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낙동강 오리알 신세 용혜인

겨우 2주 만에 꺾인 똥고집

[일요시사 취재2팀] 최종범 기자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용 의원은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의원·장관 겸직 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과 사퇴 압박을 받았다. 장관 취임 무산에 더해 갖은 논란과 의혹에 휩싸인 용 의원이 큰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용 의원 낙마로 성평등부 장관 인선은 또다시 난항을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발표하며 정부 출범 1년2개월여 만에 내놓은 2기 내각 인선이었다.

최연소 장관
파격 인선

용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임명될 경우 최초의 90년대생·30대 장관이자 역대 최연소 장관이 될 예정이었다. 용 의원에 대한 후보자 지명은 최연소 장관 인선에 더해 여성·청년·진보층 지지 획득과 범여권 포용까지 겨냥한 이재명정부의 파격적 인선이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며 용 의원에 대해 “디지털성범죄 방지, 일·가정 양립 여건 조성 등 사회적 약자 편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온 청년 재선 국회의원”이라며 “현장감 있는 참신한 시각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세대 간 성별 갈등을 넘어 청년 세대를 넘어 모두의 성평등으로 나아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용 의원은 지난 13일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성평등부 장관 취임에 강한 의지를 밝혀왔던 용 의원은 인사청문회 절차도 밟지 못한 채 스스로 후보자직에서 물러났다. 이 대통령이 용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2주 만이었다.

자진 사퇴까지 이르게 된 배경 첫머리에는 용 의원의 의원·장관 겸직 논란이 있었다.

비례대표 의원인 용 의원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 날 의원직 사퇴 없이 의원·장관 겸직을 하겠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당시 SNS를 통해 “당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인 제가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개인의 결정이 당의 진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소수 정당의 어려움에 대해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용 의원의 사퇴 거부는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지명될 시 의원직을 사퇴하는 관례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법적으로 의원·장관 겸직은 허용된다. 국회법 제29조(겸직 금지) 제1항에서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정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은 장관 겸직에 있어 서로 다른 관례가 적용돼 왔다. 지역구 의원은 장관 겸직이 허용된 반면, 비례대표 의원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구 의원은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 시 후순위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에서 물러나도 의정 공백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은 한 직무에만 집중하라는 취지로 장관 취임 전 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관례로 굳어져 왔다.

실제로 2000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2009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비례대표 의원 신분으로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의원직을 내려놨다. 2015년 박근혜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새누리당 강은희 대표 의원은 당시 의원직을 유지하려 했으나 비판이 일자 사퇴했다.

겸직 고수하다 발목
끝까지 지킨 의원직

용 의원은 사퇴 의사를 선뜻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용 의원은 애초 기본소득당 후보자로 나와 당선된 것이 아니었기에 사퇴 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의원직을 승계한다. 그렇게 되면 용 의원의 의원직 1석으로 원내 정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본소득당은 원외 정당이 되고, 이에 따라 의정 활동 경비와 인력, 정당 보조금 등을 온전하게 지원받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 확대를 명분으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취지와 달리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양산하는 제도로 작동했다. 이 제도가 만든 구조 위에서 용 의원은 민주당 위성정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로 21대·22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되고, 이후 당에서 제명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2차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용 의원이 의원직에서 사퇴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으로 전락하는 것도, 비례대표 재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된 것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자 야권에서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1일 “국무위원으로 지명되면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사퇴 시 원외 정당이 돼 연간 11억원의 정당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버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마저도 겸직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SNS에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를 상징하는 정치 세대교체를 위한 파격적인 장관 인선에서 그녀의 판단은 과도한 특혜와 욕심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선택하고 집중하시라”고 했다.

용 의원의 비례대표 재선이라는 이력도 비판 대상이 됐다. 정의당 양경규 대표는 지난달 30일 SNS에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을 국무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위성정당 정치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그럼에도 인사청문회 절차만큼은 밟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용 의원은 지난 2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의원직 사퇴 여부에 대해 “청문회는 우리 국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청문회를 잘 준비하면서 제 생각을 잘 정리하고 또 전달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용 의원이 사퇴 거부 입장을 유지하자 야권과 언론은 검증 범위를 확대해 용 의원과 기본소득당에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겸직 논란과 비례대표 재선 논란을 제외하고도 새롭게 제기된 의혹들이 그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지명 직후
논란 시작

가족 정당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 창당 3일 만에 배우자를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용 의원의 배우자는 지난 7일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박기홍이다. 그는 앞서 전략기획실장, 기획조정실장, 전략기획부총장 등 당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다.

이에 따라 기본소득당 출범 초기부터 용 의원 부부를 중심으로 당이 운영돼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른바 가족 정당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박기홍 최고위원은 그간 당에서 유급 당직을 맡아왔는데, 용 의원이 거액의 특별당비를 납부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 재원이 배우자의 급여로 흘러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여기에 ‘유령 시·도당’ 의혹까지 맞물렸다. 기본소득당은 지역 시·도당 사무실 일부를 아파트나 주택, 농장 등으로 등록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정당 설립 요건을 맞춰 보조금 수령을 목적으로 실체가 불분명한 지역 사무실을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용 의원은 ‘언더 조직’ 연루 의혹에 휩싸이며 과거 이력에서도 발목이 잡혔다. 용 의원이 과거에 몸담았던 노동당은 2018년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언더 조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알바 노조’ ‘청년 좌파’ 등의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성 활동가들에게 ‘낙태 금지’ ‘혼전 순결’ 등을 교육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 의원은 당시 ‘청년 좌파’ 대표를 맡았고, 박기홍 최고위원은 전 대표를 맡았다고 전해진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일부 활동가들은 용 의원 부부가 조직 내 영향력이 있었음에도 성차별 문제 등에 방관·묵인했다고 비판했다.

그 외에도 용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부터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수령 적정성 논란 등 크고 작은 문제들에 휩싸이며 구설에 올랐다.

기본소득당은 용 의원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섰다. 당 대변인단은 지난 7일과 9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용 의원의 겸직 논란을 비롯해 그간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기본소득당은 용 의원과 관련한 의혹 보도에 약 2주간 10여 차례 넘는 보도 반박문을 내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여론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가운데 용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해명에 나섰다. 용 의원은 34분 동안 각종 논란과 의혹을 일일이 반박했다. 반박 입장문 분량만 1만5000자에 달했다.

용 의원은 이날 “한 톨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청문회를 준비했지만 일정조차 정해지지 못했다”며 “많은 분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겸직 논란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용 의원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며 “대표성의 문제는 지역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례의원에 대해서만 다른 원칙을 적용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계속 쏟아진
주변 의혹들

노동당 ‘언더 조직’ 참여 이력, 당 관계자 일감 몰아주기,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 ‘0건 발의’ 보도, 여성정치발전비와 정책연구소 운영, 당비 납부를 통한 절세 등의 논란과 의혹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이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각종 의혹을 제기한다며 비판했고, 언론을 향해서도 “이것은 검증이 아닌 폭력”이라며 “이성을 찾아 주십시오”라고 목소리 높였다.

하지만 기자회견날로부터 사흘 만인 지난 13일 용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용 의원은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저를 돌아보고, 겸허하고 성숙한 자세로 의정 활동에 매진하겠다”며 장관 후보자직을 사퇴하고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용 의원의 결정에는 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사퇴 권유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 의원은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지난 13일 SNS에 “민심을 종합한 김민석 대표의 자진 사퇴 권유를 비서실장인 제가 용혜인 후보자에게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겸직 문제가 법적 위반은 아닐지라도 국민적 눈높이와 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사퇴 권유 배경을 설명했다.

용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이 대통령의 인사 문제로 번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여권도 용 의원에게 거취 표명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용 의원의 사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향후 필요한 후속 절차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용 의원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지난 2주간 정치적 입지와 신뢰만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청년·진보 정치인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온 용 의원이 향후 정치 활동을 어떻게 이어 나갈지 주목된다.

1990년생인 용 의원은 만 36세로 사회적 약자와 노동 문제에 집중해 온 정치인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나 안산에서 성장했으며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알바 노조 등에서 활동했다.

대학 시절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여 등을 계기로 사회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안산에서 자란 배경은 대학 시절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활동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을 주도해 이름을 알렸다.

해명 회견 정면 돌파
사흘 만에 자진 사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유가족들을 지켜보며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2020년 전 국민 대상 월 60만원 지급을 내세워 기본소득을 중심 의제로 삼는 기본소득당을 창당하고 초대 상임대표를 맡았다.

용 의원은 가족·성평등 정책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2021년 임기 중 출산을 경험한 그는 수유가 필요한 영아와 함께 국회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해 ‘노키즈존’이 아닌 ‘예스키즈존’ 국회를 주장했다. 생후 두 달 된 아들과 함께 국회에 출근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2023년에는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는 두 사람에게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생활동반자법’을 국회 최초로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용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인연이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당시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를 찾은 이 대통령과 간담회로 교류를 시작했다. 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이재명 대선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철학인 기본소득 의제를 함께 공유해 온 만큼 두 사람은 정책적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용 의원은 사회, 정치 등의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지난 2주간 잇따른 논란과 의혹으로 인해 여론과 민심이 돌아선 만큼, 앞으로 정치 무대에서 재기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기본소득당은 다시 한번 잡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용 의원의 후보자직 사퇴 하루 만인 지난 14일 기본소득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구분 없이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 추진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앞서 기본소득당이 비례의원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던 당시 용 의원에 대해 “새로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성평등부 장관 인선이 난항을 겪는 흐름은 전신인 여성가족부 시절부터 3년째 지속되고 있다.

2023년 윤석열정부 당시 국민의힘 김행 비상대책위원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인사청문 과정에서 ‘주식 파킹’ 의혹 등에 휩싸여 자진 사퇴했다. 정권교체 이후인 2025년 당시 민주당 강선우 의원도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인사청문 과정에서 ‘보좌진 갑질’과 거짓 해명 논란 등에 휩싸이며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장관 인선
난항 예고

이후 원민경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했다. 여성가족부가 성평등부로 확대·개편되면서 원 장관은 초대 성평등부 장관으로 취임했고, 현재까지 장관직을 맡고 있다. 원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용 의원마저 낙마하면서 정부는 새 장관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잇따른 후보자 낙마로 후임 인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평등부 후임 장관 인선이 또다시 지연될 경우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jbcho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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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