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20시’ 딜레마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9.22 13:25:14
  • 호수 1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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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편의 뒤 숨은 청구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내 주식시장이 오후 8시까지 연장됐다. 직장인도 퇴근한 뒤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은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래 시간이 늘어난다고 투자 기회와 시장 유동성까지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정된 거래량이 길어진 시간대와 복수 거래소로 흩어지면서 호가 공백과 가격 왜곡,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는 지난 14일부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되는 애프터마켓을 개설했다. 정규 시장인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거래한 뒤 30분간 시간 외 종가매매를 거쳐 오후 4시부터 다시 실시간 거래가 시작되는 구조다.

쪼개진 시장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노동자들에게는 사실상 ‘12시간 주식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거래 시간 연장이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제도인지, 거래소 간 점유율 경쟁의 비용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퇴근하고도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KRX가 내세운 애프터마켓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던 시간 외 단일가매매는 폐지된다. 종전에는 10분마다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했다. 앞으로는 매수·매도 호가가 맞으면 정규장처럼 즉시 거래가 이뤄진다.

연장된 시간 동안 시장가 주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지정가와 최우선·최유리지정가 주문만 가능하며 전일 종가 대비 ±30%의 가격 제한폭 과 변동성 완화장치(VI)가 적용된다. 넥스트레이드(NXT)가 애프터마켓에서 600여개 종목을 거래하는 것과 달리 KRX 애프터마켓에서는 관리가 필요한 일부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주식 대부분을 사고팔 수 있다. ETF와 ETN은 거래 대상에서 빠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편리해졌다. 근무시간과 정규 시장 운영시간이 겹쳐 주문을 내기 어려웠던 직장인도 퇴근 뒤 기업 공시와 해외시장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정규장 마감 이후 나온 실적 발표나 대규모 계약, 유상증자, 최대주주 변경 등의 정보도 다음 날 오전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 시간이 늘었다고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게 영업 시간을 늘려도 손님 수가 그대로라면 시간마다 찾는 손님은 줄어드는 것과 같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오후 8시까지 장을 열어도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저녁에는 거래 상대가 적어질 수 있다.

팔려는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안 되거나, 급히 팔기 위해 원하는 가격보다 싸게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는 매수·매도 호가 사이가 벌어지고, 적은 주문만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오후 4∼8시 실시간 거래
하루 거래 사실상 12시간

사려는 사람은 있는데 팔려는 사람이 없거나, 팔려는 사람은 있는데 받아줄 매수자가 없는 이른바 ‘호가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시간 외 시장에서는 정규장보다 거래 상대방이 적어 주문이 일부만 체결되거나 아예 체결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적은 거래량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투자자가 정규장보다 불리한 가격에 거래할 가능성도 시간외매매의 대표적인 위험으로 꼽힌다. 시장이 둘로 나뉘는 문제도 있다. 한국에서는 KRX와 NXT가 같은 시간대에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게 됐다.

문제는 복수 시장 체제에서 특정 거래소의 호가와 체결 가격이 다른 거래소보다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주식이라도 KRX와 NXT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증권사 시스템이 두 곳의 가격을 비교해 더 유리한 곳으로 주문을 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늦어지거나 오류가 나면 투자자가 불리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전산 투자와 운영 인력에도 차이가 있다. 모든 증권사에 같은 시점까지 동일한 제도 대응이 요구되지만,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인력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SOR, 주문·결제 시스템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 문제도 남는다. 시간 외 시장은 기관투자자와 시장조성자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기업 공시나 해외발 뉴스가 나온 직후 정보 해석 능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먼저 반응하면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정규장이 다시 열렸을 때 기관과 외국인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전날 저녁 형성된 가격이 급격히 되돌려질 수도 있다. 거래 시간 연장이 개인 투자자의 과잉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근무시간에만 열릴 때는 직장인이 시세를 계속 확인하는 데 물리적인 제약이 있었다.

호가 얇아지고 가격 출렁 지적
소형주 ‘저유동성 덫’ 우려도

투자 편의가 늘어난 만큼 충동 매매와 단기 투자, 이른바 ‘빚투’의 노출 시간도 함께 늘어나는 셈이다. 투자자는 낮 동안 벌어진 주가 변동을 퇴근 뒤 뒤늦게 확인하고 추격매수하거나 공포에 손절할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 시간이 늘수록 수수료 수익을 얻을 기회가 커지지만 투자자가 더 자주 거래한다고 수익률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KRX가 추진했던 오전 7시 프리마켓과 오후 8시 애프터마켓 신설에 반대하며 거래 시간 확대가 증권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식시장이 오전 9시에 열린다고 증권사 직원이 그 시간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다. 리서치와 운용, 영업, 전산, 시장 감시 담당자는 개장 전부터 해외시장과 기업 공시를 확인하고 주문 시스템을 점검한다.

장이 오후 8시에 끝난 뒤에는 주문 정리와 고객 민원, 매매 내역 확인, 결제 및 전산 점검 업무가 남는다. 별도의 교대조와 추가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거래 시간 4시간 연장이 기존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을 그대로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각국 시장이 거래 시간을 경쟁적으로 늘릴 경우, 오히려 투자 매력이 높은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쏠리고 경쟁력이 낮은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정규장 전후로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나스닥은 올해 SEC로부터 하루 23시간 거래 체계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은 시간 외 거래에 대해 낮은 유동성, 넓은 호가 차이, 높은 변동성, 거래 시장별 가격 차이, 뉴스에 대한 과잉 반응 등을 별도의 위험으로 경고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2024년 거래 종료 시각을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늦췄다. 연장 시간은 30분에 불과했고 종가 형성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마감 동시호가 제도도 함께 도입했다. 홍콩 증권시장은 오후 4시에 연속매매를 끝내고 마감 동시호가를 거쳐 오후 4시8∼10분 사이 장을 마친다. 일본과 홍콩의 사례를 보면 아시아 주요 거래소가 모두 저녁까지 현물 주식시장을 여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정반대 논의도 있었다. 유럽금융시장협회(AFME)와 영국투자협회(IA)는 긴 거래 시간이 유동성을 얇게 분산시키고 금융 노동자의 정신건강과 일·생활 균형을 해친다며 유럽 주식시장의 거래 시간을 90분 줄이자고 제안했다.

누구를 위해?

짧은 시간에 거래를 집중하는 것이 시장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결국 핵심은 오후 8시까지 거래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그 시간에 충분한 매수·매도 주문이 존재하는지, KRX와 NXT 사이에서 투자자가 불리한 가격을 받지 않는지, 소형주 가격이 일부 주문에 휘둘리지 않는지, 증권사 직원의 노동시간이 어떻게 관리되는지가 중요하다.

거래소 간 점유율 경쟁은 투자자 선택권을 넓힐 수 있으나, 경쟁의 비용을 개인 투자자의 손실 위험과 증권 노동자의 장시간 근무, 중·소형 증권사의 전산 부담으로 떠넘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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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