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라도 과일왕’ 현대판 노예계약 의혹

왕이 되고픈 젊은 사업가의 몰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왕’이 되고 싶었던 걸까. 30대 젊은 대표는 벌이는 사업마다 상호에 ‘왕’을 넣었다. 사업은 이름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그는 군림했고 다른 사람들을 신하로 여겼다. 거듭되는 폭정에 결국 난이 일어났다.

매일 새벽 과일 도매시장으로 출근, 시장을 뛰어다니며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찾던 남자가 있다. 30대 초반 남자가 친구를 돕다 자신의 사업을 차려 독립하는 모습에 미디어는 ‘신화’라는 찬사를 보냈다.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젊은 사업가. 화려한 외향에 많은 사람이 현혹됐다. 5년여가 지난 현재, 신화는 끝났다.

계약서는
프랜차이즈

코로나19는 유통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감염병의 창궐로 오프라인 시장이 사망 선고를 받자 반대급부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딸깍’ 몇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하루이틀 사이에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너도나도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시장의 팽창으로 경쟁이 심해지자 유통 과정에 변주를 주는 방식이 생겨났다. 온라인 채팅방 등을 통한 공동구매 시스템도 그중 하나였다. 판매자는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소비자를 모은다. 소비자는 채팅방에 판매자가 올리는 물품을 살지 말지 의사를 표한다. 계좌이체 등을 통해 물품 대금을 지급하면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온라인 쇼핑몰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방식은 물품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대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공동구매, 즉 공구 인원이 늘어날수록 물품이 싸지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공구 방식은 단점도 뚜렷했다. 특히 물건을 확실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했다. 판매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소비자의 돈을 들고 도망가면 말 그대로 답이 없었다. 또 과일이나 채소 등 신선 식품은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온라인 주문, 오프라인 픽업 방식이 생겨났다.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주문을 받는 건 같지만 물건은 소비자가 직접 지정된 매장으로 가서 받는 것이다. 계산도 매장에서 진행한다. 과일이나 채소, 생선 등 신선도가 생명인 물건도 직접 품질을 확인한 뒤 거래할 수 있고 대면으로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이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의 온라인 직거래가 아닌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거래가 이뤄지면서 유통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또 이 과정에는 유통업자와 오프라인 매장 운영자 사이에 일종의 계약 관계가 발생한다. 이 관계가 본사와 가맹점으로 묶인 게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30세에 전남 지역서 시작
온라인+오프라인 방식으로

박모 대표도 이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농수산물시장에서 친구와 함께 일하던 그는 전남 지역에서 노점으로 시작해 2023년 10월 ‘과일왕’이라는 상호를 달고 매장을 냈다. 당시 그의 나이 30세였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에는 박 대표가 좋은 품질의 과일을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새벽 시장을 누비는 모습이 올라왔다.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과일왕의 네이버 밴드는 성황을 이뤘다. 해당 밴드는 지점별로 구분돼 있는데 참여자가 많은 채팅방은 그 수가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점이 잠재적 소비자를 1000여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과일왕 상호를 단 매장이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여럿 생겨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유통을 맡았다. 서울, 광주 등의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새벽마다 열리는 경매를 보고 각종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공판장으로 간다. 각 매장의 점주들이 공판장에 모여 그날 판매할 물품을 받아 장사를 시작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과일왕 상호를 단 매장은 19개였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기준 매장 수는 10개로 급감했다.

과일왕 상호를 뗀 점주들이 문제 삼은 건 박 대표의 횡포였다. 점주들은 본사의 갑질이 극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물품 공급부터 판매 가격, 물량, 심지어 매장 휴가 기간까지 박 대표가 통제했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엄연히 계약을 통해 묶인 관계인데 (점주들을) 직원도 모자라 신하나 시녀처럼 여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과일왕 법인과 점주 사이의 계약서를 보면 프랜차이즈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 여럿 확인된다. 일단 ‘본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본사는 아래 기재된 판매점에 ‘과일왕&ALL바름’ 및 기타 본사가 지정 또는 사용하는 등록 상표 및 상호의 사용을 승인하며 판매점은 이를 수락한다'는 문구가 계약서 제2조(판매점 가입)에 나온다. ALL바름은 박 대표가 과일왕에 이어 낸 상호로, 몇몇 매장은 현재 이 간판을 달고 있다.

시작은
노점서

물품도 본사를 통해서만 받도록 했다. ‘판매점은 과일왕&ALL바름의 상품을 찾는 고객에게 좋은 맛과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본사가 공급 또는 지정하는 상품 및 제품만을 취급해야 한다’고 제7조(상품 및 제품의 공급과 가격) 항목에 기재했다. 상품의 공급가, 판매가도 본사가 정한다고 했다.

‘계약금 및 보증금(제4조)’ 명목의 돈도 오갔다. 과일왕 법인은 ‘판매점은 본사가 제공하는 상호, 상표 및 사업상의 판매 수익 창출을 위한 안전한 공급 대가로서 ○○○만원을 본사에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같은 항목에 ‘본사는 판매점의 상권을 지켜주고 안전한 공급에 대해 책임진다’는 문구도 넣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가맹사업거래의 요건으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 영업 표지 사용을 허락 ▲가맹점사업자는 일정한 품질 기준이나 영업 방식에 따라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 ▲가맹본부가 경영 및 영업 활동 등에 대한 지원, 교육 및 통제 등을 수행 ▲가맹점사업자가 영업 표지의 사용과 경영 및 영업 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의 대가로 가맹금 지급 ▲계속적인 거래관계 등을 명시했다.

점주들은 “동일한 간판, 독점적 물품 공급, 가맹비 등 박○○은 가맹사업을 한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프랜차이즈 사업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점주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위법 사항이 언급된다. 하나는 가맹점주가 본사의 일반현황, 가맹사업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기재한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은 점, 또 하나는 가맹비 명목의 돈을 개인 계좌로 받은 점 등이다. 가맹사업법상 가맹금은 반드시 은행 등 제3의 예치기관을 통해 입금받아야 한다.

쉬는 날도
통제했다

점주들의 주장에 따르면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인 사업처럼 했다. 실제 일부 점주들은 계약조차 맺지 않고 지점을 운영했다. 박 대표의 어린 시절 학원 선생님, 테니스 선생님 등 지인에서 시작된 관계도 여러 명이었다. 2000만원, 3000만원 혹은 무료 등 계약금 및 보증금 액수도 중구난방이었다.

또 점주들은 ‘마진 구조’가 심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점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점주들에 따르면 박 대표는 중도매인 자격이 없다. 중도매인은 경매 등에 직접 참여해 물건을 구매하고 이를 소매상 등에게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허가가 필요하다. 대신 박 대표는 각 물품의 중도매인과 관계를 맺고 거래를 트는 방식을 택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점주들이 최초 구매가격을 모르고 물품을 공급받았다는 점이다. 즉 점주들이 물품을 받는 과정에서 듣는 건 ‘얼마에 팔아라’, 즉 판매가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유통하는 과정에서는 단계마다 마진이 붙는다. 유통업자,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물건이 가기까지 각 단계에서 이익을 보는 정도의 액수를 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유통 단계가 복잡할수록 물품 가격은 높아진다.

한 점주는 “이 장사는 많이 팔수록 이득이 생기는 ‘박리다매’ 방식이다. 싸게 많이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박○○은 본인만 박리다매 방식을 취했다. 얼마에 사 왔는지 점주들한테 공유하질 않으니 마진을 얼마나 붙인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며 “본인이 돈을 받기 위해 영수증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그제야 최초 구매가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물품을) 박○○이 정해준 가격에 반드시 팔도록 했다. 박○○이 정해준 가격으로는 도저히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한 지점의 점주가 마진을 조금 더 붙여 판매한 적이 있는데 박○○이 과일왕 통합 밴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폭리’를 취한다고 저격했다. 매장 자체가 동네, 단골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본사 대표의 공격은 타격이 컸다. 네이버 밴드, 유튜브 방송으로 점주들을 쥐락펴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개 육박했던 매장 수 절반
공정위 신고에 형사고소까지

그러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건 일정 수준의 이익이 담보되기 때문 아니냐. 하지만 과일왕은 매장을 유지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였다.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하는데 수중에 돈이 안 남는 희한한 일이 반복됐다. 또 박○○은 물품을 많이 샀다 싶으면 그걸 지점에 넘겼다. 재고는 쌓이고 인건비, 차량비, 임대료, 물품 구매비 같은 고정비는 매달 나가니 버티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를 믿고 매장을 차렸던 점주들 가운데 일부는 폐점에 이르렀고, 한 점주는 수천만원의 빚을 져 현재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절 이후엔 2주가량 매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할 때는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한 점주는 “본인이 쉬어야 한다고 했다. 물건을 본사에서밖에 받을 수 없으니 박○○이 쉬면 매장도 쉬는 거다. 추석, 설 때마다 그랬다”고 말했다.

점주들에 따르면 말을 듣지 않는 이들에 대한 보복도 철저했다. 한 점주는 “참다 참다 과일왕과 거래를 끊었는데 우리 매장 바로 뒤에 지점을 내줬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해당 점주는 다른 지점처럼 ‘제품 공급 및 판매점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과일왕(○○점) 양도‧양수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해당 점주는 과일왕의 한 지점을 아예 박 대표로부터 사버린 것이다. 거래대금은 2억원이었다. 그럼에도 해당 지점은 다른 곳과 동일하게 운영됐고 똑같이 박 대표의 통제를 받았다. 역으로 말하면 해당 점주는 가맹비로 2억원을 낸 셈이다. 그리고 현재는 박 대표가 내준 새로운 과일왕 매장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계약서 제12조(상권)에 ‘상권 및 영업 지역은 변경 상호 합의 후 결정한다’는 문구가 무색할 정도다.

법정 공방
쌍방 가나

점주들은 “대부분 점주가 장사를 처음 한다. 박○○ 말만 믿고 뭣 모르고 덤볐다가 된통 당하는 중”이라며 “박○○은 과일왕에서 문제가 일어나자 ‘ALL바름 마켓’으로 간판 갈이했다. 지금도 가맹 모집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점주들은 공정위 신고, 형사고소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선 기자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울먹인’ 과일왕의 해명 
가맹사업 부인 “픽업 매장”

과일왕 박모 대표는 지난 16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30분가량 울먹였다.

과일왕 전 점주들이 박 대표가 가맹사업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각 지점은 ‘픽업 매장’이었을 뿐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내가 무지하다 보니 계약서에 가맹비로 적어서 받게 됐다”며 “가맹 모집을 한 건 아니고 손님들이 직영 매장을 이용하다가 다른 지역에도 할 수 없냐고 문의를 많이 주셨다. (물건을) 픽업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면 안 되겠냐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가맹 아닌 가맹처럼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픽업 매장이 있고 물건을 납품해야 하기에 보증금 형식으로 돈을 받은 매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비용을 받지 않았다. 일부 점주들은 매장을 2~3개씩 운영했는데 아예 (보증금을) 받지 않은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밴드 등을 통해 소비자가 모인 건 ‘자신의 얼굴을 보고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나는 매장을 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없다. 하고 싶다고 찾아오신 분이 많았는데 거절하다가 (일부 사람들이) 픽업 매장으로서만 하게 해달라고 해서 밴드를 만들었다”며 “가맹이라고 하면 (본사가) 내부 인테리어나 이런 걸 하도록 하지만 나는 다 알아서 하시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먹고살게 해달라는데”

점주들이 돈을 벌지 못했다며 마진 구조에 대해 비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돈을 못 버는 데 이걸(매장) 했겠나. 돈을 못 버는데 매장 하나를 더 해달라고 말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물론 장사가 가게마다 잘 됐겠나, 안 되는 데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힘들어서 그만하겠다고 하면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게 돈도 돌려줬고, 가게를 파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님들이 내 얼굴을 보고 오는 건데 지점이 문을 닫으면 내가 장사를 못한 거나 다름없지 않나. 그분들이 피해 보도록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억울함도 토로했다. 박 대표는 “문제를 제기한 점주들이 장사가 잘될 것 같은 곳에 매장을 하나 더 내달라 했는데 내가 거절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쌓였다가 터진 것 같다. 직원들하고도 트러블이 굉장히 많았다”며 “자기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지점을 하셨던 분들 가운데 저한테 도움 안 받은 데는 한 곳도 없다. 차도 빌려주고 힘들다는 분은 월급도 챙겨줬다. 배달까지는 안 해 드리는데 일부 지점은 해드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느냐는 질문에는 “힘들다고, 먹고살게 도와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라고 울음을 터트렸다.

현재 박 대표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점주들의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형사고소 등에 대응하고 있다.

박 대표는 “한 점주가 네이버 밴드에서 2000명이 넘는 회원을 새벽에 다 탈퇴 처리해 버리고 그분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새로 밴드를 만들었으니 가입하라고. 네이버 밴드 회원은 내 개인 자산이지 않나. 일부 회원들이 개인 정보가 유출된 부분에 대해 기분이 나쁘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들에게 위임받아 개인정보 유출 관련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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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