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김두관이 냉철하게 보는 그때 노무현과 지금 이재명

“놓아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검찰이 권력에서 풀려나면 스스로 바로 설 것이라고 믿으셨습니다. 방식은 아름다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죠.” 참여정부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은 노무현정부의 검찰개혁이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검찰을 믿지 않는다”며 일찍이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그는 “노무현의 방식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이재명의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를 가까이서 지켜봐 온 그였기에, 이번 검찰청 폐지 국면을 바라보는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내각에 몸담았고 이후에도 당내 주요 직책을 거치며 검찰개혁의 명암을 현장에서 체감해 왔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도중 ‘노무현정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검사와의 대화’를 꼽았다. 2003년 3월9일,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국정 철학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토론을 진행한 날이다.

당시 사람들은 대통령이 검사에게 항명을 당한 날로 기억했지만 김 전 의원은 그날을 떠올리며 “헌정사 최초로 검찰의 독립을 만천하에 선포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23년, 격변의 시기를 지나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있다. 대대적인 전환기 속 김 전 의원은 한발 앞서 검찰개혁에 따른 부작용과 보완책을 짚었다. 단순히 제도를 없애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민주적 통제와 시스템의 미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제안한 셈이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먼저 근황을 여쭙고 싶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잘 지내고 있다. 경상남도 양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민주당에서 ‘메가프로젝트 부울경 위원장’이라는 큰 역할을 줬다. 그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깊게 고민하면서 동시에 양산에서의 활동도 더 깊이, 더 넓게 하고 있다.

양산에서의 활동을 더 진정성 있게 하기 위해서 최근 양산으로 이사할 준비도 마쳤다. 그동안 경기도 김포에 집을 두고 양산에는 작은 오피스텔에 거처했는데 김포를 완전히 정리하고 곧 내려갈 생각이다.

-여러 자리가 제안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중하게 고사한 자리를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양산 활동에 전념하고 부울경 메가프로젝트에 힘을 쏟으려면 다른 직분을 맡는 것은 개인의 욕심이지 않겠나. 그래서 더 좋은 분이 그 직분을 맡으시도록 말씀드렸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시나.

▲훌륭한 출발이었고 이제는 약간의 재도약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빛의 혁명으로 출발한 이정부는 대통령의 효능감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그동안 민주당에서 지속적으로 시도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문제를 해결하니 주가가 상상 이상으로 뛰었다.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서 다소 과열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 주식의 변화 가능성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러나 최근 정부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주식이 오히려 원망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정부의 경제개혁 성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이 걱정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확실하게 선보이면서 결과적으로 부동산도 안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땅값은 인구에 따라 움직이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추세인 만큼 수도권의 땅과 집값이 언제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 조직 뜯어고친 이…안팎 평가는?
“선의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판 짰다”

특히 국가 안보의 문제, 외교의 영역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경제 안보와 국방 안보를 지키는 일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검찰개혁도 이정부의 큰 변화로 꼽힌다.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만큼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노무현정부의 검찰개혁 관련해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검사와의 대화’다. 2003년 대통령이 평검사들 앞에 앉아 텔레비전 생중계로 토론을 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해도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던 장면이다. 검사들은 대통령에게 인사 문제를 따졌고 대통령은 그걸 다 받았다. 그날 남은 말이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였다.

사람들은 그날을 대통령이 검사들에게 봉변당한 날로 기억하지만 나는 헌정사 최초로 검찰의 독립을 만천하에 선포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검사들은 그런 노 전 대통령의 선의를 악의로 되갚았다.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어떤 방식이었나.

▲권력이 간섭하지 않고 검찰의 독립성을 지켜주면 검찰이 법의 집행자로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방식은 검찰을 놓아주는 것이었다. 검찰이 권력에서 풀려나면 스스로 바로 설 것으로 믿으신 거다. 방식은 아름다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검찰은 자율을 받았지만 자정하지 않았다. 풀려난 칼은 더 자유롭게 휘둘러졌고, 끝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사무칠 일을 맞이했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검찰개혁과 이정부의 검찰개혁을 비교한다면?

▲이정부의 방식은 노 전 대통령의 방식과 다르다. 사람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조직을 뜯어고쳐 시스템을 바꾼 점에서다. 수사와 기소를 떼어놓고, 검찰청이라는 이름 자체를 없앴다. 10월2일이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그 자리에 선다. 사람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지 않아도 굴러가도록 판을 다시 짠 것이다.

둘 중 무엇이 옳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노무현의 방식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이재명의 방식이 가능해졌다. 한번 놓아줘 봤기 때문에, 놓아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게 된 것이다. 20년이 걸렸고, 값을 충분히 치렀다.

-‘검찰 없는 세상’, 부작용은 없을까?

▲정확히 말하면 검찰 없는 세상이 아니라 검사의 수사권이 없는 세상이다. 부작용은 반드시 있을 것이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78년 유지되던 질서가 바뀌면 당연히 부작용은 생긴다. 이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까지 표명했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나는 지금도 이것이 나중에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찌 되었건 민주당은 혼란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검찰개혁 부작용? 없다면 거짓말”
개혁 밀어붙인 강성층…수습은?

-혼란을 막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이관 사건의 목록과 담당 부서를 당사자가 조회할 수 있게 하고 중수청 인사도 최대한 독립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전환기 6개월을 특별 관리 기간으로 삼아서 수사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일보다 검찰이 하던 수사를 빠뜨리지 않는 일이 100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고발권 문제도 정치 의제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단위 인구당 고소·고발건이 일본의 100배가 넘는다. 같은 대륙법계 체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이런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는지도 정치권이 장기적인 개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 이정부가 나아갈 방향과 핵심 과제에 대해 제언한다면.

▲국제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금까지의 기조를 잘 유지해야 한다. 이제 세계 질서가 ‘일극 중심’에서 ‘무극 상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할도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도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국익관점의 외교 안보를 추진해야 한다.

또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 AI로 표현되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서 얼마나 앞서가느냐에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려 있다고 본다.

검찰개혁을 포함한 국가 개조에도 힘써야 한다.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 많은 난제가 있다. 나는 이정부의 남은 3년이 지방 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최근 시도하는 거점 지방국립대 지원이 큰 변화의 시작을 알렸는데, 아주 긍정적인 신호다. 메가프로젝트와 맞물려 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시도를 지속해야 대한민국에 근본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장 민심은 어떻게 보고 계시나?

▲부울경을 다니면서 듣는 이야기는 물가와 집값, 그리고 아이들 일자리다. 검찰개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정치의 숙제이지 밥상의 숙제가 아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걸 자꾸 헷갈린다. 이번 추석 밥상에서 제일 많이 나올 말은 아마 이것일 거다. “그래서 우리 애는 어디 취직하나.” 여기에 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큰 개혁을 해도 민심은 따뜻해지지 않는다.

정부가 잘하고 있는 것과 국민이 체감하는 것 사이에는 늘 시차가 있다. 그 시차를 못 견디고 조바심을 내면 정치는 무리수를 둔다. 지금 정부가 조바심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일요시사> 독자에게 추석 덕담 한마디.

▲나는 마을 이장을 하면서 정치의 원리를 이해했다. 마을 일은 큰소리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명절 전날 마을회관 앞을 쓰는 사람이 하는 거다. 나랏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 추석에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정치 이야기로 얼굴 붉히지 마시고,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으면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여러분 밥상에까지 싸움을 올려놓은 것이 늘 미안하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를 바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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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