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호사도 속은’ 100억대 투자 사건 기막힌 사기 행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피해자가 날린 건 돈뿐만이 아니었다. 신뢰는 무너졌고 사람도 잃었다. 특히 수십년간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신뢰를 잃은 부분은 뼈아팠다. 하지만 피해자를 괴롭게 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직업적 특성상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상황에 휩쓸려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자괴감이 피해자를 사로잡았다. 피해자는 다름 아닌 변호사였다.

사기 사건의 무서운 점은 당한 사람을 극한까지 몰고 간다는 데 있다. 단순히 금전 피해를 본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탓하게 되는 굴레에 빠진다. 손해를 입은 당사자임에도 본인 탓을 하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속은 걸까’ 같은 생각은 피해자를 갉아먹는다.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한 사기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속 끓이는
피해자들

‘불법 다단계’ 수법으로 피해자만 최소 수십명, 피해액 100억원 이상의 사기를 쳤다는 의혹을 받는 최모씨 사건이 딱 그렇다. 처음에는 사기꾼을 탓했던 피해자들은 최씨를 소개해 준 지인을 탓하다 이내 자신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로는 최소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쉽게 돈을 벌려는 욕심 때문에 속아 넘어간 게 아니냐는 주변의 비난도 피해자에겐 아픈 지점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주변 사람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숨어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 ‘조금만 기다리면 먼저 돈을 챙겨주겠다’는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수사기관 등에 도움을 받을 시기도 놓치곤 한다.

최씨를 만난 피해자들은 모두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그를 두고 ‘화를 내는 법이 없었다’ ‘말투가 나긋나긋하고 조곤조곤했다’ ‘듣다 보면 정말 돈을 줄 것 같았다’ ‘홀리는 느낌이었다’ 같은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최씨로부터 약속한 돈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세금이나 비자금 등을 언급했다. 세금을 대납해 주거나 기업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특정 비율로 나눈다고 한 것이다. 최씨는 단기 대여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긁어모았다. 또 피해자의 카드로 정유 대금을 결제해 이른바 ‘카드깡’을 하는 방식도 사용했다.

최씨의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형사고소 건만으로 따졌을 때 30여명에 이른다. 이 중 한 건은 재판으로 넘어갔고 나머지는 아직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고소하면 돈을 주지 않겠다’ ‘조금만 기다리면 돈이 나온다’ 등 최씨의 협박과 회유를 믿고 기다리는 피해자도 적지 않은 걸로 파악돼 피해자 수와 피해액은 확인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인의 명품백 문의에 연락
명품 리셀숍 대표 행세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피해자 가운데 소위 말하는 ‘사짜 직업’, 즉 전문직도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씨의 피해자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 활용됐다. 한 피해자는 “(최씨가) 의사도, 변호사도 돈을 넣었다고 해서 사기일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일요시사>는 그 가운데 1명인 A씨와 접촉했다. A씨는 변호사로, 최씨와는 법률 자문 과정에서 안면을 텄다. 독특한 점은 A씨와 그 지인을 상대로 한 최씨의 사기 수법이다. ‘기업/개인 세금 처리 대행’이라고 적힌 명함을 들고 다니며 문서 한 장 없이 ‘입’으로만 사람들을 현혹했던 기존의 방식과는 판이했다.

A씨는 최씨를 명품 리셀숍의 대표로 알았다. 법률 자문을 해줄 당시 이미 명품 리셀숍 대표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서울 부촌에 자리한 사업장, 홈페이지, 명품관 직원들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채팅창, 최씨가 입고 두르고 다니는 명품들은 A씨의 눈을 멀게 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알기 전까지 최씨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A씨와 최씨가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한 시기는 2024년 11~12월경으로 확인된다. 법률 자문 이후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줄 알았던 두 사람은 A씨의 연락으로 재회했다. A씨는 “지인이 에르메스 백을 사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그때 최씨가 떠올라 연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가 최씨의 그물 안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셈이다.

어디다가
말도 못해

이어 A씨는 “최씨가 전에는 명품 리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없이 현금으로 거래하면서 수익을 보고 했는데 이제 정식으로 사업자를 내고 하려 한다고 했다”며 “그때 홈페이지도 만들고 서울 한남동 쪽에 사무실을 하나 빌려 ‘프라이빗하게’ 사업장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최씨가 말한 사무실은 존재했고 홈페이지도 그럴 듯했다. 또 사무실에는 대형 백화점 명품관 출신 직원들도 있었다. 제법 갖춰진 구색에 A씨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돈은 투자 형태로 들어갔다. A씨가 변호사였기에 법정 이자 이상을 준다거나 요구하는 대신 투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씨의 돈만 들어간 게 아니라는 점이다. A씨에 따르면 자신의 소개로 최씨를 만난 지인들도 돈을 투자했는데, 그 돈의 액수가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A씨가 넣은 돈은 4억원가량인데, 지인들이 엄청나게 큰돈을 최씨에게 준 것이다. 최씨의 또 다른 피해자들은 A씨 등의 피해액을 약 70억원으로 알고 있었다.

A씨는 “사업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자문을 맡기겠다. 개인 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그때도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는 등의 말을 계속했다. 또 자기가 거래하는 고객 가운데 비슷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개해 주겠다고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뭐에 홀린 것 같다”고 한탄했다.

A씨는 투자금이 들어가고 두세 달가량 지나고 돈이 제대로 반환되지 않자 그제야 ‘아차’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씨가 세무조사 등을 핑계로 돈을 줘야 할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부를 인테리어하고 진열대를 놓는 등 사무실을 꾸미는 모습에 온전히 사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이용했다

A씨의 눈을 뜨게 한 건 한 통의 전화였다. 최씨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A씨를 수소문해 전화를 건 것이다. 2024년 11월 최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모아 일종의 ‘설명회’를 한 적 있다. 돈을 언제까지 주겠다는 둥, 왜 못 주고 있는지 등에 대해 언급하는 자리였다. 이날 최씨의 집에는 약 10명가량의 피해자가 모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최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정유 대금 사건 등으로 막힌 ‘카드깡’에 대해 말했다. A씨는 “(최씨가) 정유 대금 사건에서 카드를 대여해줬던 소유자들이 이거를 계속하고 싶어하는데,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래서 실제 문제가 됐고 범행이니까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는 건 당연히 불법이니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A씨의 말은 스피커폰을 통해 최씨의 집에 모인 피해자들에게 전달됐다. 최씨는 A씨의 말을 통해 자신이 돈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합리화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 사건(정유 대금 사건으로 추정)이 마무리되면 그때는 조금씩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실제 일부 피해자들은 최씨의 말을 믿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피해자를 통해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그 길로 최씨를 추궁했다. 그리고 관련 내역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당시 연락을 준 피해자에게 들은 말인데 최씨는 명품 리셀숍 사무실에 대해 ‘실제로 하려고 하는 거 아니다’ ‘위장 사업장이다’ 등의 말을 했다고 했다”며 “정말 철저하게 당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의 추궁에 최씨가 보여준 자료는 가관이었다. A씨는 “임대차 계약서도 확인하고 임대인에게도 물었는데 사무실 보증금도 다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다. 월세도 제때 낸 적이 드물다고 했다. 정말 딱 최소한의 외관만 갖추려고 진행했던 것이다. 제대로 공사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원
다른 피해자 전화에 ‘아차’

실제 최씨를 믿은 대가는 혹독했다. A씨는 돈은 물론 수십년간 알고 지낸 지인들도 잃었다. 최씨를 소개해 준 부분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지인에게 강한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또 A씨의 사정을 아는 주변 사람은 그의 직업이 변호사라는 점에 놀라움을 표했다.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선은 A씨를 옥좼다.

A씨는 자괴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말 괴롭다. 남은 인생이 이제 거의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하루 버티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죄책감도 없어 보이는 최씨의 태도에는 분노도 표했다. 그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까지 생존 자체를 어렵게 만든 것 아니냐. 그거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랄까, 인간적인 부분이랄까 그런 게 없다”고도 했다. A씨의 말은 다른 피해자들도 입을 모아 하는 내용이었다.

더 큰 문제는 최씨의 사기 행각으로 금전적 손해를 본 피해자들이 원금 회복 등을 위해 최씨를 옹호한다는 데 있다. 최씨는 정유 대금 사건과 피해자의 사기 혐의 형사고소 사건 등에서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최씨를 구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들이었다.

당시 사정을 알고 있는 A씨는 “정유 대금 사건에서 최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최씨가 현재 구속된 이모씨와 공범으로 엮이지 않은 건 피해자들이 카드 대금을 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최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카드 대금을 지급했다고 했는데, 피해자들이 그게 맞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그렇게 진술해 준 피해자가 50여명에 이른다.

현재 재판 중인 형사고소 사건에서 구속 갈림길에 선 최씨에 대한 탄원서도 피해자들이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최씨는 (피해자가) 고소한다고 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조짐을 보이면 늘 돈을 언급했다. ‘고소하면 돈 받는 순위가 가장 마지막으로 밀린다’ ‘내가 감옥에 가면 돈을 줄 수 없지 않느냐’ 등의 말을 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남 탓하며
요리조리

남 탓도 서슴지 않았다. 최씨는 <일요시사> 보도 이후 한 피해자에게 연락해 ‘팀장님 그냥 저 감옥 가면 되는 건가요? 어찌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가세요. 제가 어찌 해볼 수도 없게. 함께 좀 정리해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도 다른 피해자들에게는 문자를 받은 피해자 때문에 돈을 못 주고 있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피해자들 사이에서 아주 미친X이 됐다”고 말했다. 해당 피해자는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최씨의 문제를 공론화한 인물로, 1년 가까이 그 주변을 파헤쳐 고소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들 가운데 여전히 최씨를 신봉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가 나쁜 사람이 돼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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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