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SNS 소통 정치’가 국군의 날인 1일, ‘좌아하게’ 발언을 기점으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지지층과는 유례없는 밀착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가 원수로서의 품격 논란부터 보안 관리 소홀,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의 부적절한 타이밍 등을 지적하는 야권의 공세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엑스, 옛 트위터)에 “정부의 국정 성과가 200건을 돌파했다. 대통령님 좀 쉬면서 하라”는 지지자의 글을 공유하며 “많이들 함께 해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좌아(左雅)하게는 대통령 팬 커뮤니티에서 ‘우아(優雅)하다’의 ‘우’가 우(右)파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좌파의 ‘좌’로 바꿔 쓰는 언어유희적 은어다. 본래 한자어 ‘좌아(坐衙)’는 ‘벼슬아치가 관아에서 집무를 보다’라는 뜻이 있지만, 온라인 지지층 사이에서는 특정 진영의 결속을 다지는 밈(Meme)으로 소비돼 왔다.
하지만 국군의 날이기도 한 이날,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북한 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이 부상을 당한 엄중한 시국에 국가 통수권자가 진영 은어를 사용하며 SNS에 몰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오늘은 국군의 날인데, 북한 지뢰 도발 관련 언급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다른 누리꾼은 “국민 대통합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자회견한 지 13일밖에 안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멘탈 나간 대통령이 운전하는 대한민국이 걱정된다”며 해당 문구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처럼 지지층과의 직접 소통을 명분으로 한 이 대통령의 SNS 정치가 반복되는 설화와 논란으로 이어지며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의 SNS 활용은 더욱 과감해지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21~27일 뉴욕 유엔총회 순방 기간에도 부동산, DMZ 지뢰 폭발 등 29건의 게시글을 올리며 원격 정치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달 29일에는 ‘대외비’라고 적힌 청와대 내부 보고 문건 사진을 SNS에 그대로 공개해 보안 관리 문제까지 불거졌다.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 성과를 알리려는 취지였지만, 문건 하단에 ‘선관위 특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 투표용지 재검표’라는 내용 일부가 노출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형 사고를 친 것이 확실하다”며 “대외비 문건 공개는 명백한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청와대는 “수사 정보가 아니라 경찰청이 치안 상황을 파악해 보고한 내용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국가 기밀 관리의 허술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로 전날에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반대 여론에 두 차례나 직접 글을 올리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어제 X에만 10개의 글을 올리며 네티즌과 설전을 벌였다”며 “그럴 시간에 치안 공백을 막을 수 있는 대책부터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상 국정은 포기하고 인터넷 셀럽으로 전업한 것”이라고 맹폭했다.
물론 여권에서는 옹호론이 나온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유튜브 채널 ‘민티07’에서 “세상을 옛날 문법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과하다 싶으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두둔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대통령 본인 역시 전날 “SNS는 저와 국민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 통로”라며 “모든 언론 기득권자들이 나서 저를 고립시키고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 사실로 음해하며 공격할 때 저와 국민들을 연결시켜 진실을 알리고 저를 살려 준 것도, 저를 지금의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것도 SNS”라고 소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인 방송인 김어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알고리즘 감옥에 갇힐 우려가 있다”며 외부 글 인용 자제를 권고했으나, 이 대통령은 “누군가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그의 모든 과거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라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군이 북한 지뢰 발표하는 와중에도 김어준과 X로 키배(키보드 배틀)뜨는 이 대통령”이라며 “국군의 발목이 잘리고, 북한군 포로가 송환된 중차대한 외교·안보 현안이 발표되는 와중에도, 키배에 혈안이 돼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기고 있을 대한민국 대통령을 상상하니 참으로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SNS 정치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라는 명분과 안보 경시·보안 불감증·국가 원수의 격조 상실이라는 비판 사이에서 평가가 첨예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국정 운영의 책임과 통합을 지향해야 할 이 대통령에게는 앞으로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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