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가 짚은 ‘야당 진짜 숙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9.21 07:35:55
  • 호수 1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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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과 절연하고 한동훈·이준석 품어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넘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야당은 당내 정치에 함몰되면 안 된다”며 국민을 향한 외연 확장을 주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권력 투쟁보다 더 위험한 ‘노선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보수도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최근 손기정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전 원내대표를 만나 보수 부활의 방법과 검찰 폐지 이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재명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반사이익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회복할 수 있는 기미가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기존 인식이 조금 변한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 이후 국정 운영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중폭 개각을 시도했다. 그런데 후보자들이 대체로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되레 지탄·울분·분노의 대상이 됐다. 이 상황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폭로를 하는 등 투혼을 이어가고 있다.

이어 민주당이 한 의원을 겁박·고발하면서 국회의원의 권리를 1년 동안 정지시키는 탄압을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장 대표가 상당한 우려·비난·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싸워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가 진행했던 단식투쟁과 장 대표가 자주 언급하는 ‘싸움’의 차이는?

▲야당은 국민적 신뢰를 등에 업고 정권과 싸우지 않으면 그 힘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범야권을 아우르고 추스르는 중심에 서야 한다. 우리 진영 내 극단적·극우적 주장에 함몰되면 범야권 공조가 어려워지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경쟁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재임했던 시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였다.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의 당내 갈등은 당시에도 정말 치열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도 당내 분열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보다 더 심한 것이 당내 갈등·분열·대립·반목이었다.

야당의 당내 갈등은 정부의 더 큰 폭정과 거대 입법 권력의 독단·전횡만 더 키울 뿐이다. 따라서 야당은 통합의 리더십으로 국민적 신뢰를 등에 업어야 한다.

당시 드루킹 일당은 댓글 조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마음을 도둑질하는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당에서는 문재인정부의 정통성 문제를 제기한다거나 드루킹 일당의 비열한 정치 행위를 발본색원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9박10일 동안 단식투쟁을 선택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정치인 노숙 단식투쟁이었다. 민주당·좌파 진영에서는 CCTV로 제가 뭘 먹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조롱했지만, 저는 죽기를 각오한 저항을 했다.

그러다가 제가 단식 9일 차에 접어들자,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저대로 놔두면 정국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특검 도입을 합의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그 단 투쟁을 계기로 뭉쳤다. 그 당시의 단합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와 싸웠고, 다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기적적인 일이었다.

우리가 진정한 보수로서 유능했기 때문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등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50년 이상 집권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정책 등 국가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 저력 있는 정치 세력이 손톱 끝만큼도 안 되는 사적 갈등을 하면서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사퇴하지 않았고, 당협위원장 재선출·비당권파 징계 등 문제가 불거졌다. 장 대표는 당을 쇄신하고 있는가, 아니면 당권을 강화하고 있는가?

▲장 대표의 보수 결집 노력은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는 장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물어가면서 변화를 만들어낼 추동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권 강화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정당 지지율도 올라가는 상황을 맞이했다.

장 대표로서는 정치적 운이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 문제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분위기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그만큼 올라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원과 일반 국민 중 누구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줘야 하겠는가?

▲집권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의 상황은 다르다. 집권당일 때에는 정당 정치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정책적으로 입안·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당·정·청 관계를 통해 가진다. 그런데 야당은 절대 당내 정치에 함몰되면 안 된다. 국민을 보고 더 큰 정당 정치를 해야 한다. 그

런 측면에서 장 대표가 당의 지도부 선출 방식 등과 관련해 당원의 참여율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당의 중요한 정책적 의사 결정 등과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평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엇과 절연해야 하는가?

▲보수는 원래 큰 그릇이어야 하고,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모두 한 그릇에 담아야 한다. 모든 합리적인 생각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당내에는 분명히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도 있다. 저는 윤 전 대통령과 지지층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우리가 굳이 외면하고 버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정치를 실종시키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했다. 당청 관계도 수직적이었다.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진행했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쫓아냈고, 김기현 전 대표도 끌어내렸다. 또 12·3 비상계엄 하나로 사실상 보수를 궤멸 위기까지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장, 정치적 운 좋았다…지지율 상승은 반사이익”
“윤에 ‘빨대’ 꽂은 몇몇 총선 불출마 책임져야”

보수를 위해 헌신·희생한 정치적 이력·경력도 없다. 검찰총장 재임 당시 인기 하나로 보수에 와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헌법·법률에 의해 파면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의 절대 권력에 사실상 빨대를 꽂고 자신의 사익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최소한 몇몇은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하고, 국민의힘이 자정·쇄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국민의힘의 중심 세력으로서 자신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지도부 선출·주요 의사 결정 등과 관련해 공고한 스크럼을 짜고 있다.

이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2028년 총선 승리와 2030년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어렵다. 우리는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라는 거대 입법 권력이 저지른 만행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경기·인천에서 합리적·중도적인 유권자를 확보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까지 포함하는 빅텐트를 구성하려면, 복당·합당 등 조직적 통합이 필요한 건가?

▲복당이든 통합이든 합당해도 할 수 있다. 총선·대선에 임박해 빅텐트를 치면 늦는다. 야당은 항상 통합을 위해 상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을 토대로 일시적 미봉책인 연대·연합을 해서는 힘을 얻을 수가 없다. 한국 보수 정치의 본산인 국민의힘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자신의 정치를 만들면서 길을 개척하는 이들은 지쳐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 그러려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그를 빨대로 삼았던 몇몇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물려야 한다. 이어 정치적·사적 감정을 털어내고, 보수라는 큰 그릇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한 의원·이 전 대표는 정치적 색깔과 지지층이 모두 다르다. 이들을 한 그릇에 담으려면, 무엇을 공통분모로 삼아야겠는가?

▲말로만 이재명정부와 싸워 이기겠다고 하면 안 된다. 이정부·민주당의 입법 폭주·전횡을 바로잡을 수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세력이다.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통해 삼권분립 체계를 공고히 해서 상호 견제·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어 국가 경제를 더 크게 도약시키고, 기업의 더 큰 성장·발전을 이끌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모두 연결되는 문제들이다. 장 대표·오 시장·한 의원·이 전 대표 등의 갈등은 쉽게 말해 당내 권력을 둔 견제·경쟁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우리 보수가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보수가 노동·복지·주거·청년 문제와 관련해 내놓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노선은?

▲국민의힘은 사회 개혁 정당으로 체제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여성·인권·노동·환경·공공의료·복지 등을 놓고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겼고, 우리는 방치했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얘기하면서도 본질적인 접근은 처절하지 못했다. 제대로 번지수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친기업·반노동이 되는 거다.

친기업을 하면 기업 오너로부터 연간 정치 후원금 500만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근로자 100명으로부터 1인당 10만원씩 받으면 1000만원이 된다. 오너 2명으로부터 500만원씩 받는 이 손쉬운 방식을 취하는 순간 우리는 사회 개혁성을 저버리는 것이다.

“여성·노동·복지 왜 진보 전유물?”
“검 폐지 뒤 형사사법 대혼란 뻔해”

여성·인권·노동·환경·공공의료·복지 등과 관련해 국민의 삶의 질과 실생활 개선을 위한 정책을 더 파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옛날에는 만 60세라는 정년 기준이 없었는데 그걸 제가 만들었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근로자의 정년을 늘려주면 기업이 어려워진다면서 저를 징계하려고 했다. 오늘날 모든 근로자가 만 60세까지 누리는 같은 혜택을 보수에서 만들었던 것이다.

큰 사회 개혁과 대변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우리가 야당이 됐다. 사회개혁 정당은 합리성·객관성·중도·균형을 중시해야 한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자기들만의 방식에서 비롯된다. 청년·신혼부부는 내 집을 가지고 싶어하는데, 정부는 공공개발을 통한 임대주택을 주려고 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을 택하려고 해도 민주당의 강경한 개혁 드라이브와 충돌한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 충돌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민주당 내 엄청난 노선 투쟁으로 이는 권력 투쟁보다 훨씬 위험하고 무섭다. 어떤 양보나 배려, 포용도 없다. 죽고 죽이는 정글의 법칙만 남는다. 그게 바로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였다. 민주당이 뉴이재명이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의 길을 걸을 것인지, 이 대통령이 추진한 중도·실용 정부를 위해 민주당이 변화할 것인지 당원이 판단해야 했던 것이다.

민주당의 이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사 임명 하나로도 경기도정에 충실해야 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이전에는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민주당 당원들은 김민석 대표를 선택했지만, 한편으로 최고위원 3명은 친청(친 정청래)계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4년은 레임덕·실패로 가면 안 되고, 당도 분열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선택한 김 대표를 당선시키면서도 노선까지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보수층 인사를 등용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합리적 보수의 가치관을 가지고 이정부에 참여할 인사를 발탁하지는 못했다. 기회주의적이면서 정치 욕구를 실행하려고 했던 사람이 갔던 것이다. 이정부의 중도·실용 노선이 진짜로 성공하려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고비를 놓고, 이 대통령은 그동안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면서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발탁하려고 했지만, 챙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흔히 대통령이 저지르는 착오가 특정 연령·지역 출신을 발탁하면, 그 계층은 자신을 따를 거라는 생각 같다.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된 후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고 장미란씨 실종 사건 등을 보면서 경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2030 세대가 반발했다. 그런데 그런 경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준 것이다.

-검찰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이 출범한다. 새 형사사법 체계에서 가장 먼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게 있다면?

▲형사사법 체계상 대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했다. 경찰이 대공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시간도 턱없이 짧고, 전문성도 결여돼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보·보안에는 큰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다. 간첩·북한과의 공조 세력·우리 기업의 보안 등 어떤 부분에 어떻게 구멍이 뚫리는지 알 수 없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경찰 조직이 모든 형사사법 문제에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거나 범죄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 없이 모두 지켜낼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진 무고한 시민의 피해가 검찰의 보완수사권 없이 묻힐 뻔한 사례가 이미 많다. 얼마나 비일비재하겠는가?

-경찰·중수청의 수사가 미진하면 최종적 사법 통제권은 누가 가져야겠는가?

▲경찰·중수청은 절대 권력이 됐다. 이제는 공소청 검사들과 법원의 판사들이 수사 미진을 공소 과정에서 밝혀내는 마지막 보루가 될 거라고 기대해야 할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원상 복구해야 하겠는가?

▲전부 원상 회복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바람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그 바람 앞에서 당권·정치적 미래·지위 유지 등 때문에 갈등·반목·분열·대립을 치유하지 못하면, 정치의 협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건네는 추석 덕담 한마디.

▲정론지로서 국민에게 늘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계신다. 추석 특집 인터뷰를 하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저는 보수 진영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보수가 유능한 정치 집단으로 다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민주당이 집권한 이유는 우리가 큰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국가·사회 체제에서는 민주·진보 진영이 쉽게 국민적 신뢰·지지를 통해 정권을 잡기 어렵다. 우리가 분열됐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유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는 반드시 합리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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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