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44)거대한 미군의 롤리타 콤플렉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9.21 03:44:22
  • 호수 1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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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이렇게 결심하고 보니 가슴속의 의혹도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었다. 별이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다시 중얼거렸다.

‘그래, 결정은 오라버니에게 맡기자. 나로서는 가슴을 태우는 이 격렬한 욕망을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 아,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가슴을 태우는 불길은 대체 어떤 불길인가?’

계모의 학대

별이는 편지의 사연을 상상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적을 준비를 했다. 연필을 들고 쓰다가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는 또 쓰곤 했다.

쓰다가 잘못 쓰면 지워 다시 쓰고, 또 제가 쓴 것이 부끄러워져 연필을 놓기도 하고, 그래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연필을 잡았다.

별이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자주 망설였다. 표정으로 보아 부끄러워하면서도 대담하게 쓰는 것 같았다.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대의 행복을 기도하면서 이 글을 드립니다. 이런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그대가 주지 않는 한 이 행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름을 밝히긴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그대에게 내 소원을 이루어줄 뜻이 없다면 이름을 알려고 하지 마셔요. 적어도, 내 기도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별이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대로 인하여 내가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으시거든 내 창백한 뺨과 여윈 몸과 슬픔에 잠긴 표정, 늘 눈물이 고여 있는 이 눈을 보소서. 그대와 사랑을 이렇게 비는 나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라, 그대와는 참으로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계집입니다. 이런 일이 있어도 좋을 것인가, 이것은 죄악이 아닌가. 이런 것을 따지는 일은 어른들에게나 맡겨놓아야 할 일인 줄 압니다. 우리 세대에 어울리는 사랑은 점잔빼는 사랑이 아닙니다. 만일 우리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있다면, 이 달콤한 금단의 사랑을 남매라는 이름으로 가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도 그대와 자유로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도 자유로이 포옹하고 입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을 고백하는 이 계집을 가엾게 여기소서. 사랑이 목말라 죽을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런 고백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랑을 거절하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으리니, 죽은 내 묘비에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의 이름으로 그대 이름이 새겨지는 일이 없게 하소서.’

생각할수록 하릴없는 글귀를 가득히 쓴 별이는 더 이상 쓸 곳이 없자 마지막 인사는 종이 가장자리의 빈 데에다 썼다.

한참을 망설이던 별이는 이윽고 편지를 고이 접어 봉투 속에 넣었다. 봉투를 집어 들려는 찰나 그것은 별이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이 불길한 징조가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그런 징조에 마음 쓰지 않고 봉투를 오빠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한편 은우는 밤늦게 바다에서 돌아와 편지를 발견하곤 꺼내어 읽어 보았다. 은우의 낯빛이 살짝 붉어지더니 미간이 잔뜩 찌푸려지면서 안색은 창백해졌다.

“이게 도대체 뭐지? 흠, 별이가 마을의 어떤 녀석을 짝사랑하는가 보군. 그런데 왜 여기다 놔뒀을까? 흐흣, 나더러 전해 달라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대체 어떤 놈일까?”

은우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말했다. 별이는 그제야 자기의 진심이 크게 조롱당한 것을 깨닫곤 해쓱한 낯빛으로 파르르 떨었다. 이윽고 제정신을 차린 그녀는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이렇게 조롱을 당해도 싸지! 어쩌자고 상처 난 가슴을 그에게 내보였던가! 어쩌자고 속으로 가만히 앓아야 할 가슴의 병을 이다지도 경솔하게 적어 보냈을까? 먼저, 내 속을 드러내고 거절당해도 민망하지 않을 방법으로 그의 의중을 떠보았어야 했던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이 실수를 어쩔거나. 봉투를 집어들 때 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것은, 내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는 계시였거늘…내 희망도 그렇게 무참하게 깨어질 것을 미리 알리는 계시였던 것을…편지를 보내는 날짜를 바꾸든지 계획 자체를 바꾸었어야 했다. 아니다, 아니다, 나는 편지를 보내는 대신 오라버니를 직접 만나 내 마음을 열어 보였어야 했다. 오라버니에게 내 눈물과 사랑이 담긴 얼굴을 보여주었더라면 난 편지가 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뜻을 전할 수 있었을 텐데. 만약 오라버니가 내 뜻을 거절한다면 그의 목을 끌어안고, 내 애절한 뜻을 전하고 애걸할 수도 있었을 텐데.’

누이인 별이가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 은우는 그냥 그대로 있다간 부끄러운 일을 당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고향을 떠나 먼 육지로 배를 타고 떠났다.

인천상륙작전 후 부평에 최초 기지촌
군산에 1만평 거대한 아메리카 타운

실성한 별이는 제 옷을 찢고 여윈 가슴을 치며 애통해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별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오빠가 간 곳을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절망한 별이는 집을 떠나 달아난 오라비를 찾으러 매일 바닷가를 돌아다녔다.

미친 듯이 오라비를 찾아다니던 별이는 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산기슭에 쓰러지고 말았다. 긴 머리카락을 땅바닥에 늘어뜨리고 핼쑥한 뺨은 낙엽에 댄 채….

아무 말 없이 흐느끼며 눈물로 마른 풀을 적시고 가녀린 손가락의 손톱으로 딱딱한 흙을 긁어댔다. 어깨를 떨며 하염없이 울던 그녀는 마침내 일어나 바위 벼랑으로 기어오르더니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아무튼 그동안 방패막이가 되어 주던 오빠가 떠나 버리자 계모의 학대는 한층 더 악랄해졌다. 컴컴한 방안에 가두어 손발을 묶어둔 채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시끄러운 미국 노래를 반복적으로 들려 주었다.

며칠 동안 전혀 밥은 주지 않고 쓰디쓴 커피와 짜디짠 소금물과 달디단 설탕물만 강제로 주입시키며 고문하는 맛을 즐겼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창녀굴에다 팔아넘겨 버린 것이었다.

그녀가 처음 간 곳은 인천 근처의 부평에 자리잡은 기지촌이었다.

그곳은 6·25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미군들의 노고를 위안하기 위한 최초의 양색시촌인 셈이었다.

여느 여자들과 달리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영어는 한마디도 모르는 벙어리였지만 정인은 미군들에게 인기가 꽤 좋았다.

혹시 미국인들이 롤리타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이른바 소녀 성애 취향 때문은 아니었을까? 정인의 몸매는 보통 한국 여자보다 아담하고 가냘픈 편이라 미군들의 눈엔 어린 소녀로 보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정인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여성들이 그들에겐 아담한 체구의 ‘소녀’로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미군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마 일부 양키 녀석들이 위험 지역인 한국에 지원한 이유 중엔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받은 점도 없진 않았으리라.

실제로 몸집이 거대한 미군이 위안부 아가씨들의 어깨를 감싼 채 걸으며 희롱거리는 모습엔 그런 요소도 엿보였다.

1년여 후 정인은 클럽에서 알게 된 언니를 따라 서울 무교동의 한 살롱으로 옮겨갔다. 미군 클럽에 진 빚은 다 갚은 상태였으나 포주가 놓아 주려 하지 않아 거의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무교동과 퇴계로의 밤거리는 화려하고 상큼했다. 하지만 미군 클럽에서와는 달리 정인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살롱엔 탤런트처럼 세련미 넘치고 쭉쭉 빠진 팔등신 미녀들이 우글거렸고 한국 남자들은 대개 그런 미희들을 선호했다.

그 당시 한국엔 아직 롤리타 콤플렉스니 소녀 성애니 하는 하는 말이 유행하지 않았다.

일부 성도착자나 정신병자가 그런 취향을 지녔는지는 몰라도 일반 남자들은 대체로 그런 짓을 범죄성을 떠나 혐오스러워할 정도였다.

그리고 팔리다

그 무렵 전북 군산 지역에 박정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메리카 타운이 건설되었다. 미성읍 산북리 일대의 1만여 평 옥토 위에 지어진 거대한 미군 전용 위락시설이었다.

당연히 수많은 위안부 여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집책들은 전국 각지의 직업소개소와 유흥가를 돌며 얼굴이 반반한 아가씨들을 뽑아 그곳으로 데려갔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정신대란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징발해 가던 모습과 같은 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과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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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