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딱 가운데 놓인 대한민국 국운

“정치만 철들면 다 풀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마지막 고비’인 병오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 앞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안으로는 갈등이 쌓이고 밖으로는 외교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어느 하나 쉽게 풀리는 문제가 없다. <일요시사>가 추석을 앞두고 백운비 역리원장을 다시 만나 남은 병오년 대한민국의 국운과 정국의 향방을 물었다.

대한민국이 또 하나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검찰개혁과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복잡한 국제 정세 속 외교 문제까지 굵직한 현안들이 쉴 틈 없이 몰아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어느 쪽에서도 쉬운 선택지는 보이지 않는다. 병오년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하고 있지만 좀처럼 마음 놓을 틈이 없는 모습이다.

“지금은
쓰나미 속”

지난 설 명절 이후 7개월여가 흘렀지만 백운비 원장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국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그는 2026년을 두고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추석을 앞두고 다시 만난 백 원장은 오히려 지금이 그 고비의 한복판이라고 진단했다. 대한민국이 아직 최악의 국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현재 상황을 ‘쓰나미’에 비유했다.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서는 누구 하나 온전히 보호받기 어렵듯, 지금은 국가의 운이 국민 개개인을 감싸줄 만한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운이 좋으면 국민들도 그 운의 보호를 받는다. 위험한 일이 생겨도 비껴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며 “지금은 그런 보호막이 없다. 그래서 각자도생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병오년(丙午年)이라는 점도 다시 강조했다. 역리학적으로 병(丙)과 오(午)는 모두 불의 기운을 품고 있다. 특히 병은 음화(陰火)가 아닌 양화(陽火)로, 은근하게 데우는 불이 아니라 위로 거세게 치솟는 불에 가깝다는 게 백 원장의 설명이다.

불기운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경제와 산업이 함께 살아나고 사회 전체에 활력이 돌면 성장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처럼 국운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다.

백 원장은 “불이 강한데 그것을 받아줄 곳이 없으면 문제가 생긴다”며 “모든 일이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나기 쉽고,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과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갈등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올해 남은 기간도 상황이 쉽게 반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운이 바닥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경제와 정치, 사회 전반에 남은 충격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가장 먼저 건강과 생계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나라의 운이 나쁘면 제일 먼저 사람이 다친다. 몸이 힘들어지고 그다음이 돈이다. 지금은 국민들이 그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한 불기운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해답은 아니라고 했다. 음양오행에서 불(火)을 물(水)로 끄는 것은 상극이지만, 흙(土)은 불과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이 이번에도 대한민국 경제의 돌파구로 ‘토(土)’를 강조한 이유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토’는 현실에서 곧 부동산이었다. 현재와 같은 시기일수록 부동산 시장을 움직여 돈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이 중추…규제 풀어야 돈이 돈다”
“외교 축 분명히 해야…기회 와도 못 잡아”

그가 말하는 부동산 활성화의 핵심은 ‘거래’다. 각종 규제에 막혀 매매가 줄어들면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그 여파가 건설과 자영업 등 다른 산업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논리다. 반대로 거래가 살아나면 건설 경기가 뒤따라 움직이고,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의 자금 순환도 회복될 수 있다고 봤다.

백 원장은 “부동산 매매가 이뤄지면 부동산이 살고, 부동산이 살아나면 건설 경기가 자동으로 따라온다”며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돈이 돈다. 지금은 돈이 돌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투기를 막을 장치는 필요하지만 시장 자체를 지나치게 묶어두면 실수요자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대출 등을 통해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길도 일정 부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도 답은 같았다. 백 원장은 부동산 정책을 가장 먼저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효과가 다른 산업으로 연쇄적으로 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이 중추다. 이것만 풀리면 제2, 제3의 효과가 따라온다”고 첨언했다.

백 원장이 바라보는 문제의 핵심은 결국 ‘돈의 순환’이다.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장에 풀린 돈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현재 경기침체의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다시 움직이는 것이 막혀 있는 경제의 혈맥을 뚫는 첫 단추라는 것이다.

경제 문제만큼이나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검찰개혁이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면서 수사와 기소 체계가 크게 바뀌는 만큼,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두고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백 원장은 이번 개편이 장기간 현재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검찰의 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나누는 방식이 결국 다시 조정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검찰은 다시 부활한다”고 예측했다. 시점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백 원장은 2029년을 전후해 형사사법 체계를 둘러싼 제도 변화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와 같은 구조가 계속되기보다는 수사와 기소 기능을 둘러싼 재조정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과거 검찰이 담당했던 역할 가운데 일부가 다시 복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9년부터 변화가 온다고 본다. 그때 검찰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중수청과 공소청이 앞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검찰이 담당하던 수사 기능을 다른 기관이 그대로 대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해답은
부동산

백 원장은 “검사가 하던 일을 어떻게 그대로 경찰이 하겠느냐. 서로 하는 일이 다르다”며 “경찰이 잘해야 하지만 경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체제가 현재보다 나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더 나빠질 수 있다. 노출되는 범죄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수사기관의 권한과 역할이 지나치게 분산될 경우 범죄 대응 과정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을 하나의 큰 조직에 비유하며 이를 여러 기관으로 나누는 과정에서 기능과 책임이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검찰개혁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보다는 현재 만들어지는 제도가 다시 한번 손질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중수청과 공소청의 존폐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검찰 기능의 ‘부활’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백 원장이 바라본 검찰개혁의 운명은 ‘완성’보다 ‘재편’에 가까웠다. 지금 만들어지는 형사사법 체계가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백 원장의 시선도 밝지 않았다. 여야 간 대립뿐 아니라 각 정당 내부에서도 이해관계와 노선 차이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면서 연말까지 정치권의 힘이 한곳으로 모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백 원장은 현재 정치권이 이미 상당 부분 갈라져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남은 2026년에도 지금의 대립 구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는 이대로 간다. 이미 정신적으로는 분열돼있다”며 “한쪽으로 힘이 모이는 흐름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당 내부의 움직임도 주목했다. 한쪽에서는 일부 세력이 이탈하거나 재편될 가능성이 있고, 다른 한쪽 역시 내부 갈등이 더욱 표면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사분오열’이라는 표현을 꺼냈다. “한번 갈라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갈라진 안에서도 또 갈라지고 서로 싸우는 흐름으로 갈 수 있다.”

백 원장은 이 같은 정치권의 분열이 국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정치적 대립이 길어질수록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고, 경제와 민생 문제를 해결할 동력 역시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분오열
새옹지마

정치권의 갈등 못지않게 지역 간 불균형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백 원장은 현재의 지방 이전을 국운상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분산’으로 보지는 않았다.

사람과 자본이 스스로 지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라기보다 정책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아직 고정돼있는 상태다.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흐름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진정한 지역 분산은 사람들의 선택이 먼저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와 생활 여건, 부동산 등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상태에서 이동이 이뤄져야 지속성이 생긴다는 취지다. 그는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외곽이나 지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수도권 집중이 완화돼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과, 수도권에서 버티기 어려워 이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람이 지방으로 간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지역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 경제를 움직일 여건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에 집중된 기운이 지역으로 나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인위적인 이동 단계를 지나 사람과 자본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정상적인 분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공공기관 이전 자체보다는 지방에서 실제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기관 몇 곳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와 주거,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비로소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문제만큼이나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중 경쟁이 이어지고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까지 겹치면서 대한민국을 둘러싼 외교 환경도 한층 복잡해졌다. 백 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이 국제 정세 속에서 기회를 잡을 가능성 자체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그 기회를 오래 이어갈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운이 약한 시기에는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판단 착오나 내부 혼선으로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잡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오래 연결하기가 어렵다”며 “운이 나쁘면 기회가 와도 실수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의 방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백 원장은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외교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모든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외교·안보 축만큼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2029년 형사사법 체계 다시 손질 가능성 커”
중·공 출범 앞두고 “현재 구조 정착 쉽지 않아”

그는 “어떤 국가를 무조건 배척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어느 쪽을 중심에 둘지는 정해야 한다”며 “국가의 기준이 흔들리면 외교에서도 힘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안보 문제를 외교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처한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하면 외부 변수에 따라 입장을 자주 바꾸기보다 장기적인 기준을 세워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현재처럼 국운이 약한 시기일수록 외교에서 작은 판단 하나가 더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국가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백 원장이 바라본 하반기 외교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여러 국가와 관계를 이어가되 대한민국 외교의 중심축을 분명히 해야 외부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말까지 대한민국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백 원장은 망설임 없이 ‘정치권’을 꼽았다. 경제와 외교, 부동산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결국 이를 움직이는 것도 정치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우리나라는 정치 때문에 국민이 시달리는 것”이라며 정치권의 극심한 대립과 진영 갈등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가 정책 경쟁보다는 진영과 사상에 따라 갈라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입장이 하나의 신념처럼 굳어질수록 상대를 설득하거나 타협하기보다 배척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정치가 사상으로 갈라져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편을 가르고 싸우면 국민들까지 같이 갈라지게 된다”며 “지금은 정치가 하나의 종교처럼 돼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정치 때문에 계속 피로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갈등은 당장 연말까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정치권 내부의 분열이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각 진영 안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다시 갈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백 원장은 대한민국의 미래 자체를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나라가 가진 기본적인 조건과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땅도 좋고 사계절을 가진 좋은 나라다”며 “나라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숱한 악재
답은 하나

문제는 결국 이를 이끌어가는 사람과 정치의 몫이라고 했다. 국운이 좋지 않은 시기일수록 정치가 국민을 갈라놓기보다 갈등을 줄이고, 경제와 민생을 회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 원장이 내놓은 해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는 “다른 거 없다. 정치만 철들면 된다”고 처방했다. 숱한 악재 속에서도 답은 결국 하나였다. 흔들리는 국운을 바로 세우는 것도, 국민의 삶을 다시 일으키는 것도 정치의 몫이라는 얘기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 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불혹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 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역학에 대한 그의 학문적 깊이를 알 수 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으로 역학을 만나기 전 사법을 전공하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 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서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에 대한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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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