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총대 맨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

40년 야전에서 잔뼈 굵은 무인(武人) “군대다운 군대 만든다”


개혁적이며 군인정신·원칙 강조하는 전형적 무인
납세기록과 범죄경력에서도 별다른 흠결이 없어


연평도 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 김태영 국방장관이 전격 교체됐다. 공식적인 사유는 ‘사의 수용’이었다. 하지만 사의 표명이 있었던 것은 지난 5월1일인 데다, 연평도 사태 이후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에서 김 장관의 교체는 사실상 ‘문책성 경질’이라는 지적이다.

교체 사실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국민들의 시선은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주자에 쏠렸다. 시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망에 오른 것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내정자. 야전에서 보낸 세월이 40년, 잔뼈가 굵었다는 김 내정자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김관진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개혁적이면서도 군인정신과 원칙을 강조하는 전형적인 무인으로 꼽힌다.
김 내정자는 40년 가까이 정책·전략 부서와 야전부대에서 근무, 잔뼈가 굵은 야전통 인사다. 야전 주요 지휘관과 작전, 전략, 정책, 전력증강 분야 등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으며 논리적인 사고로 문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다.

폭 넓은 야전 경험
논리·합리적 사고

군 재직시 중간보고를 생략한 ‘원스톱 업무처리’를 강조하는 등 개혁성과 업무 추진력도 겸비했다.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합참에서 근무할 당시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작전을 총괄하면서 무리 없이 임무를 완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으로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장점이 있으며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강력히 추진하는 과단성 있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합리적인 성품과 인화력으로 천안함 피격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한 소극적 대응 비판 등으로 저하된 군의 사기를 추스를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김 내정자는 천안함 사태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하자 현역 후배들에게 직접 “우리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강한 군인정신과 철저한 전략·전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우리 군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대처가 조금 미흡했다”며 “과거 같은 군인 정신이 약화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육사 28기로 졸업한 뒤 육군본부 전략기획처장, 2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을 거쳐 2006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제33대 합참 의장을 지냈다.

김 내정자의 인선배경에 대해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 내정자가 전문성과 소신, 강직함으로 군 안팎에서 두루 신망을 받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고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국방장관 하마평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이름이 거론돼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김 내정자를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통해 “40년간의 군 복무기간 야전지휘관은 물론 국방부와 합참 및 육군본부 등 정책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군은 어떠한 형태의 외부 침략과 위협에 대해서도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투철한 국가관과 군인정신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와 강군 육성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합참의장 재직시 북핵 위협을 비롯한 군사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확고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작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어떤 도발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서해 5도 지역의 북한위협 분석결과를 토대로 북한의 기습 도발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포병 화력 등 전력을 보강한 인물로 선진 강군을 육성할 적임자”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호평을 받고 있는 김 내정자는 납세기록과 범죄경력에서도 별다른 흠결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범죄경력이 없었고, ‘최근 5년간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에서도 체납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증여세 탈루
전관예우 논란

김 내정자의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에는 현재 서울 중랑구 묵동에 4억6400만원 상당의 아파트(건물면적 126.28㎡)와 6억4600여만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 중에는 군인공제회의 목돈수탁 저축예금이 4억99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김 내정자가 보유한 자동차는 1995년식 크레도스(배기량 1998㏄)였으며, 이 자동차의 현재 평가액은 50만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부인 김모씨는 1억3800여만원의 예금을, 장녀와 차녀는 각각 6300여만원과 3800여만원의 예금을 신고했다.
김 내정자는 2008년 3월 합참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같은 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2년3개월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문위원(비상근)으로 근무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가 현재 사는 40평 정도의 아파트 4억8만원과 제대할 때 군인공제회로부터 받은 5억원의 금융자산, 직장생활을 한 딸들의 저축 등을 합해 총 11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이처럼 김 내정자는 과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없이 제기됐던 ‘위장전입’ 의혹도 없고, 현재 평가액 50만원에 불과한 95년식 크레도스를 현재도 몰고 있어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에 대한 ‘도덕적 흠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내정자 자녀의 예금액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지방대학 대학원생인 차녀의 지난 5년 간 소득은 학교에서 상금 혹은 부상으로 받은 590여만원이 전부인데, 현재 예금 잔고가 3800여만 원이 있어 증여세 탈루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문제의 계좌 개설 일자도 이 같은 의심에 무게를 실고 있다. 신 의원은 “지난 2004년부터 가지고 있던 김 내정자 차녀의 본인 계좌에는 겨우 47만원만 있는 반면, 금년 들어서만 5월3일 750만원, 9월20일에 3000만원의 예금 계좌가 신규 개설됐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20세 이상 자녀에게 3000만원까지는 증여세가 면제된다.

인사청문회, 시국 긴박성 때문에 무난 통과 예상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떨어진 군 사기 끌어올려야

장녀 명의로 돼 있는 예금 잔고 6300만원에 대해서도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신 의원에 따르면,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장녀의 최근 5년 간 소득금액은 약 3600여만원으로 평소 예금 잔액이 2000만원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 7월30일과 8월2일에 각각 1000만원과 3000만원이 W저축은행에 예금됐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김 내정자의 2008년 3월 말 기준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서 장녀 명의론 59만6000원의 예금만 있었고 차녀 명의의 예금 잔고는 없었다”며 “결국 금년 여름 이후 개설된 두 딸 명의의 예금 잔고 1억원은 증여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국방부는 “사실 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국방부는 “김 내정자의 장녀와 차녀의 예금 잔고는 수입으로 모은 예금의 만기로 인해 재예치 한 것”이라며 “자녀 소득세 증빙서류 등 자세한 내용을 이미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에 첨부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장녀는 지난 7월30일 W저축은행에 예치한 1000만원은 우체국 적금을 해지, 이체한 금액이고 지난 8월2일 같은 은행에 예치한 3000만원 역시 H저축은행 적금이 만기돼 전환시킨 것이다.
국방부는 또 “김 내정자의 장녀가 지난 2007년부터 받은 급여 총액은 7050만원”이라고 부연했다.

국방부는 차녀가 신규개설한 계좌의 3750여만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국방부는 “차녀가 대학에서 6년 간 받은 장학금과 대학원에서 받은 연구비 2760만원을 저축해왔다”며 “이 중 750여만원을 예금에서 자유적금으로 전환했고 K은행에서 예치해 온 3000만원을 W은행에 재예치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어 “첨부자료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잘못된 자료를 제공·보도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김 내정자가 합참의장 전역 직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문위원으로 재직한 것을 두고도 ‘전관예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연구 자문위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대전 유성구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로 출근한 것이 아니라 비상근으로 한 달에 평균 5번 정도 서울의 별도 사무실로 출근했다.

또 김 내정자가 연구자문위원으로 재직한 2년 간 그를 책임·보조연구원 또는 자문역으로 명시해 발간된 연구보고서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김 내정자는 국방과학연구소 재직 기간 동안 매달 300만원씩 자문료를 받았으며, 그랜저TG 및 차량유지비를 제공받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의혹과 흠결을 전에 없는 위기상황으로 무사히 넘긴 김 내정자. 그에게는 마냥 웃고 있을 여유가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넘어야 할 산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정예강군 육성
군 개혁·쇄신

무엇보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해안포 공격 등 잇따른 사고로 땅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끌어올려 군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군의 초동 대응이 단호하지 못했다는 국민적인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군을 결집시켜 북의 어떤 도발에도 결연히 맞서는 정예강군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다소 해이해진 군 기강의 확립과 함께 군 쇄신과 군 개혁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방개혁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한 69개의 국방개혁 과제의 성공적인 성과에 대한 책임도 막중하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체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관진 국방부장관 내정자 프로필
야전에서만 40년

■학력
·육군사관학교 28기 학사
·서울고등학교

■경력
·제33대 합동참모본부의장
·육군본부 3군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육군본부 제2군단장
·육군본부 사단장
·육군본부 전략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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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