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2013 정계개편' 시나리오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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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심각한 계파갈등 "이참에 판 깨고 새판 짜자"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과 NLL 정치공방이 몰고 온 '나비효과'가 정치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여야 모두 깊숙이 가라앉아있던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은 이미 단순한 의견대립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계파갈등 끝에 굳건했던 여야의 양당구도가 깨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여의도에 나도는 심상찮은 '2013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외전'보다 치열한 '내전'이 시작됐다.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정원과 NLL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이라는 나비효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예사롭지가 않다. 대선기간 대선승리라는 대의를 목표로 1년 가까이 묵히고 묵혀 곪을 대로 곪은 갈등이 이제야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서운 나비효과
극단적 예측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과 NLL 나비효과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분당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마저 들려온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실공방을 놓고 친노(친노무현)계가 다시 당의 전면으로 부상하며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의원을 필두로 한 친노계는 대선패배 이후 두문불출하며 그동안 민주당의 중심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NLL 논란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30일 문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 두겠다"는 초강수 배수진을 치며 화려하게 정치권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친노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이 당권을 장악하고 활동영역을 넓혀가던 비노(비노무현)계로서는 무척 심기가 불편한 일이다. 비노계인 김한길체제가 출범한 지 이제 고작 2달이 지났다. 게다가 비노계는 친노계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좀 더 자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NLL이 뒤흔들어 놓은 정치권
대립 넘어 싸움으로 번진 계파갈등

갑작스런 친노계의 재등장에 비노계 일각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친노계가 국정원과 NLL 의혹에 대해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하는데 대해 비노계는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일례로 비노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계인 이해찬, 정세균 상임고문을 대놓고 공격했다.

그는 "요즘 막말 플레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 원내대변인(홍익표)부터 상임고문(이해찬)까지 합세해 뭘 하자는 거냐"고 따졌다. 이어 "이런 막가파식 발언이 무슨 도움이 되냐. 상임고문이 당에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을 깨서야 되겠냐.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득만 추구하는 독선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이해찬 상임고문이 당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 지칭하고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정보부와 인연이 질긴가. 국정원을 비호하면 당선무효 세력이 늘 것"이라고 발언해 대선불복 논란이 일어난 것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강경 친노
유화 비노


조 최고위원은 또 최근 장외투쟁론을 제기한 범(汎)친노계 정세균 상임고문을 겨냥해서도 "장외로 가자는 분이 있는데 장외투쟁이 능사냐"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대표 역시 "잘못을 지적할 때 말에 신중을 기해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며 조 최고위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친노계와 비노계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셈이다.

반면 친노계는 비노계가 주도하고 있는 당지도부의 무기력함을 질타하며 답답해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지난 15일 중진연석회의 등을 통해 김현, 진선미 의원을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에서 제척하고 국정조사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놓고 친노와 비노 의원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친노 의원들이 주축이 된 특위위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중이라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비노계가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친노계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해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막말과 장외투쟁, 대선 불복 등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친노 중심의 강경파와 의정활동 중심의 대여 공격을 이끌고자 하는 온건파 중심의 비노계 지도부가 맞서면서 현재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와 비노계는 끊임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는 친노계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친노계가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공세에만 치중했기 때문인데 친노계가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고 연일 강경대응만 주문하며 다시 당을 망치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대선 친노계의 책임론까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이미 의견대립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친노계 또한 비노계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친노계는 비노계에 대해 국정원과 NLL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앞에 두고 비노계가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 지지층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친노계와 비노계는 사실상 이미 섞이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사이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묵은 전쟁
친이 vs 친박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싸움은 좀 더 복잡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계파싸움은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 간의 갈등이다. 대선 이후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에서는 최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용이다"라는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친이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4대강 감사결과 발표 또한 국정원 사건 '물타기'의 일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 역시 국정원 사건의 나비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적이던 초기 감사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는 감사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친이계 입장에서는 감사원과 청와대의 공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정원 사건을 물타기 하기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것은 당내 친이계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친이계 힘 빼기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친이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은 감사원의 발표 이후 연일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권력기관이 정쟁을 유발하는 동기를 제공하면, 그 부담은 여권 전체가 지게 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과 양건 감사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친이계인 이병석 국회부의장도 이날 "최근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정치·코드감사"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친이계가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이계가 분당까지 염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친이계는 최근 이뤄졌던 당 지도부 인선에서 친이계가 철저하게 배제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가 떨어질 경우 ‘친이계의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NLL 대화록 발언 파문도 일종의 새누리당 내부 권력싸움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의원은 자신이 대선기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읽었다는 발언을 해 궁지에 몰렸었다.

민주당은 발언이 알려진 후 새누리당이 국정원으로부터 대화록 원문을 받아 선거공작에 활용한 증거라며 김 의원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편 김 의원의 대화록 발언이 나온 회의는 비공개회의였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누군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발언 내용을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김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2010년 박 대통령이 반대하던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고 친이계 의원들의 추대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되면서 박 대통령과 이미 한차례 갈라섰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당내 친박계가 김 의원이 당내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 같은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실상 친박과 김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새누리당 내 신주류 간 갈등의 신호탄이 된다. 김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상당수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김 의원의 영향력이 범박(범박근혜)계에 까지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만약 비박과 범박까지 아우르는 친김무성계와 친박계 간의 갈등이 표면화 된다면 당내 소수인 친이계와의 갈등과는 달리 당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리는 대규모의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친박 직계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김 의원의 대항마를 찾느라 분주하다는 후문이다.

거대 여야 양당구도 드디어 깨지나?
안철수 신당, 반사이익에 활짝 웃을까?

김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서청원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 김 의원을 견제하면 할수록 친김무성계와 친박계의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10월 재보선 직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고 차기 대권을 준비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김 의원이 이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면 친박계와 친김무성계 간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내부에선 친박계와 비박계의 복잡한 전선이 형성되어 있어 현재도 보이지 않는 계파싸움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그야말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싸움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과 NLL 파동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여야 당내 계파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계파싸움 끝엔 최악의 경우 여야 각 당이 분당되면서 그동안 굳건하게 이어져온 양당구도가 깨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이 여야의 분당설을 주장하는 근거는 과거와는 달리 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약해진데다 각 당에 구심점 역할을 할 존재가 없고, 계파 간 갈등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당이 일어난다고 해도 당이 둘로 쪼개지는 수준이 아니라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이들의 퇴출에 가까운 소규모 이탈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주류 친김무성
친박에 견제 받나?

한편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이 깊어질수록 주목을 받는 것은 '안철수 신당'이다. 계파갈등을 피해 각 당을 뛰쳐나온 인사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모여들 가능성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 경우 안철수 신당이 순식간에 원내 제3당으로 등장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과연 국정원과 NLL사건이 몰고 온 후폭풍은 여야의 정치지형을 어디까지 바꿔 놓을까? 날로 뜨거워지는 한여름의 열기와 정치권의 계파싸움에 대한민국의 온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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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