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누리 구원투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두달짜리 수장 ‘급한 불부터 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새누리당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4·13총선 참패 후 당을 이끌 혁신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잡음 끝에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김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 공백 사태는 일단락 됐다. 김 위원장은 전국위원회 추인으로 공식 임명된 후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새누리당을 이끌게 된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26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김희옥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내정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당내 여러분들이 좋은 분이라고 추천한 김희옥 위원장을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틀 전 처음 만나 혁신위원장을 맡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며 “이에 김 위원장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간 몇 차례 통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수락 결심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갈등
포청천 노릇?

민 원내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청렴하고 원칙을 지키는 소신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새누리당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판단해 줄 수 있는 경륜의 소유자”라며 “우리당의 진지하고 활발한 혁신 논의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발탁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관을 했던 경험이 있어 국회 입법과정에도 매우 밝은 인사”라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당으로 혁신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7월 말∼8월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당 대표를 겸임하며 당 혁신작업을 추진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계파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했던 비대위원 구성과 관련해서 “정식으로 위원장이 되면 전면적으로 새로 검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박계 김선동 의원이 정 원내대표에게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국무총리·감사원장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전 지역구인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과는 대학 동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계파 간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박계에서는 당이 여러 차례 인선 논란으로 분란이 극대화된 만큼 이번에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비박계 한 의원은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혁신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지도부 공백 일단락…전당대회까지 컨트롤
‘점입가경’ 총선 참패·당 내분 해결책 있나

이런 계파 갈등을 불식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계파 청산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은 “부정적인 계파 분파 활동으로 통합을 해치는 구성원은 당의 공식 윤리기구를 통해 제명 등 강한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20대 국회 첫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불과 두 달여 남은 전당대회 전까지 총선 참패와 당 내분을 해결할 대책 마련으로 할 일이 태산이다. 그가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잠정적으로 8월 초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 전까지 당초 계획한 새누리당의 혁신을 제대로 이룰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시급히 바꿔야 할 점이나 향후 과제, 계파갈등 청산해법 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사실상 친박계의 의도대로 외부 인사가 혁신의 키를 잡았고, 정치 경험도 사실상 전무해 과연 김 위원장이 혁신의 칼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결국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관리형 위원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첫 혁신 시험대는 비대위원 인선이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인선과 관련 “전면적으로 새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비박계 중심의 비대위 인선이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됐었던 만큼 어느 계파에도 치우지지 않은 기계적 인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혁신 과제의 강력한 추진도 난제다. 김 위원장은 오랫동안 법조계에 몸담았고, 법조계를 떠난 후에는 동국대 총장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지내 사실상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혁신비대위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해 계파 청산을 비롯한 혁신 과제를 내놓고 이를 강력히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당 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김 위원장이 이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계파갈등 제재?
탈당의원 복당?

특히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혁신안을 놓고 총선 참패 책임을 묻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혁신 비대위가 총선 참패 원인 분석에 나설 지조차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혁신 전대로 가겠다. 나오고 싶은 사람은 다 나와서 백가쟁명식 안을 갖고 진검승부를 해라. 그런 안이 하나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전대를 통해 총선 참패의 책임을 가리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상북도 청도 출신으로 경북고등학교와 동국대 법대를 졸업,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가 됐다.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됐고, 2011년 동국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총장 퇴임 후 지난 2월 까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관 등으로 재임하면서 국법 질서 확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 헌법 수호 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1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청조근정훈장은 공직자로서 직무에 최선을 다해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인 근정훈장 5종 가운데 최고 등급이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아들의 경기대 교수 특혜 임용 논란과 KCC 수의계약 등 각종 의혹에 휘말리며 동국대 총장 연임을 포기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의 아들이 경기대 교수 특혜 임용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법학과 신임 교수에 지원한 김 위원장 아들은 최종 심사 결과 1순위 자에 비해 9.27점 뒤진 차점자였지만 당시 박승철 경기대 이사장의 영향력 행사로 1순위 자를 제치고 임용됐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2013년 경기대의 교수초빙 접수 직후 서울 모 처에서 경기대 법학과의 한 교수와 저녁식사를 했다는 '청탁'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저녁식사를 했다는) 법학과 교수과 박 이사장을 알지도 못한다, 교수 채용 과정에서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획기적 쇄신안 마련 자신


'청탁' 의혹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법원은 채용 과정의 하자를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4년 12월 관련 교수 임용 무효 소송에서 “당초 전형과정에 없던 경기대 재단 이사장의 개별 면접과정이 추가돼 2순위와 1순위가 뒤바뀌어 김모 씨가 채용된 점이 인정된다”며 채용 무효를 판결했다.

KCC 수의계약 논란은 김 위원장이 동국대 총장 연임 도전 중 불거진 사안이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라 2억 원 이상의 공사계약을 체결할 경우 천재지변 등의 이유가 없는 한 ‘경쟁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지키지 않고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공사를 수의계약 형태로 KCC에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특히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김 위원장이 법대 선후배인 점, 정 명예회장이 김 위원장의 총장 연임에 우호적인 인사였던 점이 주목됐다. 이 논란은 법적인 결론 없이 끝났다. 김 위원장은 2014년 11월 “모교 발전을 위해 한 번 더 봉사하고자 했으나 종립대학 총장직은 1회로 한정함이 좋고 연임은 좋지 않다는 종단 내외 뜻을 받들어 재임 뜻을 철회하고 18대 총장 후보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라며 총장 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할 일이 태산
끝까지 순항?

김 위원장은 2006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땐 병역기피 의혹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주영·박세환 의원은 “후보자가 1972년 징병검사를 기피한 것으로 돼 있고 1975년 질병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는데 그 구체적 사유가 나와 있지 않다”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징병 검사를 기피한 사실이 없다”라며 “최근 경위를 확인해 보니 행정 착오로 잘못 기재됐던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해명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대위원 10명은? 내·외부 인사 5:5

새누리당은 2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내부 위원에 비박(비박근혜)계 김영우·친박(친박근혜)계 이학재 의원을 내정했다.

또 외부 위원에는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유병곤 서강대 겸임교수,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변호사 등 5명을 내정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에 이어 비대위원 10명을 모두 내정했다. 비대위원 가운데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비율은 5:5로, 내부 인사 중에는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이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비대위원장과 위원 인선안을 추인한다.

정진석·김광림·홍문표·김영우·이학재
오정근·유병곤·정승·민세진·임윤선

모두 11명으로 구성되는 혁신비대위는 오는 7월 말에서 8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총선 참패 후 내홍을 겪어온 당을 정상화하고 쇄신하는 임무를 담당하게 된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대위원 인선 배경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당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사, 위공무사의 정신으로 흔들림 없이 당 혁신에 충실할 수 있는 인사, 당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사를 인선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달 17일 정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와 혁신위를 동시에 출범시키려 했지만 친박(친박근혜)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비대위원에는 김영우 김세연 이진복 홍일표 한기호 의원과 이혜훈 정운천 당선인 등이 내정됐지만, 새로운 비대위 구성과정에서 이중 김영우 의원만 비대위원에 포함됐고 나머지는 모두 제외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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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