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78년간 형사사법 절대 권력으로 군림했던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수사만 맡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만 맡는 공소청으로 갈라선다. 정작 새살림을 차릴 주인공은 냉담하게 반응한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고, 장기 미제 사건이 증가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개혁이라는 거창한 목적을 내세웠음에도 ‘제2 공수처’가 되는 게 아니냐는 회의감이 곳곳에서 표출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다음 달 초면 대한민국 형사사법 역사는 검찰청이라는 단일 거대 기관의 종언을 맞이한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공소 유지권을 동시에 갖던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한다.
실패 구조 판박이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깊다. 출범 초기부터 인력 난항과 법 정당성 논란에 시달리는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잔상이 중수청과 공소청 위에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위험 신호는 현장 인력이 보이는 극심한 기피 현상이다. 중수청 이관 신청 마감 결과, 최종 충원율은 61.3%로 곤두박질쳤다. 현직 검사 중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 인원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거창한 집을 지어놓았으나 정작 들어가겠다는 사람은 부족한 빈집 개청이 현실이 된 셈이다.
법 전문가들이 이번 검찰 개편을 바라보며 공수처를 소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수처는 2021년 거악 단죄를 외치며 대대적으로 출범했으나, 이후 줄곧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권한을 가졌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 및 고위 경찰로 제한된다. 이로 인해 사건을 검찰로 이송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기관 간 핑퐁 게임과 관할권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사건 처리가 한없이 지연됐음은 물론이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 25명, 수사관 정원 40명 이내라는 엄격한 제한과 3년 임기제는 베테랑 수사 인력 이탈을 부추겼다. 대형 부패 사건 하나를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체급은 수사 역량 부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외압 혐의를 받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을 일으켰다. 그에게 관용차를 제공했으며, 조서도 남기지 않았다.
검사 “우리가 지게 검사냐”
국민 “헷갈리고 불편하다”
또 공수처는 과거 수사 관행을 답습하며 기자와 정치인 등 통신 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했으나, 기소 실적은 7건에 불과해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법조계가 꼽는 중수청·공소청 위험 포인트 중 공수처와 유사한 점 하나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가 낳을 사건 핑퐁과, 이로 인한 재판 지연이다. 수사를 맡은 중수청과 기소를 맡은 공소청이 완전히 갈라서면서,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공소청 검사는 직접 증거를 수집하거나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 “증거도 못 만지게 하면서 유죄를 입증하라는 것은 ‘지게검사’나 다름없다”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공소 유지를 위해 공소청이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재검토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사건 처리 기간은 무기한 늘어날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건 당사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인력 공백도 유사하게 돌아간다. 중수청 충원율이 61.3%에 그치면서 정부는 부족한 정원을 경찰·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경력 채용과 경찰 파견으로 메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출범 후 최소 반년 이상은 미숙련 인력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기 대형 중대범죄 수사에서 대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출범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공소청 직제안이 검사 정원은 유지한 채 수사관만 축소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직접 직제안 수정·보완을 지시하면서 법무부는 정원과 세부 직제를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편, 이번 개편이 공수처의 단순 복사판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법조인 일부는, 두 제도 사이에는 위상과 구조 면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든다.
공수처는 기존 검찰 조직 외곽에 설치된 곁가지형 특수 수사 기관이었다. 공수처가 무력화돼도 기존 검경 수사망이 작동할 수 있었다. 반면 중수청과 공소청은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 본체다. 이 시스템이 파행하면 일부 고위공직자 수사 공백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 치안과 형사사법 정의가 마비되는 치명상을 초래한다. 따라서 모든 관계자가 시스템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허울뿐 ‘불량’ 꼬리표 떼려면…
실무 작동 가능성부터 입증해야
이번 개편안에는 여러 보완책이 추가됐다.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담당할 공소청 내 불송치사건심사부와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최대 200명 규모 수사심의위원회 신설이 검토되고 있다. 사건 기록 열람·등사권 보장 등 공수처법 도입 당시 부족했던 절차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검찰에 집중됐던 과도한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겠다는 개혁적 명분에서 출발했다. 이번 개혁이 현장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는 제도로 그친다면, 국민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중수청과 공소청이 ‘제2 공수처’라는 비극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출범 직후 여러 과제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우선 경찰, 중수청, 공소청 간 사건 이송 및 보완수사 요구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수사 지연을 부추기는 ‘사건 핑퐁’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부 채용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처우 개선을 통해 수사 전문성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또 기관장 임명과 주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치 외압을 차단할 독립적 시스템을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도 다수 나온다.
지난 13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는 권한 남용과 집중을 막고 범죄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토대가 돼야 한다”며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 첫날부터 차질 없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인력·시스템 등 제반 사항을 꼼꼼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전장치는?
같은 자리에서 한 총리는 “큰 틀을 바꾸는 일일수록 여러 각도에서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과 혼선을 미리 찾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으로서는 시스템을 이끌 두 기관 수장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약속을 실제로 지키는지 지켜보는 수밖에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