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신안에 무슨 일이?

툭하면 사건…천사의 섬 맞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전라남도 신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학부모들의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을 필두로 음지에 묻혀있던 사건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사의 섬’이라는 타이틀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신안 사람들.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학부모들이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했다. 신안군 소재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A씨는 식사를 하기 위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다. 혼자 밥을 먹고 있는 A씨에게 접근한 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아버지 B씨. B씨는 동네 주민 두 명을 더 불러 A씨에게 술을 권했다.

실종되면 죽어서…
얼굴 없는 시체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못했던 A씨는 거부했지만, 이들은 억지로 A씨에게 술을 강요했다. 결국 인사불성이 된 A씨가 정신을 차린 건 자신의 숙소였다. A씨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곧바로 남자친구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A씨는 몸도 씻지 않은 채 정액과 체모 등 DNA 증거수집을 완료했다. A씨의 침착한 대응은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사건은 A씨의 남자친구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범죄 전문가는 이 사건이 ‘의도된 범행’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학부모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범행 공모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현장에서 수거한 DNA와 이들의 정액이 일치했다. 성폭행한 적이 없으며 관사에는 선생님을 지켜주러 갔다는 학부모. 경찰이 정액 검출 내용을 제시하자 한 말은 “내 정액이 왜 거기 있죠?”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9일 신안군에서 초등학교 교사 B씨가 실종된 것이 밝혀졌다. 해경과 경찰이 B씨 수색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은 증폭되고 있다. B씨는 실종 당일 관사를 나간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실종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사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에도 헬기와 경비정 2대, 수색견 3마리가 섬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가능성이 있다.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성인 남성의 실종이 이렇게 큰 문제로 번지게 된 이유는 신안군이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이상하리만큼 실종사건이 자주 일어났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온전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 지난해 10월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해상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변사체가 발견됐고 그보다 앞선 8월 신안군 치도 인근 김 양식장 부근 해상에서 작업하던 선장이 여성 변사체를 발견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실종된 목포해양대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해상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부패가 진행된 시신은 목포해양대 실습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에 해경은 실종된 목포해양대 학생 C(24)씨인 것으로 판단했다. C씨는 목포해양대 실습선 새유달호에 타고 있던 중 실종됐다. 가장 최근 사건으로는 지난 1월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 선착장 앞 해상에 추락한 승용차량에서 운전자 등 시신 3구가 발견된 사건이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송공리 앞 해상에서 변사체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경비함정 및 122구조대를 급파했다. 현장에 도착한 목포 해경은 해상에서 차량을 발견하고 119구조대와 합동으로 차량 내부에서 운전자 D모(33)씨와 아들 E(5)군을 인양했다. 또 차량에서 500m 떨어진 해상에서 실종된 딸 F(7)양 시신을 발견해 인양했다.

학부모들 여교사 윤간 큰 파장
살인 강간 등 강력사건 잇달아

그런가 하면 신안의 한 야산에서는 마약의 원료인 양귀비 1000여 그루가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 26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인근 야산에서 경작자를 알 수 없는 양귀비 재배 현장을 발견해 총 1020그루를 압수했다.

해경은 양귀비를 재배한 경작자를 알 수 없어 재배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물병, 호미 등을 수거해 지문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인근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통해 경작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작자를 검거하면 양귀비를 대량으로 재배한 경위와 불법 유통 및 상습 복용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안군의 양귀비 재배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비닐하우스를 지어놓고 대규모로 양귀비를 재배한 40대 김모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경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목포해경은 비닐하우스 내에서 양귀비 550여주를 전문적으로 밀작하고 있는 최모(47)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거하고 양귀비를 압수했다.


최씨는 개화 시기인 5월부터 6월에 관계기관 합동단속이 이뤄진다는 것을 틈타 재배 시기를 앞당겨 단속이 시작되는 5월 이전에 처분하려고 했다. 특히 검거된 최씨는 비닐하우스 1동을 이중의 비닐로 씌어놓고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게 했을 뿐만 아니라 양귀비를 지푸라기로 덮어놓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무연고 사망자 수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2014년 초 신안 섬 노예 사건이 불거진 뒤 바로 그해에만 신안군에서 발표한 무연고 사망자 수가 평소보다 3배 정도 늘었다는 것. 신안군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무연고 사망자 공고’ 현황을 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총 32건이 검색된다.

2008년에는 1건이었던 무연고 사망자 공고는 2009년에는 2건, 2010년 4건, 2011년 3건, 2012년 3건, 2013년 3건, 2015년 3건, 2016년 3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2014년에는 무려 10건이나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염전노예 사건
솜방망이 처벌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1~3건에 불과한 무연고 사망자 공고가 2014년에만 유독 10건으로 증가한 것. 네티즌들은 이 점을 의심하고 있다. 2014년은 바로 염전 섬 노예 사건 논란이 불거진 해이기 때문이다. 그해 1월28일 전남 신안군 한 염전에서 임금 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되면서 염전 섬 노예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2014년 2월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도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을 약취 유괴해 감금하고 강제 노동에 종사시키며 종국에는 살해하기까지 한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08년 11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지적장애인 채모(48)씨는 일자리를 찾다가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고모(63)씨를 만났다.

두 끼니를 사준 직업소개업자는 더 나은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속아서 모 외딴 섬에 있는 홍모씨의 염전으로 가게 됐는데 고씨는 30만 원의 소개비를 받고 채모씨를 팔아넘겼다. 하루 5시간도 자지 못하는 와중에도 소금 생산은 물론 벼농사, 신축건물 공사, 각종 잡일, 집안일을 하면서 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수년간 노예처럼 일했다. 채씨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선천적 시각장애 5급인 김모(40)씨는 2000년 과도한 카드빚을 지게 되자 가족들에게 짐을 안겨주기 싫어서 가출하고 10년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김씨는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지내던 중 2012년 7월 노숙자 무료급식소에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모(63)씨를 만나 먹여주고 재워주는 염전 일자리를 구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가 이씨를 따라갔다.

김씨는 홍모(48)씨의 염전에서 월 80만원을 받고 3개월간 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씨는 홍씨에게 몸값 100만원을 미리 받고 김씨를 팔아넘겼으며 섬에 억류되어 채씨와 같은 곳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채씨와 함께 섬에서 빠져나오려고 세 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매번 마을 주민들의 전화로 발각돼 도망치지 못했다.

홍씨는 “한 번만 더 도망을 친다면 칼침을 놓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김씨는 1년6개월, 채씨는 무려 5년2개월 동안 강제 노역 생활을 했다. 홍씨는 대체로 이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쇠파이프나 각목은 아니고 손으로만 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씨의 철저한 감시에 도저히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몰래 홍씨의 집에서 종이와 펜을 훔친 다음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냈다.

캐면 사건화
범죄소굴 오명

김씨는 편지에다가 자신이 섬에 갇히게 된 사연을 썼으며 찾아올 때는 소금장수로 위장해서 구출해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 배모씨는 경찰서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서울 구로경찰서는 정확한 주소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소금 구매업자로 위장해서 다도해 지역에 잠입했다. 그리고 섬 곳곳을 탐문 수사하다가 염전에서 일하던 김씨와 채씨를 구출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인부들을 학대한 혐의로 염전 주인 홍씨를 영리약취·유인 혐의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씨, 고씨를 형사 입건했다. 당시 홍씨는 “왜 탈출하는 인부들을 다시 데려왔느냐?” 는 질문에 “집에서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면 찾겠어요 안 찾겠어요”라고 대답해서 여론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14년 9월25일 광주고등법원 항소심에서는 성씨만 같은 다른 염전업주에 대한 선고가 있었는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다수 염전에서 관행적으로 위법행위가 이루어졌고 홍씨가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묻힌 사건들 하나씩 수면 위로
정부 차원 대대적인 수사 필요

또 ‘오지 지역 학교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발령하지 않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에서는 이번 주까지 학교관사에 거주하는 교사들의 현황과 관사 주변 CCTV 설치 현황,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해 달라”며 “특히 여성 교사가 단독으로 거주하는 관사에 대해서는 대책 수립 이전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에 구출되었던 63명 중 40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로 염전으로 돌아갔다는 실망스러운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지난 4월17일 광주지법은 염전업주 박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의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서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이 논란이 됐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늦게나마 뉘우치고 임금을 변제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 해당 섬마을 주민들이 쏟아낸 어이없는 발언도 누리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일 한 매체는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찾아 주민을 상대로 한 추가 인터뷰 내용을 방송했다. 한 주민은 “공직에 있는 교육자, 공무원 아니냐”면서 “어떻게 처녀가 술을 떡이 되도록 그렇게 먹느냐”며 오히려 피해 여교사를 비난했다.


이어 이 주민은 “방송을 보면 (학부형들이) 완전히 죽일 놈이 됐는데 내용 자체도 모르면서 남자 셋이 여자 하나를 죽인 것으로 생각하게 해놨다”며 성폭행 가해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들은 한 변호사는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언론 취재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저렇게 말했을 것”이라며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신안군 섬마을의 다른 주민은 “서울에서는 ‘묻지마 살인’도 나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서 신설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신안은 전남 22개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다. 

이러다 보니 이번 여교사 사건도 현재 목포경찰서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 본청 심사와 행정자치부 심의를 통과한 신안경찰서 신설안이 기획재정부 예산심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찰서 신설이 함께 추진된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신안보다 수요가 10∼20배 높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전남청은 올해도 3급지 규모의 경찰서를 신안군에 신설해 70여명 가량의 경찰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신안경찰서 신설안을 본청 심사에 올렸다.

신안경찰서 신설안은 경찰본청 심사를 통과해 행정자치부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여교사 혼자 거주하는 관사에 폐쇄회로(CC)TV를 우선 설치하기로 했다. 또 ‘오지 지역 학교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발령하지 않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에서는 이번 주까지 학교관사에 거주하는 교사들의 현황과 관사 주변 CCTV 설치 현황,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해 달라”며 “특히 여성 교사가 단독으로 거주하는 관사에 대해서는 대책 수립 이전에 CCTV를 우선 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교육부는 도서 벽지에 여교사를 가급적 신규 발령하지 않고 관사에 CCTV를 설치하는 등 눈에 보이는 대책만 내놨는데 이는 문제 해결의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양성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여성이 섬 지역에 가지 못하도록 기회의 장벽을 막을 게 아니라 여성이 가도 그곳이 안전하도록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근본적으로 낙도나 도시지역이나 모두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섬 주민들의 인권교육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경찰서가 없다
지역환경도 문제
 

한 전문가는 “안전한 학교도 너무 중요하고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의 가해자는 그 마을의 학부모들인데 그렇다면 학교가 지역사회 내 마을주민들, 선생님들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학부모들과 인권교육을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사의 섬에서 악마의 섬 딱지가 붙은 신안. 떨어진 섬의 이미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든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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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