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진 아이들 실상

무슨 돈으로…교복 입고 베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도박이 극성이다. 19세 이상만 가능했던 도박은 이미 그 경계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청소년들의 도박은 절도, 사기, 폭행 등의 범죄로도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도박을 하나의 ‘놀이’ 정도로 여기는 청소년들은 중독에 있어서도 위험 수위가 높다고 평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도박시장은 연간 100조 이상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도박시장이 큰 성장을 이루게 된 계기로 인터넷의 영향을 지적했다. 포커나 고스톱, 머신과 같은 유기구형 도박을 했던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로 불법 토토, 사다리 도박 등이 쉽게 행해지게 됐다. 누구나 도박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청소년 역시 쉽게 도박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인터넷·스마트폰
발달로 쉽게 접해

한국도박관리문제센터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중 70%는 돈을 걸고 내기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경우 중독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해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도박이라는 것을 자신들의 놀이나 오락으로 치부한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달은 청소년이 도박을 접하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검색 몇 번이면 쉽게 도박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가입이 승인돼 손쉽게 도박을 할 수 있다.

청소년 도박문제를 지적한 한 교수는 “청소년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라며 “도박 역시 친구가 도박을 하면 따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도박의 재미에 매료되기 시작한 청소년은 곧 중독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사이에서 도박이 중독에서 멈추지 않고, 2차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도박중독에 빠진 중학생 A군은 1000만원 이상의 도박 빚으로 힘들어하다 인터넷 사기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자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처음에는 용돈 용도의 소액으로 도박을 하다가 점차 늘어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절도, 사기 등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A군은 현재 도박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A군과 같은 처지에 빠진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빠져있는 도박의 종류를 살펴보면 예전에 성행하던 판치기는 ‘애교’ 수준이다. 중학생 B(14)군은 ‘달팽이 경주’를 즐긴다. 달팽이 경주는 경마와 비슷하다. 경주마에 돈을 걸듯 달팽이에 돈을 걸고 배당금을 받는다. 달팽이가 실제로 경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달리는 달팽이를 응원할 뿐이다.

사행성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
1000원으로 시작해 1000만원까지

B군은 수업시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책상 밑에 숨긴 채 ‘사다리 게임’을 한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승패가 결정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한두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틈날 때마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중학생 C(15)군은 인터넷 ‘내기 방송’에 푹 빠져 있다. 한 판에 100만원이 오가는 윷놀이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BJ(방송 진행자)가 던진 윷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C군은 “다른 사람이 돈을 따는 것을 보고 있으면 직접 내 돈을 건 게 아닌데도 짜릿함을 느낀다”며 “경마장을 찾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D(18)양은 하루에도 서너 번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을 한다. 스마트폰 게임에 필요한 ‘확률형 아이템’ 때문이다. ‘뽑기’와 비슷한 확률형 아이템은 구입하기 전까지 내용물을 알 수 없다. 원하는 아이템이 한 번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심코 뽑다 보면 한 달 동안 모은 용돈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한다. D양은 “아이템을 수십만원어치 사는 친구들도 있다”며 “어울려서 게임을 하려면 ‘현질’(현금 구매를 뜻하는 속어)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사실상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지탄을 받아왔지만, 현재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절도 폭행 사기
2차 범죄 연결


스포츠 토토 또한 청소년 도박의 단골메뉴다. 고등학생 E(17)군은 1년 넘게 불법 스포츠 토토에 빠져 있다. 호기심에 5000원씩 몇 번 걸었는데 맞아떨어졌다. 요즘에는 한 판에 10만∼20만원을 ‘베팅’하기도 한다. 같이 판돈을 거는 친구도 생겼다. E군은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축구나 야구, 농구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고3 수험생 F(18)군은 불법 스포츠 토토로 인해 가출을 결심했다. 평범한 학생이던 그는 ‘토토’로 수십만원에 이르는 돈을 따는 친구가 내심 부러웠다. 그렇게 토토의 세계로 빠져든 F군은 용돈을 쪼개 1000원, 2000원을 걸었는데 재수가 좋았다고 한다. 갖고 싶던 신발을 가질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 ‘한턱’ 쏠 수도 있었다.

돈을 따는 맛을 알아버리면서 F군은 점점 도박에 빠져들었다. PC방 컴퓨터 앞에 앉아 도박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잃는 돈이 커졌다. 용돈으로는 부족해 학원비를 몰래 쏟아부었다. 이마저도 모자라 어머니 통장에 손을 댔다. 몰래 인출한 300만원을 모두 잃고나자 더는 집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두 달 동안 PC방을 전전했다. 무전취식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약 3만명이 ‘문제군’으로 추정된다. 시급한 개입이 필요한 도박중독을 겪고 있는 집단이 문제군이다. 약 12만명은 도박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업시간에도…
안 하면 왕따

스마트폰은 도박판을 학생들의 손바닥 안으로 끌고 와 또래문화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초등학생조차 손쉽게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도박사이트 주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된다. 이런 사이트에선 미성년자라도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대부분 가입이 가능하다. 한 사이트가 문을 닫아도 금세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 수 있다.

별다른 죄의식도 없다. 아이들은 이런 문화를 마냥 외면하기 힘들다고 한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듯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는데 혼자 빠지기 어색하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도박은 그저 돈내기가 아니라 친목다짐이 돼버렸다.

 

아이들은 ‘단톡방’(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비법을 나누기도 한다. 배당과 승률을 높일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나눈다. 한 발 더 나가 내기 주제를 정하고 돈을 걸기도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부터 국회의원 당선자 맞히기 등 일상의 모든 일이 돈을 걸 수 있는 도박이 된다. 친구 사이에 수만원에 이르는 ‘베팅’이 오간다. ‘외상값’ 혹은 ‘빌린 돈’을 기록한 회계장부까지 등장하곤 한다.

‘친구가 하니까 나도 한다’는 또래문화와 어디에서나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어린 타짜’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한 경찰학과 교수는 “친구를 따라서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죄의식 없이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이 많다”며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도박의 유혹에 노출되다 보니 도박을 불법이 아닌 하나의 ‘놀이’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처럼 ‘진행성 문제행동’은 청소년기에 시작돼 치료 시기를 놓치고 성인이 되었을 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스포츠토토, 달팽이 경주 등 종류 다양
3만명 문제군…12만명 위험군으로 분류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도박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며 “도박중독 문제가 밖으로 드러난다면 이미 중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박으로 돈을 벌었을 때가 아닌 잃었던 기억을 계속 생각하게 하면서 부모는 청소년들의 여가에 대한 계획과 대안을 제공해 접근성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은 다른 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부모 지갑이나 통장에 손을 대는 일은 다반사다. 절도나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도박 빚 때문에 경찰서로 오게 된 청소년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며 “장래 희망이 ‘토사장’(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 운영자를 일컫는 은어)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고등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청소년에게까지 도박이 물들게 된 원인에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내 불법 도박 시장의 규모가 100조원대를 넘어선 점은 그만큼 도박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국가적인 예방 차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다. 하지만 현재 불법 도박뿐만 아니라 주식, 복권 등 사실상의 도박인 금융 베팅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기성세대들이 도박에 대한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로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한 교육기관은 전국에서 1.7%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학교 보건교육기관에서는 인터넷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 회의에 상정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청소년 도박 문제는 이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사실상 도박예방에 대한 교육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라 전체가 도박으로 병들기 전에 학생, 교사, 부모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도박중독은 완치가 어렵고 가족관계 와해 또는 신용불량, 재산 손실 등 다양한 문제를 안게 된다. 제대로 된 사고가 형성되기 전인 청소년에게는 더욱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청소년 중독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 방안도 등장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한 교수는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청소년들은 도박의 심각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며 “도박중독 문제가 밖으로 드러난다면 이미 중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도박으로 돈을 벌었을 때가 아닌 잃었던 기억을 계속 생각하게 하면서 부모는 청소년들의 여가에 대한 계획과 대안을 제공해 접근성을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청소년 상담전문가는 “도박중독이 하나의 질병임을 인정하고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등으로 도박 욕구 억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사회적으로는 도박을 조장할 수 있는 분위기 경계, 사회 근본적 안전망과 감시망 구축, 도박에 대한 치료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해 정부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도박 범죄와 관련해 "집행유예,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고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며 "해당 범죄는 마약 관련죄와 동등하게 사회적 법익 차원으로 상향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관심↑
정부 역할은?

또한, 그는 불법도박 예방 캠페인 영상을 지속해서 노출하고 도박 근절 관련 기획기사를 연중 보도를 통해 국민의 경각심을 고취시켜 초기예방에 힘을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재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에게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며 올바른 인식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각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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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