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기획> ‘검찰 없는 세상’ ③판·검사 출신 조배숙의 사법 대수술 후유증 진단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9.21 08:05:43
  • 호수 16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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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아닌 보복…78년 시스템 붕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검찰이 정권의 도구로 쓰였던 과거에 대해 “분명히 개혁해야 할 문제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법은 조직을 없애는 게 아니라 대통령 인사권을 제한하고 기관 간 견제 장치를 세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사사법제도가 복잡해질수록 그 비용은 결국 변호사를 쉽게 선임하기 어려운 평범한 국민과 범죄 피해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이 바라보는 ‘개혁 이후의 사법 정의’는 무엇일까?

한국 형사사법 체계는 다음 달 2일부터 큰 전환점을 맞는다. 판사·검사·변호사를 모두 지낸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새로운 체제가 국민의 권리 구제와 수사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했다. <일요시사>는 조 의원을 만나 형사사법 체계 개편 이후 벌어질 변화와 정치권의 과제를 물었다.

-수사·기소의 엄격한 분리라는 대원칙이 실제 형사사법 체계에서 현실성이 있겠는가?

▲당연히 아니다. 수사를 왜 하는가? 죄가 있는지 따져보고, 죄가 있으면 기소해서 처벌하려고 하는 거다. 그러니 수사와 기소는 분리할 수가 없다. 검사는 수사부·공판부로 나뉜다. 공판부 검사는 기록을 보고 공소 유지를 한다. 웬만큼 쉬운 사건은 기록만 보고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검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면 수사 검사가 설명한다. 그래도 어려우면 수사 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가서 공소 유지를 한다. 수사 검사는 맥락을 다 꿰고 있기 때문에 진술·표정 등 자신의 판단을 얘기한다. 그렇게 유죄 선고를 받아내는 것이다. 공판부 검사는 자기가 직접 손대지 않은 사건을 잘 모르니 사건이 표류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얘기한다. 그런데 대부분 검사가 수사한다. 예외적으로 분리돼있는 나라는 영국·아일랜드 등 극히 일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프랑스·독일 등 대륙법을 계수했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검사가 공화국의 대관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수사·기소를 모두 한다.

-민주당의 여러 검찰 개혁 명분 중 하나라도 동의하는 게 있는가?

▲정권에 따라 검찰이 특정 정권의 도구가 돼 반대파 탄압 역할을 맡은 사례는 있었다. 그건 우리 정치사에서 반성할 부분이고 아픈 부분이다. 그런데 그것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좋은 자리에 가고 싶어서 눈치를 본 거다. 검찰에는 분명히 개혁해야 할 문제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사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검찰을 폐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사적 감정으로 검찰의 잘못에 보복하는 것이다. 국가 형사 체계를 감정적 보복 차원에서 다루면 안 된다. 인사를 중립적으로 해서 검사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최고사법평의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걸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본인들이 다수당이라고 해서 검찰을 없애 78년 동안 유지된 사법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집권 여당의 태도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민주당이 야당·소수당이 되면 자신들이 만든 형사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국민의 입법권·행정권 위임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중수청·공소청 분리를 기존 검찰의 수사부·공판부 분리를 확대한 것으로 본다면, 공판 검사의 한계가 기관 단위로 확대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검찰의 수사부·공판부 분리는 검찰 내부 인사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기관을 분리했다. 공판 검사의 한계가 더 큰 규모로 확대될 것이다. 게다가 경찰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상설특검도 있다. 그런데 이미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폐지됐다. 경찰이 송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니 이의신청이 힘들어졌다.

변호인부터 선임해야 한다. 과거에는 검찰이 약자·피해자를 위한 기능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서 해야 한다. 예전에는 경찰이 잘못하면 검찰이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문명 국가의 기관들은 완벽한 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검찰이 다시 살펴보고 법원이 또 살펴보는 것인데 검찰을 악마화해 없애버렸다. 그러면 경찰은 선한가?

-민주당은 경찰의 자체 개혁을 이야기한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장윤기 사건에서는 성폭력을 암장하려고 했다.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밝혀낼 수가 없었다.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자축하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페이스북에 비난 댓글을 달았다.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킥스(형사사법포털)가 있으니 암장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미란씨 실종 사건에서 봤듯이 킥스에 등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 암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답을 정해놓고 검찰을 악마화해 검찰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검찰 출신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범여권 내 검찰 출신들도 아무 소리 없이 동조하고 있는데, 그들이 제대로 된 법조인인지 의문이다.

“수사·기소 분리 시 공판 한계 기관 단위로 커질 것”
“검찰 악마화, 경찰은 천사인가?…외부 견제 필요”

이제부터 무죄율이 올라가고, 사법 공백이 발생해 범죄자 천국이 될 것이다. 그러면 피해자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 사회에 애정이 있겠는가? 사회가 존속할 수가 없다. 사회 공동체가 존속하는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졌다. 앞으로 뭐가 필요하겠는가? 자체 개혁만으로 다 해결되겠는가?

▲검찰을 없앤 후 경찰에 문제가 생기니 경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주장이다. 자체 개혁으로 일부는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런 문제가 나왔다. 민주주의는 사람이 잘못하거나 실수할 수 있고, 그런 한계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상호 견제하는 것인데 그걸 다 무시한 것이다. 어떤 조직이 스스로 자정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부 기관이 있어 견제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경찰권 견제·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저는 보완수사권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검찰청을 다시 복원해서 전건 송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견제·감시가 된다.

-경찰이 비대해졌다지만 수사 현장에서는 인력이 없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수사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검사는 사법시험·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를 제대로 했고 리걸 마인드가 있는 반면 경찰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옛날에는 검찰이 수사 지휘를 하면서 법적 판단을 해줬다. 그런데 지금 경찰에는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변호사에게 물어본다고 한다. 검찰·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그 방향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연간 경찰에 접수되는 사건은 약 300만건이다. 그런데 이 중 송치 여부를 결정하는 사건은 130만건 이상이다. 경찰관 14만명 중 수사 인력은 약 3만8000명이다. 즉, 수사관 1명이 연간 34건 이상을 맡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수사관 1명당 최대 70건까지 맡았는데 업무가 과중하다고 한다. 업무가 많아지면 부실 수사로 이어질 수 있고 수사과는 기피 부서로 전락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수사 업무에 배치할 때는 사전에 수사 전문성을 키운 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조직 사기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을 당시 있었던 일이다. 경찰이 코인 사기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6개월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피해자가 경찰 고소를 취하한 후 검찰에 직접 고소했다. 그런데 검사는 단 한 번 설명을 듣고 2주 만에 사건 처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피해자는 검찰이 폐지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대형 로펌에서 경찰 출신을 영입한다고 한다는데 경찰 전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경험도 했다. 2024년 다시 국회로 돌아오기 전, 변호사로 재직하던 때 당시 맡았던 사건의 상대방은 대형 로펌의 경찰 출신 변호인을 선임했다. 우리가 열심히 써서 각종 서면을 제출했지만 무혐의로 불송치됐다. 이제는 이렇게 대놓고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는 전관 출신들을 대상으로 사건 접촉 신고제를 운영한다. 물론 의미는 없다. 7년 동안 불과 149건이 신고됐다고 한다.

-중수청 내 검사 출신 지원자는 전체 검사 중 5%에 불과하다. 그런데 검찰 직원 중 61.3%가 중수청에 지원했다. 수사 전문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 않겠는가?

▲당연히 불거질 것이다. 검찰을 폐지한 후 검사들의 사기가 저하돼있다. 중수청은 다음 달 2일 출범하니 그 안에 1100명 이상의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중수청이 담당하는 사건은 단순한 민생 사건이 아니다.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법왜곡죄 등 굉장히 복잡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도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중수청 산하 6개 지방청은 임대 건물에 들어가서 유치장조차 마련하지 못해 인근 경찰서에 유치장 대여를 요청했다. 전산·통신·방호 등 총 133억원대 각종 장비도 지난달에 발주해 연말에나 납품된다고 한다.

“중수청 출범 직전인데 인력·시설·장비 모두 부족”
“보완수사권 없애면 지옥문 열려…전건 송치 되살려야”

그러면 그사이에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다음 달 검찰 폐지를 못 박은 게 과연 맞는 것인가? 강성 지지층의 비논리적 요구에 굴복해 나라의 시스템을 이렇게 바꾸면 되겠는가? 보완수사권 폐지도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에 진행한 게 아닌가?

-공수처는 중수청 4급 수사관 이상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권역별 지방사무소 설치를 요구하는 등 중수청을 견제하려고 하는 것 같다.

▲공수처 자체도 옥상옥이다. 민주당에서 진행했던 토론회·간담회에서도 많은 법률 전문가들이 옥상옥이라는 취지로 반대했다. 공수처의 연간 예산은 약 300억원인데, 작년과 올해 딱 한 건씩 기소했다.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 중 대법원까지 간 사건의 66%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실적도 별로 없는데 각종 요구를 하는 것이다.

수사 역량은 하루이틀 사이에 나오는 게 아니다. 검찰이 그냥 검찰이 아니다. 검사와 노련한 수사관들이 있다. 검사와 수사관을 각각 몇 명씩 데려다 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중수청·공소청이 다음 달이면 출범하니 그게 훨씬 급하다. 지금은 공수처가 예산·조직을 달라고 요구할 때가 아니다. 그러고 싶으면 능력을 입증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능력 없는 공수처는 수사권·기소권을 다 갖고 있다.

-평범한 국민이 검찰 폐지 이후 복잡해진 이의신청 절차를 이해하고 권리 구제에 활용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에서 이의신청 개념의 틀을 만든 적이 있다. 마치 반도체 회로 같았다. 변호사도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른다. 진리는 단순하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그걸 깼기 때문에 복잡해진 거다.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 간단한 것을 모르고 검찰을 악마화해 폐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나는 역사의 죄인이다. 절차가 복잡해지고 자기가 어떻게 해야 보호받는지를 모르는데, 피해자가 보호를 더 잘 받겠는가? 경찰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공동대표였던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의심스럽다. 김 후보자는 스스로 공소를 취소할 권한도 없고 지휘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하려면 할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어떻게 나갈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 발언을 지킬 것 같지도 않다. 밀어붙일 때는 그냥 밀어붙이지 않나? 그러니 믿지 않는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신약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의 가장 큰 문제다.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억울해서 헌법소원을 했다고 한다. 만약 문제가 없다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했지 기소유예 처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소유예 처분은 일종의 타협인 것 같다. 제가 볼 때는 공익성 민원이 아니고, 상대 여성이 브로커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청탁인 것 같다. 그는 이로 말미암아 주식을 팔아 63억원을 남겼고, 김 후보자는 그 과정을 도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 사람이 과연 법무부 장관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제약사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정모 판사와도 어우러져 있다. 아주 볼썽사납게 됐다. 국민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국민은 청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후원금을 또 주려고 했는데 한도가 다 차서 들어가지 않아 못 준 거다. 김 후보자도 받으려고 했던 것 아닌가?

게다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룸살롱 접대 의혹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을 두고 김 후보자는 지귀연은 판사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 관련 사건에서는 영장 전담 판사와 같이 있었다. 흔치 않은 일이다. 김 후보자는 장관으로서의 자격이 문제 되니 사퇴하거나 지명을 철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이 복잡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는가?

▲이게 다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절대다수를 독점한 민주당이 강압적으로 만든 상황이다. 숫자는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저희는 제도 운영을 철저히 감시하고, 민주당이 개악한 제도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을 여론화해야 한다. 이어 보완수사권을 회복하고 전건 송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5개가 다시 재개돼야 한다고 본다.

-<일요시사>와 독자들에게 건네는 추석 덕담 한마디.

▲정론직필의 자세로 바른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일요시사> 관계자 여러분과 엄중하고 힘든 정국 속에서도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면서 일상을 지켜가시는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비록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진실과 상식이 바로 서는 그날까지 늘 국민의 편에서 바른 길을 가겠다. 이번 명절만큼은 모든 근심을 내려놓으시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따뜻하고 웃음 가득한 연휴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가정에 늘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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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