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보고픈 추억의 가족 여행지 ⑤경남 합천군

시간을 거꾸로 달려볼까? 합천으로 떠나는 추억 여행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을 선택할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갈까? 실제로 시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지만, 시간을 박제라도 하듯 일정한 시대에 맞춰놓은 곳이 있다. 바로 시대극을 촬영하기 위해 만든 세트장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7만5000㎡ 부지에 일제강점기의 경성,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평양, 1970~1980년대 서울의 주요 건물과 거리 풍경을 재현해놓았다. 태어나기도 전으로 날아가 잠시 그 시대 인물이 되어보고, 지나간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곱씹어 보는 시간 여행을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 배경
합천영상테마파크를 거쳐 간 영화 속 장면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 시가지 전투 장면을 촬영한 세트장이 인기를 끌자, 좀 더 다양한 세트를 만들어 테마파크로 조성한 것이 합천영상테마파크다. 1920년대 경성 거리와 1960~ 1970년대 분위기가 풍기는 건물, 1980년대 서울 거리와 골목 등이 빼곡하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 〈빛과 그림자〉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각시탈〉, 영화 〈마이웨이〉 〈모던보이〉 〈써니〉 〈암살〉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일제강점기나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대부분 합천영상테마파크를 거쳐 갔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넓은 부지에 150여 채 건물과 거리가 조성되어 전체를 둘러보려면 족히 2~3시간이 걸린다.

추억 속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은 가호역에서 출발한다. 테마파크가 위치한 가호리에서 이름을 따와 매표소를 기차역으로 정한 것. 역사에 걸린 시계는 바늘이 거꾸로 돌아간다. 문을 통과하는 순간, 100여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정면으로 곧장 걸어가면 서울의 고택 여러 채가 차례로 나온다.


김구 선생이 사저로 사용한 경교장, 이승만 대통령이 귀국해 살던 돈암장과 이화장 건물이다. 이화장은 현재 식당으로 돈암장은 공예 체험장으로 쓰인다. 돈암장을 지나면 수도경찰청과 종로경찰서, 혜민병원이 나오고 그 뒤쪽으로 평양 시가지 전투 세트장이 있다.

옛 서울 풍경
생생히 재현

종로경찰서 앞으로 길게 뻗은 거리는 일제강점기의 소공동 거리다. 그 끝에는 반도호텔이 마주 보고 있다. 영화 〈암살〉의 경성 거리 장면을 주로 여기에서 촬영했다. 소공동 거리로 접어들자 20대로 보이는 커플이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요즘 전주한옥마을이나 서울의 고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 찍는 게 유행인데, 이곳에선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준다. 고풍스러운 거리에 옛 교복을 입은 모습이 사뭇 잘 어울린다. 국도극장 건물 안에서 대여하며, 교복 외에 기모노와 옛 군복, 장군복 같은 특수 복장도 있다. 원구단 앞으로 기모노를 입은 여행객이 지나가는 모습이 마치 시대극 촬영장을 보는 듯하다. 

반도호텔 대각선으로 동화백화점 건물이 있고 근처에 전차가 보인다. 테마파크가 문을 연 초기에는 철로를 따라 전차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다. 전차 내부에 들어가 창문으로 내다보니 세트장이 훨씬 실감 나게 다가온다. 일제강점기 세트장의 마지막은 서울역이다. 시대에 맞게 ‘경성역’이라고 적힌 건물은 크기가 작을 뿐, 기억 속의 서울역과 똑같다. 

서울역을 지나면 남영역 철교 일대가 나타난다. 실감 나는 철교와 1960~1970년대 분위기가 풍기는 주변 건물이 인상적이다. 남영역 철교를 지나면 오른쪽이 국도극장, 왼쪽이 원구단이다. 교복 대여 장소가 가까워서 그런지 이 주변에 유난히 교복 차림 여행객이 많다.

서울 세트장 끝에는 영화 〈마이웨이〉에 등장한 일본 저택이 있다. 정원이 아름다운 이 건물은 숙박 시설로 사용 중이다. 큰길에서 벗어나면 장미여관, 대동서점, 촌놈국수 등 뒷골목에 어울리는 간판들이 정겹다. 추억의 뽑기를 해보고, 못난이 인형이나 옛날 콜라병 같은 소품으로 사진 찍기도 재미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차 세트와 서커스 공연장을 지나면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즐긴 시간 여행도 끝난다. 출구는 파프리카, 사과, 우리밀 제품 등 합천 특산물을 판매하는 합천로컬푸드직매장을 통과하면 된다.

색다른 추억
교복 대여

해인사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7km 남짓한 거리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이라서 걷는 내내 시원한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가 귀에 감긴다. 전 구간이 걷기 좋지만, 길상암에서 영산교에 이르는 800여m가 최고다. 물이 고여 옥빛이고, 절벽에 소나무가 굳건하다. 이 구간은 휠체어나 유모차도 편히 다닐 수 있다.

화엄종의 본산 해인사는 세계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 국보와 보물을 두루 간직한 천년 고찰이다. 장경판전은 대장경판 보호 차원에서 내부로 통과하는 문을 절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만 연다. 구광루 앞마당에는 만(卍) 자를 발전시킨 해인도가 인상적이다.

대장경테마파크는 팔만대장경의 제작 과정과 의미를 살펴보고, 장경판전의 과학성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재미있는 게임과 전시를 통해 대장경의 우수성을 익히는 어린이대장경실, 복합 입체 영상관인 대장경빛소리관, 야외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터와 롤러코스터, 인공 폭포도 볼 만하다.

일출과 일몰 명소 오도산(1120m)은 물결치듯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신비로운 운해가 장관이다. 산 아래 가야마을에서 꼭대기에 위치한 오도산 중계소까지 임도가 약 10km 구불구불 이어진다. 중계소 바로 아래 전망 데크가 세 군데 있다. 오르는 길 중간쯤 1962년에 생포한 한국 마지막 야생 표범 서식지 안내판이 보인다. 오도산자연휴양림에서 차로 약 40분,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왕복 6km 거리다.

황매산은 5월이면 진분홍 이불을 온 산에 휘감는다. 정상 아래 넓고 평평한 초지가 형성된 독특한 지형이다. 완만한 봉우리에는 4월에 진달래, 5월에 철쭉, 가을이면 억새가 흐드러진다. 철쭉 군락지 바로 아래 주차장이 마련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하기 쉽다. 주차장 옆 황매산오토캠핑장은 주말 예약 경쟁이 치열한 캠핑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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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문화 유적 답사 코스: 해인사→대장경테마파크→합천영상테마파크→황매산 철쭉
명소 탐방 코스: 오도산전망대→합천영상테마파크→황매산 철쭉

1박 2일 코스
첫째 날: 해인사→해인사 소리길→대장경테마파크→오도산전망대→오도산자연휴양림→숙박
둘째 날: 합천영상테마파크→합천 영암사지→황매산 철쭉

관련 웹사이트
· 합천군 문화관광 http://culture.hc.go.kr
· 해인사 http://www.haeinsa.or.kr
· 오도산자연휴양림 http://ohdosan.hc.go.kr
· 합천영상테마파크http://culture.hc.go.kr/sub/02_01_01_01.jsp
· 대장경테마파크 http://culture.hc.go.kr/sub/02_02_01_01.jsp

문의 전화
· 합천영상테마파크 055-930-3744, 055-930-3743(야간)
· 합천군청 관광진흥과 055-930-4666
· 황매산 055-930-4669
· 오도산자연휴양림 055-930-3733
· 해인사 종무소 055-934-3000
· 대장경테마파크 055-930-4801

대중교통(버스)
· 서울-합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6회(07:50∼18:40) 운행, 약 4시간 소요.
· 대구-합천: 대구서부정류장에서 하루 19회(06:30~22:00) 운행, 약 1시간 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대구서부정류장 1688-2824, 전국시외버스통합예약안내서비스 www.busterminal.or.kr,   합천시외버스정류장 055-931-4456, 해인사시외버스터미널 055-932-7362


자가운전
· 광주대구고속도로 고령 IC→좌회전→안림삼거리 좌회전→쌍림면 소재지→귀원교→매촌교차로→33번 국도→합천대교→합천 읍내→합천호수로→합천영상테마파크
· 통영대전고속도로 산청 IC→친환경로→거창·교육지원청 방면 좌회전→친환경로→봉산·신원 방면 좌회전→황산교삼거리에서 좌회전→신차로→합천·대병 방면 우회전→차황대병로→황매산터널→서부로→회양삼거리에서 합천댐 방면 좌측→합천호수로→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
· 삼가관광농원(연꽃인연): 삼가면 소오길, 055-934-4488
· 묵와고가: 묘산면 화양안성길, 055-932-6403
· 황매산오토캠핑장: 가회면 황매산공원길, 055-932-5880
· 오도산자연휴양림: 봉산면 오도산휴양로, 055-930-3733, http://ohdosan.hc.go.kr

식당
· 고바우식당: 산채모둠정식, 가야면 치인1길, 055-931-7311
· 솔밭쉼터: 생약채비빔밥, 가야면 가야산로, 055-931-6606
· 새길한우명가: 갈비살, 합천읍 동서로, 055-931-2793
· 합천황토한우프라자: 참숯양념구이, 합천읍 동서로, 055-931-1692

주변 볼거리
합천 영암사지, 황계폭포, 합천댐물문화관, 함벽루, 황강레포츠공원, 합천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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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