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0원→20억원→0원…동아시아문화센터 3년째 부실 공시 논란

18억 주식 보유 불구 ‘0원’ 신고
이듬해 20억원어치 보유 확인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147억원을 출연한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최근 3년간 결산공시 과정에서 보유 주식을 누락하거나 처분 내역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무상태표에는 수십억원 규모의 주식 관련 자산이 잡혀 있었지만 별도의 자산현황표와 주식 보유·처분 명세에는 ‘0원’으로 기재된 사례가 확인됐다. 이후 20억원이 넘는 주식이 보유 자산으로 나타났다가 이듬해 다시 사라졌지만 처분 시점과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명세는 공시되지 않았다.

지난 20일 <일요시사>가 동아시아문화센터의 2023~2025년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분석한 결과, 재단은 2023년 재무상태표에 단기매매증권 18억1314만2311원을 기재했다.

하지만 같은 결산서류의 자산현황표 ‘주식 및 출자지분’ 항목과 부표2 ‘주식 등의 출연·취득·보유 및 처분 명세서’에는 보유액을 0원으로 신고했다. 한 재단의 동일 연도 결산서 안에서 주식 관련 자산의 존재 여부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2023년 말 재단이 실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정황은 2024년 결산서류에서 확인된다. 2024년 부표2에 따르면 재단은 그해 알파벳A 2200주, LG화학 562주, 삼성전자 3563주를 매각했고 엔비디아를 취득했다. 또 애플 1625주와 마이크로소프트(MS) 935주는 별도의 취득 내역 없이 보유 종목으로 기재됐다.

이를 역산하면 재단은 2023년 말 알파벳A·LG화학·삼성전자·애플·MS 등 5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주가와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한 평가액은 약 18억1314만원으로, 재무상태표에 적힌 단기매매증권 18억1314만2311원과 사실상 일치한다.

그런데도 2023년 자산현황표와 주식 명세서에는 보유 주식이 ‘0원’으로 기재됐다. 즉 재무상태표에는 약 18억원의 주식이 존재하지만, 주식 보유 명세에는 단 한 종목도 나타나지 않는 구조다. 재단 외부 자료에서도 유사한 수치가 확인된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가 지난해 7월 국세청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2023년 유동자산이 약 52억원이고, 이 가운데 단기투자자산 32억원, 단기매매증권 18억원으로 기재돼있다.

재단이 같은 해 자산현황표와 주식 명세서에서 주식 보유액을 0원으로 신고한 것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2025년 공시다. 2024년 말 재단이 보유한 주식은 총 20억1649만원 규모였다. 애플 5억9819만원, MS 5억7933만원, 엔비디아 8억3898만원 상당인데 그해 말에는 이 주식 자산이 모두 사라져 보유액이 0원이 됐다.

문제는 2025년 결산공시에는 부표2가 첨부되지 않아 이 주식들이 언제, 어떤 가격에 처분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단의 주식 자산이 1년 사이 20억원 규모에서 ‘0원’으로 바뀌었지만, 처분에 따른 현금 유입과 이후 자금의 이동 경로는 공시자료만으로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기간 단기투자자산의 규모다. 2024년 말 75억8082만원이던 단기투자자산은 2025년 말 98억6416만원으로 22억8334만원 증가했다. 주식 계정에서 약 20억원의 자산이 사라진 시기에 단기 금융자산은 비슷한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다만 주식 처분 대금이 단기투자자산 증가분 가운데 얼마를 차지하는지는 현재 공개된 결산자료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2025년 운용소득 사용명세서에는 하나증권을 통한 금융자산 취득에 11억5273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기재돼있다.

총자산 공시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발견됐다. 2024년 4월 공개된 2023년 원공시본에는 내부 계정인 ‘수익사업출자금’ 70억2826만원이 통합 재무상태표에서 제대로 조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목적사업과 수익사업에 동일한 금액이 중복 반영되면서 총자산이 실제 152억원 수준임에도 222억원으로 공시된 것이다.

이후 재단은 2024년 10월 28일 재공시를 통해 총자산을 152억원으로 낮췄으나 재공시 과정에서 정정 사유란은 비어 있었다. 총자산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70억원 규모의 수치를 바로잡으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해당 금액은 시민단체가 국세청 고발 과정에서 성격과 사용처를 밝혀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기타비유동자산 70억원과도 연결된다.

공시자료의 소재지 역시 일관되지 않았다.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동아시아문화센터는 2024년 주사무소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종로구 사직동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2024년과 2025년 결산서류의 자산현황표에는 이전 주소인 연희동이 그대로 기재돼있었다.

2025년 공시자료에서도 자산현황표에는 연희동 주소가, 세무확인서에는 종로구 사직동 주소가 적혀 서로 다른 주소가 병존했다. 각각의 오류가 단순한 작성상 착오인지, 아니면 재단의 자산 및 회계 상태를 파악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인지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김 여사의 출연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24년 8~9월을 전후해 과거 결산공시도 잇따라 수정했다. 2017~2023년 중 6개 회계연도의 결산공시가 정정됐고, 2023년 기부금 이월 잔액은 기존 0원에서 97억6600만원으로 바뀌었다.

재단 설립 당시 결산서에 ‘노소영 1000만원 현금 출연’으로 기재됐던 항목도 이후 5억원으로 수정됐다. 특히 97억6600만원의 기부금 이월 잔액에는 김 여사가 2020년 출연한 95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잇단 정정은 단순 회계 오류인지, 아니면 공익법인의 자금 운용과 관련한 보다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공익법인의 출연재산 운용과 관련해서는 세법상 별도의 의무가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을 일정 기간 내 직접 공익목적사업 등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출연재산을 공익목적사업에 충당하기 위해 수익용·수익사업용 재산으로 운용하는 경우에는 세법상 ‘사용’으로 인정될 수 있어 단순히 금융자산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제 과세 여부는 금융자산의 취득 경위와 운용 목적, 운용소득의 사용 내역 등을 종합해 과세당국이 판단해야 한다.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자산 구성을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자산 형태가 크게 바뀐 것도 눈에 띈다. 재단은 2024년 11월 청운동 건물을 47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단기투자자산은 43억9469만원 증가했다. 부동산 자산이 금융 자산으로 상당 부분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름이다.

이듬해에는 약 20억원 규모의 주식이 장부에서 사라지는 동시에 단기투자자산이 22억8334만원 증가했다.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다시 주식에서 금융상품으로 자산의 형태가 바뀐 셈이다. 그럼에도 재단 전체 자산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24년 말 총자산은 179억9326만원, 2025년 말에는 179억5911만원으로 3414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즉 자산의 규모보다 자산의 형태가 바뀌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공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익사업 지출에서도 논란이 이어진다. 동아시아문화센터의 2025년 결산서류에 따르면 재단은 2024년 운용소득 19억1630만원 가운데 법정 기준에 따라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할 금액을 15억3304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실제 공익목적사업 지출액은 2억9987만원에 그쳤다. 단순 계산하면 기준액과 실제 사용액 사이에 12억3316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반면 같은 기간 재단이 하나증권을 통해 금융자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고 신고한 금액은 11억5273만원이다.

공익사업에 직접 사용한 금액과 금융자산 취득에 사용한 금액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이 12억3316만원 전액이 곧바로 가산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익법인의 공익목적사업 사용실적은 해당 사업연도뿐 아니라 직전 4개 사업연도의 평균 사용실적 등을 함께 고려해 세법상 기준미달사용액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재단이 신고한 5년 평균 사용기준액은 3억660만원, 사용실적은 5997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용하면 5년 평균 부족액은 2억4663만원이며, 재단 신고 수치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가산세는 약 2466만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실제 가산세 부과 여부와 금액은 운용소득의 구성과 직전 연도 사용실적, 자산의 세법상 성격 등을 확인한 뒤 과세당국이 판단할 사안이다.

재단의 공익사업 지출 가운데 장학금과 행사비 등에 사용한 금액은 7125만원으로 나타났다. 2025년 말 총자산 179억5911만원과 비교하면 약 0.4% 수준이다. 반면 단기투자자산은 98억6416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절반을 넘었다.

2024년에는 애플·MS·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 주식 약 20억원어치를 보유했고, 삼성전자 3563주와 LG화학 562주, 알파벳A 2200주 등을 매각한 것으로 공시됐다. 과거 결산자료에는 와인 약 1015만원, 미술품 약 1701만원을 매입한 내역도 확인된다. 이 같은 자산 운용이 재단의 정관상 목적사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2012년 설립 당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5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김옥숙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 147억원을 출연했다. 2022년 설립된 노태우센터에 출연한 5억원까지 합치면 두 재단에 들어간 김 여사의 출연금은 152억원에 달한다.

검찰이 지난 8월21일 김 여사의 연희동 자택과 동아시아문화센터,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 자금의 출처와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재단 관계자와 노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전직 비서관 등을 조사한 데 이어, 이혼소송 과정에서 이른바 ‘김옥숙 메모’를 제출한 노소영 관장에게도 참고인 소환을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 측은 김 여사의 출연금이 부동산과 주식, 금융상품 등으로 형태를 바꾸면서 재단 내부에 남아 있었던 점을 근거로 이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과 연결된 자금 흐름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결산자료만으로 147억원의 출연금이 실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국 검찰 수사의 핵심은 재단의 회계상 오류 여부를 넘어 김 여사가 출연한 147억원의 최초 자금 원천과 그 돈이 재단에 들어온 뒤 어떤 계좌와 자산을 거쳐 이동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의혹은 노소영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이른바 ‘김옥숙 메모’를 제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지난 8월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 재단 출연금과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김 여사가 두 재단에 152억원을 출연했다는 사실과 재단 내부의 여러 회계·공시상 불일치다. 이제 남은 것은 ▲147억원은 어디에서 왔는가 ▲주식 20억원은 언제, 어떤 가격에 처분됐으며 그 돈은 어디로 이동했는가 ▲70억원의 총자산 중복 계상은 왜 발생했는지 각각의 숫자를 연결하는 일이다.

또 공익사업에 사용해야 할 운용소득과 실제 금융자산 취득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 모든 자금 흐름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과거 비자금과 실제로 연결돼있는지 여부다.

재단의 결산공시만으로 비자금 은닉을 입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복된 공시 정정과 주식 보유액의 불일치, 대규모 금융자산 운용, 부동산 매각 이후 자산 재편은 향후 계좌추적과 회계자료 분석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자료로 남게 됐다.

30여년 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서 끝난 줄 알았던 자금의 행방이 다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가운데, 이번 수사의 성패는 결국 재단 장부에 찍힌 숫자들을 실제 돈의 이동 경로와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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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