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기획> ‘검찰 없는 세상’ ⑦‘김영란법’ 실무자 김인수 전 권익위 부위원장에게 듣는다

“개혁인지, 개악인지 곧 사회가 알려줄 것”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형국이다.’ 검찰과 경찰을 내세운 정치권의 대리전에 국민의 삶이 볼모로 잡혔다. 법 제정 이후 70년 넘게 유지된 체계가 한순간에 바뀌면서 국민이 감내해야 할 후폭풍은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인수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책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탄했다.

“검찰청 폐지, 수사‧기소 완전 분리 등은 중립에서 보면 사법 체계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개혁인지, 개악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위험한 부분입니다. 이미 법안은 통과됐고 정책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국민 피해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예상되는
후폭풍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인수 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29회)에 합격한 이후 31년8개월 동안 공직생활을 하다가 2017년 권익위 부위원장(차관급)직을 마지막으로 ‘자연인’이 됐다.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스스로 ‘시민’이라고 칭했지만 김 전 부위원장은 퇴직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직자’였다.

김 전 부위원장은 첫 질문을 하기도 전에 2024년 글로벌 통계 플랫폼 ‘넘베오(Numbeo)’에서 조사한 강력 범죄율, 치안 지수 등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그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강력 범죄율, 경찰 대응 속도, 치안 인프라 등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며 “세계적으로 안전한 국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왜 변화를 주는 건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정치를 언급했다. 검찰청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을 앞둔 현 상황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정부는 여론이 악화하자 ‘해경 해체’라는 답을 내놨다. 사고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아예 폐기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마저도 몇 년 뒤에 부활했다. 이재명정부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안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처리한 방식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검찰청 폐지가 예정된 만큼 보완수사권만큼은 남겨둬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법안을 처리한 배경에 일종의 ‘한풀이’ ‘분풀이’의 감정이 느껴진다고 했다.

정치적 의도 개입
숙의나 토론 없어

김 전 부위원장은 “박근혜정부 인수위원회에 참여했을 당시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전 정부 때부터 계속 논의되던 사안이어서 박정부에서도 얘기가 나왔던 것”이라며 “검찰청 폐지나 보완수사권 박탈은 아예 결이 다른 문제,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은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이후 폭발했다.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되는 만큼 검찰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남겨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나이, 성별, 지역과 관계없이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안 된다는 응답이 우세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을 남겼다.

김 전 부위원장은 “사건을 수사해 본 경험은 없지만 직접 하는 것과 요구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수사라는 게 범위나 규모를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고 수사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다. 만일 한 수사기관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있다면 다른 수사기관에서 또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할 일도 있지 않겠나. 보완수사권은 그런 의미에서 필요한 권한이었다”고 한탄했다.

무엇보다 김 전 부위원장은 국민 피해를 염려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래 72년 만에 사법 체계의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려운 듯했다. 그는 “결국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피해 정도가 빈부 격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도 짚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범죄에 걸려들 가능성이 작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일하지 않아도 되고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에 혼자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일도 드물다. 또 범죄 피해를 본 경우에도 변호사를 선임한다든지, 자신을 지킬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벌려 놓고
뒷감당은?

그러면서 “10년여 동안 권익위에 근무하면서 국민의 민원을 많이 받았다. 대부분 민원은 돈 없고 많이 배우지 못하고 연로한 분들이 제기했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 부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우려스러운 점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의 범죄 피해를 걱정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평가받지만, 성범죄나 디지털 범죄 증가, 낮은 안전 체감도는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여성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 범죄, 여성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안이 통계로 잡힌다는 뜻”이라며 “(정책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20~30대 여성층의 우려는 매우 큰 수준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로 보완수사권 폐지가 확정된 이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20~30대 여성이 이탈했다. 임기 초 60%대를 유지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은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전 부위원장은 광주에서 일어난 여고생 살인 사건, 제주도 여성 실종 사건 등이 하나의 신호였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찬성하던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고민해 보라는 일종의 사인이었을 수 있는데 (정부와 민주당은) 눈과 귀를 완전히 막고 달려가 버렸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책 실패가 불러올 후폭풍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사실 실패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회복이 어렵다. 아니, 회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그 여파가 굉장히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한 사병 월급 200만원 정책을 예로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이병부터 병장까지 모든 병사에게 월급 2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취임 즉시 시행하겠다는 약속은 2025년 기준 병장부터 주는 걸로 바뀌었다. 문제는 당시 불거진 형평성 논란이었다.

통제·견제
사실상 없어

김 전 부위원장은 “병사의 월급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하사관 등 초급 간부와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간부들이 버틸 수 없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건 양질의 인재가 아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군 기강 해이 같은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의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관련 법 시행은 다음 달 2일부터지만 이미 현장에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당장 10월2일에 검찰청이 폐지되고 보완수사권도 사라진다. 수사 절차도 달라질 거고, 권한이나 책임 소재도 바뀔 것이다. 경찰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일단 사건을 내버려 둘 것이고 검찰은 없어지는 판국에 굳이 뭘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중간에서 피해자만 붕 떠버리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건 범죄”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경찰을 통제하거나 견제할 방안은 없는지 묻자 권익위에서 시행 중인 ‘경찰 옴부즈만 제도’를 언급했다. 경찰 옴부즈만 제도는 수사 과정에 위법이 있거나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피해자나 피의자가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신고하면 조사한다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이나 징계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지난 9일 권익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경찰 옴부즈만 제도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감사원 등 수사‧감사기관 전반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김 전 부위원장은 “경찰 옴부즈만 제도는 수사의 진행 여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본질적인 부분은 건드릴 수 없다. 다시 말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대응 방안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국민 반대에도 강행
사회적 약자 첫 표적

3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한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느리다고 할 수 있지만, 사회는 급진적이기보다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차선을 급하게 바꾸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우리 몸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고장 날 수 있다”며 “교통 시스템, 신체 시스템, 사회 시스템 다 똑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 이미 구축된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핀셋 처방’을 하면 된다. 고치는 것 이상으로 큰 변화를 주면 부하가 걸릴 수 있다”며 “정책은 기본적으로 검증된 다음, 타당성을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번 사법 체계 변화는 그런 과정이 부족했다. 오만과 독선의 정치가 만든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회는 살아 있으니까 어떻게든 돌아갈 것이고 이번 사법 체계 변화도 발생하고 있는, 발생할 문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보완해 나가면 안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피해는 당하는 사람으로선 황당할 수도 있고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김 전 부위원장이 정책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정착시키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거듭 언급한 이유는 본인이 우리나라 사회를 뒤흔든 법안의 실무자였기 때문이다. 김 전 부위원장은 권익위 재직 기간(2014년 11월~2017년 11월) 동안 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을 겸했는데, 당시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었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제안해 김영란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법안은 올해 시행 10년을 맞았다. 김 전 부위원장은 제정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 3년여 동안 법안의 연착륙을 위해 뛰어다닌 인물이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제정, 1년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6년 9월부터 시행됐다.

김 전 부위원장은 “원래 법 통과 이후 시행까지 1년의 준비 기간이 주어졌는데 1년으로는 시행령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권익위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1년6개월로 늘어난 것”이라며 “처음 제안이 나왔던 2010년부터 따지면 5년9개월의 논의를 거쳐 적용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7월31일에 통과돼 10월2일부터 시행된다. 시행 당일 아비규환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벌써부터
조짐 보여

김 전 부위원장은 “정책을 시행할 때는 명분이 중요하다. 김영란법은 청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명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사법 체계 변화는 제대로 된 명분 없이 진행돼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법을 만들고 떠나가면 끝이지만 실무진은 법안이 정착되기까지 죽도록 일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아무 대책, 방도도 없다는 사실에 암담할 뿐”이라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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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