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전통적으로 야권 입장에서 호남 지역은 집토끼이고, 강원·인천 지역은 왔다갔다하는 들토끼이며, 경남 지역은 저 멀리에 있는 산토끼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론 강원·인천은 물론이고, 경남 지역에서까지 가능성을 본 상태다. 4인방의 득표력까지도 등에 업으면, 본선에서의 승부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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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