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2013 정계개편' 시나리오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3: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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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심각한 계파갈등 "이참에 판 깨고 새판 짜자"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과 NLL 정치공방이 몰고 온 '나비효과'가 정치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여야 모두 깊숙이 가라앉아있던 계파갈등이 수면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은 이미 단순한 의견대립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선 계파갈등 끝에 굳건했던 여야의 양당구도가 깨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여의도에 나도는 심상찮은 '2013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외전'보다 치열한 '내전'이 시작됐다. 벌써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정원과 NLL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이라는 나비효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예사롭지가 않다. 대선기간 대선승리라는 대의를 목표로 1년 가까이 묵히고 묵혀 곪을 대로 곪은 갈등이 이제야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서운 나비효과
극단적 예측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과 NLL 나비효과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분당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마저 들려온다.

우선 민주당의 경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실공방을 놓고 친노(친노무현)계가 다시 당의 전면으로 부상하며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의원을 필두로 한 친노계는 대선패배 이후 두문불출하며 그동안 민주당의 중심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NLL 논란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30일 문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있는 회의록 원본의 공개를 요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확인될 경우 정치를 그만 두겠다"는 초강수 배수진을 치며 화려하게 정치권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이후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친노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이 당권을 장악하고 활동영역을 넓혀가던 비노(비노무현)계로서는 무척 심기가 불편한 일이다. 비노계인 김한길체제가 출범한 지 이제 고작 2달이 지났다. 게다가 비노계는 친노계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좀 더 자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NLL이 뒤흔들어 놓은 정치권
대립 넘어 싸움으로 번진 계파갈등

갑작스런 친노계의 재등장에 비노계 일각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친노계가 국정원과 NLL 의혹에 대해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하는데 대해 비노계는 큰 불만을 품고 있다. 일례로 비노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계인 이해찬, 정세균 상임고문을 대놓고 공격했다.

그는 "요즘 막말 플레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 원내대변인(홍익표)부터 상임고문(이해찬)까지 합세해 뭘 하자는 거냐"고 따졌다. 이어 "이런 막가파식 발언이 무슨 도움이 되냐. 상임고문이 당에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쪽박을 깨서야 되겠냐.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득만 추구하는 독선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이해찬 상임고문이 당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 지칭하고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정보부와 인연이 질긴가. 국정원을 비호하면 당선무효 세력이 늘 것"이라고 발언해 대선불복 논란이 일어난 것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강경 친노
유화 비노


조 최고위원은 또 최근 장외투쟁론을 제기한 범(汎)친노계 정세균 상임고문을 겨냥해서도 "장외로 가자는 분이 있는데 장외투쟁이 능사냐"고 꼬집었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대표 역시 "잘못을 지적할 때 말에 신중을 기해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며 조 최고위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친노계와 비노계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셈이다.

반면 친노계는 비노계가 주도하고 있는 당지도부의 무기력함을 질타하며 답답해하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지난 15일 중진연석회의 등을 통해 김현, 진선미 의원을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에서 제척하고 국정조사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놓고 친노와 비노 의원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친노 의원들이 주축이 된 특위위원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중이라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비노계가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친노계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해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막말과 장외투쟁, 대선 불복 등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친노 중심의 강경파와 의정활동 중심의 대여 공격을 이끌고자 하는 온건파 중심의 비노계 지도부가 맞서면서 현재 민주당 내에서 친노계와 비노계는 끊임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는 친노계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친노계가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공세에만 치중했기 때문인데 친노계가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고 연일 강경대응만 주문하며 다시 당을 망치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대선 친노계의 책임론까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이미 의견대립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친노계 또한 비노계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친노계는 비노계에 대해 국정원과 NLL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앞에 두고 비노계가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여 지지층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친노계와 비노계는 사실상 이미 섞이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사이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묵은 전쟁
친이 vs 친박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싸움은 좀 더 복잡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계파싸움은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 간의 갈등이다. 대선 이후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에서는 최근 감사원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용이다"라는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친이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4대강 감사결과 발표 또한 국정원 사건 '물타기'의 일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발표 역시 국정원 사건의 나비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적이던 초기 감사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는 감사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친이계 입장에서는 감사원과 청와대의 공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국정원 사건을 물타기 하기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내세운 것은 당내 친이계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친이계 힘 빼기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친이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은 감사원의 발표 이후 연일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권력기관이 정쟁을 유발하는 동기를 제공하면, 그 부담은 여권 전체가 지게 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과 양건 감사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친이계인 이병석 국회부의장도 이날 "최근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정치·코드감사"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친이계가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이계가 분당까지 염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친이계는 최근 이뤄졌던 당 지도부 인선에서 친이계가 철저하게 배제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가 떨어질 경우 ‘친이계의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NLL 대화록 발언 파문도 일종의 새누리당 내부 권력싸움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의원은 자신이 대선기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읽었다는 발언을 해 궁지에 몰렸었다.

민주당은 발언이 알려진 후 새누리당이 국정원으로부터 대화록 원문을 받아 선거공작에 활용한 증거라며 김 의원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편 김 의원의 대화록 발언이 나온 회의는 비공개회의였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내부에서 누군가가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발언 내용을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김 의원은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2010년 박 대통령이 반대하던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하고 친이계 의원들의 추대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되면서 박 대통령과 이미 한차례 갈라섰던 경험이 있다. 따라서 당내 친박계가 김 의원이 당내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것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 같은 추측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실상 친박과 김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새누리당 내 신주류 간 갈등의 신호탄이 된다. 김 의원은 이미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상당수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김 의원의 영향력이 범박(범박근혜)계에 까지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만약 비박과 범박까지 아우르는 친김무성계와 친박계 간의 갈등이 표면화 된다면 당내 소수인 친이계와의 갈등과는 달리 당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리는 대규모의 전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친박 직계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김 의원의 대항마를 찾느라 분주하다는 후문이다.

거대 여야 양당구도 드디어 깨지나?
안철수 신당, 반사이익에 활짝 웃을까?

김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서청원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 김 의원을 견제하면 할수록 친김무성계와 친박계의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10월 재보선 직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고 차기 대권을 준비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김 의원이 이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면 친박계와 친김무성계 간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새누리당 내부에선 친박계와 비박계의 복잡한 전선이 형성되어 있어 현재도 보이지 않는 계파싸움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그야말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싸움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과 NLL 파동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여야 당내 계파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계파싸움 끝엔 최악의 경우 여야 각 당이 분당되면서 그동안 굳건하게 이어져온 양당구도가 깨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이 여야의 분당설을 주장하는 근거는 과거와는 달리 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약해진데다 각 당에 구심점 역할을 할 존재가 없고, 계파 간 갈등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분당이 일어난다고 해도 당이 둘로 쪼개지는 수준이 아니라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이들의 퇴출에 가까운 소규모 이탈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주류 친김무성
친박에 견제 받나?

한편 여야 내부의 계파갈등이 깊어질수록 주목을 받는 것은 '안철수 신당'이다. 계파갈등을 피해 각 당을 뛰쳐나온 인사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모여들 가능성도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 경우 안철수 신당이 순식간에 원내 제3당으로 등장하는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과연 국정원과 NLL사건이 몰고 온 후폭풍은 여야의 정치지형을 어디까지 바꿔 놓을까? 날로 뜨거워지는 한여름의 열기와 정치권의 계파싸움에 대한민국의 온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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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