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화재 관련 뉴스가 잇달아 올라왔었는데요.
만약 여러분에게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119 신고나 불 끄기, 대피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위험한 상황 속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소화기, 경보시스템, 비상구와 같은 안전 수칙들, 어떻게 탄생했는지 아시나요?
우선 지진이나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 반드시 찾게 되는 비상구.
우리에게 익숙한 이 형태의 시작은 무려 1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3년 미국 이로쿼이 극장에서 화재와 함께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출입구가 30개나 있었지만 무단 관람객을 막고자 27개가 잠겨있었고 커튼으로 가려져 찾기도 힘들었으며 문은 당겨서 열어야 했는데요.
뻔히 나가는 문이 있었음에도 갇혀 무려 602명이 사망합니다.
이러한 비극에 한 건축가가 누르기만 하면 쉽게 열리는 패닉바를 개발.
비상구 문 위에 독립된 전구로 작동해 상시 켜지도록 제정되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처음으로 비상구 유도등이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1911년 뉴욕 맨허튼의 공장 화재에서 단순 불빛만으로는 일반 전등불과 구분이 어려웠다는 사실과 노동자들의 조기 퇴근을 막기 위해 문을 잠궈 146명이 사망하며 비상문을 안에서 열 수 있게 하고 유도등에 EXIT 문자가 추가됐습니다.
다른 나라도 이를 보고 따라서 자신들의 언어로 비상구를 나타냈지만, 1972년 일본 센니치 백화점 화재로 118명이 사망하며 달라집니다.
연기와 급박한 상황에서는 한자로 된 글자를 찾기 어려웠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고 사건이 수습된 후 직관적인 비상구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해 우리가 비상구 하면 떠오르는 픽토그램이 선정된 것인데요.
색깔도 인간의 망막이 어둠 속에서 가장 잘 보는 초록색으로 정해졌죠.
이후 1980년대 초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도 언어장벽 없는 표준 비상구로 인정받았습니다.
정말 ‘모든 안전 수칙은 피로 쓰였다’는 말처럼 수많은 인명 피해 이후 생겨난 건데요.
이 외에도 1900년대 초에 각국에서 일어난 다양한 화재로 다중이용시설(극장, 숙박시설, 학교 등)에 스프링클러, 방화벽 의무화.
1937년 미국 런던 학교 대형 가스 폭발 참사로 295명이 사망하며 무색무취였던 천연가스에 부취제 첨가 의무화
1942년 미국 코코넛 그로브 화재 당시 유일한 출입구인 회전문으로 사람들이 엉키며 회전이 멈춰 492명이 사망하는 대참사 이후 일반 문 설치 의무화와 실내 내장재, 장식재의 난연제 사용.
1974년 브라질 조엘마 빌딩 화재 이후 고층 건물, 사무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 스프링클러, 방화벽, 비상계단, 옥상 헬리포트 의무화.
이렇게 각국에서는 법 개정을 이어가며 보완해 갔지만, 당시 막 경제 개발 중이었던 한국은 예외였는데요.
그럼, 한국은 어떻게 변화돼 왔을까요?
크게 세 가지를 꼽자면 우선 처음은 1971년 크리스마스, 서울 대연각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입니다.
1년 정도 되는 신축 건물이었지만 어떤 방화 시설도 없어 163명이 사망했는데요.
실내 장식물인 카펫이나 나일론이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만들며 방화벽이 없는 개방식 계단은 불길이 올라가는 굴뚝이 되었고 헬기가 출동했으나 옥상 문이 잠겨있었습니다.
22층 고층 건물에 사다리차는 7층까지만 닿아 고립된 사람들이 결국 매트리스와 이불을 안고 뛰어내리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 시스템, 연기 차단을 위한 방화문이 최초로 의무화됐습니다.
실내 장식물에 불연재료나 난연재료 사용이 엄격해졌으며 고층 건물에 옥상 헬리포트 의무화와 고가 사다리차 같은 소방 장비 도입이 시작됐습니다.
두 번째로 1994년과 95년도에 연달아 일어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우리 사회에 건축, 시설 안전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줬는데요.
이제는 완공 이후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하며 불법 개조에 대해서도 엄격해졌습니다.
재난 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국가 조직인 중앙119구조본부도 신설됐죠.
마지막으로 2003년에 일어난 대구 지하철 화재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던 큰 원인으로 가연성 소재의 열차가 있었습니다.
당시 대구 열차는 같은 업체에서 제작한 수출용 열차와 예산 차이가 2배 넘게 났는데요.
이후 불연재 소재로 교체되며 스크린 도어가 설치.
비상시 출입문을 수동으로 열 수 있는 장치도 눈에 띄는 곳으로 변경됐습니다.
이 외에도 안전 규정이 바뀌거나 개선된 계기를 준 사건은 많습니다.
단순히 법 개정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경각심을 주어 같은 상황에서 발 빠른 대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해외에서 안전 규정을 피로 쓴다는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과거의 기억이 흐려지며 참사가 반복되고는 하는데요.
이제는 외양간만 고치지 말고 지켜내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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