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

조망권 시대 개막, 프리미엄을 누려라


아파트 선택 시 조망권이 최고의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조망권에 따라 집값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차이가 나고, 분양시장에서도 조망권이 좋은 단지는 대부분 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수한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가 선을 보이고 있어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아파트들은 우수 조망권뿐만 아니라, 인근 개발 호재도 많기 때문에 투자 가치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신 조망권은 단연 골프장
조망권 좋은 아파트 사려면 “눈으로 확인하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망권은 종류도 다양하다. 강, 하천, 바다, 호수, 산, 공원, 골프장으로 크게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조망권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아파트 선택 시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르는 게 포인트다. 강은 오래 보면 지루할 수 있지만, 산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광이 매력적이다. 공기가 훨씬 좋고,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공원 조망권도 무시 못 한다.

조망권 종류 다양
취향에 맞게 선택

외국에서는 오히려 공원 조망권을 최고로 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망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조망권마다 단점도 있다. 최고의 조망권 가치로 인기가 높은 한강변 아파트는 차량으로 인한 소음과 먼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저층부는 집값도 낮고 선호도가 떨어지게 된다. 산이 가까운 경우는 여름에 모기가 들끓고, 등산로에 인접한 단지는 등산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바다에 인접한 아파트는 태풍이나 비바람이 잦고, 짠 바닷바람에 고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 들어 가장 관심을 받는 신(新) 조망권은 단연 골프장이다. 리베라 기흥 상록 한원CC 등으로 둘러싸인 동(東)동탄은 특혜논란만 없다면 골프장조망권의 대표 신도시로 떠올랐을 것이다. 당시 정부도 골프장을 신도시에서 제외시킨 이유로 “녹지율을 높이고 공기를 정화하는 등 도시기능을 보완하는 기능 때문”이라고 밝혔다. 골프장조망권 가격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다. 예를 들면 용인 죽전 한성CC 조망권인 동아 솔레시티의 경우 주변 아파트보다 최고 1억원 정도 비싸며 판교신도시 분양 때도 남서울CC에 붙어 있는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고 한다.

대성산업 건설부문이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대성 유니드’ 아파트를 선착순 동·호수 지정계약 조건으로 분양 중이다. 이문동 대성 유니드는 전세대 중소형 인기평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호선 신이문역이 도보 3분거리에 있고 7호선 중화역이 도보8분 거리에 인접한 2개노선 더블역세권으로 지하철 이용이 매우 편리하며 중랑천 조망이 가능하고 또한 중랑천 체육공원을 내집 앞 정원처럼 누릴 수 있는 웰빙 아파트이다.

이문동 대성 유니드는 이문차량기지 복합개발,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이문·휘경뉴타운과 중화뉴타운의 중심에서 미래가치를 높게 볼 수 있는 곳으로 향후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계약금 10%, 중도금 전액 이자후불제, 발코니 확장 선택 시 풀옵션(빌트인, 가전, 가구) 무료 제공된다.

대우건설이 서울 지하철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 근처의 옛 우리은행 전산센터 자리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가 선착순 분양중이다. 84.39㎡(구34평)은 원 분양가보다 1억6000만원 파격할인, 112.25㎡(구46평)은 분양가보다 최대 1억7000만원 파격할인, 123.27㎡(구51평)은 분양가보다 최대 1억8000만원 파격 할인된다.

지하 4층, 지상 39층의 2개 동으로 아파트 288세대, 오피스텔 99세대 규모이며, 상업시설인 켄달(Kendall) 스퀘어라는 별도 이름을 붙인 연면적 1만3000여㎡ 규모로 들어선다. 일부지만 한강조망, 석촌호수 조망이 가능한 세대도 있다.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는 단지 인근으로 지하철 2개 노선이 연결되는 더블 역세권이다. 지하철 2호선 성내역과 잠실역 사이에 위치하여 두 역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2012년 완공 예정인 향군 잠실타워·신동아타워는 테헤란로의 스타타워 규모로 개발 중이며 제2롯데월드가 2015년에 완공되면 이 일대 부동산시장의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입주는 2013년 6월 예정이다.

서희건설은 조합아파트인 ‘상도 서희 스타힐스’로 분양에 나선다. 서울시 상도동에 위치해 높은 층에서는 여의도63빌딩,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단지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아파트를 내놓는다. 분양가도 저렴한 데다 조망권까지 확보해 시세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주택형도 실수요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중소형 중심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4층~지상28층 3개동 총 238가구로 구성되며, 이중 59㎡(구 25평형)가 50가구, 85㎡(구 33평형)가 188가구다.

교통도 편리하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 도보 2분거리로 초역세권이고, 관악로, 올림픽대로, 한강대교의 이용이 편리해 강남과 여의도, 용산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서울시 고교선택제로 세화고, 세화여중고, 반포고, 영동고 등 강남 학군 이용이 가능하고, 서울대, 중앙대 등 명문사학과 노량진 학원가에 인접해 교육 프리미엄이 뛰어나다. 조합아파트이면서 특별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동·호수 지정이 가능하며 중도금 60% 이자후불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입주는 2013년 12월 예정이다.
동아건설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에 ‘용산 더 프라임’ 주상복합 아파트를 선착순 특별 분양하고 있다. 지상 최고 38층으로 오피스빌딩 1개동과 아파트 3개동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559가구로 38~59㎡ 112가구, 84㎡ 176가구, 114㎡ 88가구, 123~142㎡ 176가구, 239~244㎡ 7가구다. 용산 더 프라임의 가장 큰 특징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점이다.

아파트 구입 시
현장방문 필수

주거환경 면에서도 인근 주상복합과는 차별화된 특별함이 보여진다. 풍부한 녹지공간 확보를 통해 단지 안에 각종 테마공원을 다양하게 꾸민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작은 폭포가 설치될 노드파크, 분수광장, 초록정원, 포켓가든 등을 조성해 입주민의 주거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다. 더불어 외적으로는 남산, 민족공원, 효창공원 등의 조망을 극대화한 설계를 통해 입주민의 주거 환경 쾌적성을 높일 것으로 보여진다.

대우건설이 송도국제도시 첨단산업클러스터 Rm1부지 내 ‘송도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 아파트 1703가구를 공급한다. 전용면적 84~221㎡ 총 아파트 1703가구와 오피스텔 606실로 구성된 매머드급 단지인 이곳은 주상복합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아파트 단지같은 모습이다.

언더우드 국제대학과 의예과·치의예과가 신촌 캠퍼스에서 송도로 이전한다.  2012년부터 의생명과학 융·복합대학원, 동아시아대학, 커리큘럼 제휴 외국 대학 등이 문을 연다. 교통환경으로는 인천지하철 1호선 테크노파크역이 도보 5분 거리에 있으며, 인천대교, 제3경인고속도로, 제2서울외곽순환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송도지역 안에서도 입지가 뛰어나다. 25층부터 일부는 바다조망이, 일부 동은 공원조망이 가능하다.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선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 위치마다 전망이 다르기 때문에 아파트 구입 시 현장방문은 필수적이다. 우월한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아파트의 평면도와 배치도만으로는 잘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발코니, 부엌, 거실 등에서의 전망방향 여부와 공간 배치 조건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피스 빌딩, 지식산업센터도 조망권 중시 추세
층·방향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받는 현상 보편화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산, 강, 바다, 공원 등에 인접해 있다고 해서 모든 아파트가 조망권을 누리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망권마다 각각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한강변 아파트는 소음과 먼지가 많은 편이다. 반면 산이 가까운 경우는 여름에 모기 때문에 고생이고, 등산로가 가까이 있는 아파트 단지는 등산객 때문에 시끄러운 편이다. 그리고 바다에 인접한 아파트는 태풍이나 비바람이 잦고 염분 때문에 아파트 수명이 길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오피스 빌딩의 보증금과 임대료가 층별로 차별화되고 있다. 최신 설비와 고급 인테리어로 지어진 초고층 빌딩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조망권의 가치가 점차 높아져 고층일수록 임대료를 많이 받는 곳이 급증하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시장에서 저층일수록 분양가와 매매가, 전세가격 등이 낮은 가격 차별화가 오피스 빌딩과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까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 중 상당수가 층별로 임대료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새로 지어진 20층 이상의 연면적 4만9500㎡(1만5000평) 초과 대형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이 같은 임대료 차별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이들 빌딩은 층수별로 3~5개 단계로 나눠 임대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예 층마다 임대료를 달리 적용해 받는 빌딩도 등장하고 있는데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전망이 좋아지는 것을 감안, 기준층(20~30층)을 기준으로 한 층씩 올라갈 때마다 2%씩 임대료를 높여 받고 있다.

또 심지어 향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임대료는 남, 동, 서, 북 방향 순으로 비싸다. 뉴욕, 런던 등 선진국의 주요도시에서는 건물의 층과 방향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받는 추세가 보편화 되어 있고 사무환경도 주거환경만큼이나 중요시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 같은 임대료 세분화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조망권 마다
각각 문제점도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불리는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에서도 조망권의 가치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직원들의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환경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타워형 설계를 적용시켜 강과 산, 공원의 조망권 감상을 누리는 세태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고품격 외관을 갖추는 것은 이제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다.

향의 배치와 입주자들의 근무환경의 쾌적성의 여부에 따라 생산성과 능률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의 최적입지는 편리한 교통은 기본이고 대단지여야 하며 편의시설과 부대시설이 고루 갖춰져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망권과 향이다.

이에 따른 분양률의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은 분양을 할 때는 같은 평형이라도 조망권을 가늠 짓는 동, 향, 층에 따라 분양가를 달리 책정하는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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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