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김지용

검찰 없애고 다시 검찰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최종범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김지용 전 광주고검 차장검사를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면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일인 다음 달 2일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다만 과거 김 후보자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 이력이 있어 향후 진행될 인사청문회에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용 전 광주고검 차장이 지난 8일,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하에 신설되는 수사기관이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한 뒤 중수청장으로 정식 임명되면 그는 중수청의 첫 기틀을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된다.

개혁 마무리
중수청 신설

중수청은 검찰개혁의 최종 작업으로 신설됐다. 중수청 출범 배경을 살펴보려면 검찰개혁 논의의 물꼬를 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검찰개혁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한 검찰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경찰의 수사권 독립 필요성을 역설하고,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를 논의하는 등 검찰 개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개혁 동력도 상실하면서 그의 검찰개혁은 사실상 실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적인 검찰개혁의 시작을 알렸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개혁 작업에 몰두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조국을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혔고, 조 전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장섰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로 제한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일 경우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되 검찰은 기소 전 보완수사만 가능하도록 체제를 개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에도 성공했다.

검찰이 독점했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등을 이양해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권력 비대화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 마무리 작업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었다. 앞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종류를 6대 범죄로 한정시켰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시키는 형태였다.

검찰과 야권의 반발이 거셌지만 문재인정부는 결국 윤석열정부 출범 한 달여를 앞두고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개혁 끝에 중수청 출범
인사청문회 난항 예상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검찰개혁은 제동이 걸렸다. 윤정부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추진해 기존에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했다. 또 인지수사 가능 부서의 제한, 수사팀 신설 시 법무부 장관 승인 등 지난 정권에서 만든 검찰 개혁 관련 조치를 폐지해 검수완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길고 길었던 검찰개혁의 마지막 매듭을 짓는 역할을 맡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검사의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강조했고, 취임 직후부터 이 원칙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등장한 기관이 바로 중수청이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청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목적으로 하는 공소청·중수청 설치법이 차례대로 통과됐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과 공수처, 그리고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이 수사를 나눠 맡고, 검찰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재판) 업무만을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전환된다.

행정안전부 산하로 신설되는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 7대 중대 범죄를 전담한다. 총 정원은 2874명으로 수사관이 2567명, 일반직 공무원 등 307명이고, 본청 396명과 지방청 2478명으로 구성된다.

중수청 인력은 검찰청 인력으로 대거 채워진다. 앞서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중수청 ‘특례임용’ 희망자를 접수했다. 특례임용이란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검사와 수사관이 중수청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중수청으로 옮길 수 있게 허용하는 절차다.

지난 1일 중수청 개청준비단에 따르면 중수청 특례임용 지원자는 2376명이었으나 이 중 25.9%인 615명이 신청을 철회해 총 1761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면 이런 중수청의 수장을 맡게 된다. 앞서 중수청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김 후보자를 비롯해 김관정·문홍주 변호사와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해 윤호중 행정안정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윤 장관은 이 중 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했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김 후보자가 낙점됐다.

굵직한 경력
요직 거쳐

김 후보자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대전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장, 대검찰청 감찰1과장,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검사장급인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고, 2021년 춘천지검장과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역임했다.

2023년 윤석열정부에서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근무하다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리더”라고 평가했다. 검찰 조직 내에서도 원만한 성품을 갖고 있고,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후보자는 2014년 대구지검에 특수부장으로 있던 당시 기타동호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수사 이력 면에서 나름 굵직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미납 추징금 환수팀에서 영치금을 국고로 환수시킨 바 있다. 또 가수 싸이의 산업체 병역특례 비리, LG카드 미공개 정보 이용 사건 등을 처리해 수사 역량을 입증했다.

김 후보자가 낙점된 데에는 그가 검찰 출신이라는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지난 7일 초대 중수청장 최종 후보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수사, 감찰, 공판 등의 형사사법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온 수사·법률 전문가”라며 “주요 수사기관의 지휘부에서 근무하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온 경험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중수청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한편, 출범 초기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과 공정성·중립성, 신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경험과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도 김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로 수사 경험과 조직 관리 역량을 언급했다.

윤 장관의 제청 이후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국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김 후보자는 수사법률 전문가로, 10월 출범을 앞둔 중수청을 빠르게 안착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새 형사 체계 하에서 그동안의 수사 경험 및 조직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2022년 대검찰청 형사부장 시절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엇갈린
정치권

김 후보자는 특히 검찰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피해자가 많은 사기 사건처럼 복잡한 사건은 증거 부족으로 보완수사 요구가 무한히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내놨던 것이다.

보완수사 폐지 논란은 이정부 들어서 가장 뜨거운 쟁점 사안 중 하나였다. 보완수사는 경찰이 검찰에 넘긴 사건에서 빠진 혐의나 증거를 검찰이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다. 기존에는 검찰이 경찰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온 만큼, 문정부는 검찰에 일말의 수사권도 남기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완수사 폐지 논의를 진행했다. 이정부가 들어선 뒤 보완수사 폐지 문제를 두고 존치와 폐지 입장은 팽팽하게 맞붙었다.

하지만 이정부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줄곧 고수해 온 만큼, 지난 7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결국 통과됐다. 이처럼 보완수사 폐지와 관련해 과거 김 후보자가 반대 입장을 내비쳤기에 그가 ‘수사·기소 분리 원칙’ 속에서 탄생하는 중수청의 수장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반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의 검찰 시절 행적도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냈을 때, 김 후보자는 반대 입장을 낸 이력이 있다.

당시 서울고검 차장검사였던 김 후보자는 법치주의 훼손을 우려하며 재고를 촉구하는 전국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김 후보자를 포함한 검사장 17명은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그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를 냉철하게 재고해 바로잡아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처음 출근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 속에서 신설되는 중수청의 청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며 “현재로서는 곧 있을 청문회 준비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후보자는 과거 검수완박에 부정적이었던 입장과 관련해 질문을 받자 “향후 청문회 절차에서 성실하게 소명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과거 보완수사 폐지 반대
민감한 질문엔 즉답 피해

또 검찰 출신을 후보자로 임명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권력이 커진 경찰과 협력하고 견제할 방안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도 김 후보자는 모두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후보자 낙점을 두고 정치권 반응은 갈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서면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 지명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되, 검찰이 쌓아 온 수사 전문성은 중수청에 제대로 이관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후보자의 수사·감찰·공판 분야 이력을 언급하며 “이 경험이 새 조직의 안착에 온전히 쓰이도록 하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김 후보자에 대해 “중수청을 처음 제안한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께 요청드린다”면서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번 인사를 재고해 달라”고 썼다.

박 의원은 “그런 점에서 김지용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김 후보자는 2022년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접 수사 필요성을 내세워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조국혁신당 임명희 대변인은 지난 7일 김 후보자 제청에 대해 “검찰개혁의 원칙을 훼손하는 검찰주의자가 중수청장이 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신설되는 수사 전담 기관의 지휘관에 또다시 검찰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은, 제도상으로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직 구성을 마친 상태다. 준비단장은 신준호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제1부본부장이 맡는다. 그는 부산지검 1차장검사,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기획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 등을 지낸 수사 베테랑이다. 준비단에는 4~7급 검찰 수사관 10명도 파견됐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파견은 다음 달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해결 과제
산더미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라는 산을 넘고 초대 중수청장으로 취임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중수청 출범 초기 수사 공백을 채워 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검찰 폐지로 인해 경찰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중수청은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조정하고, 견제, 협력 체계를 구축할지 정교한 구상도 내놔야 한다.

기존 검찰 인력을 대상으로 한 특례임용에서 지원자들이 신청을 대거 철회한 만큼 인력에 빈자리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찰, 변호사, 회계사 등을 채용한다지만 이들로 어떻게 수사 전문성을 키워나갈 것인지 세밀한 계획 역시 필요하다. 중수청 출범까지 약 한 달 남짓, 김 후보자에게 주어진 과제가 산더미다. 

<jbcho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소청장 소식은?

오는 10월 중수청과 함께 출범하는 공소청이 조직 개편과 인력 배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초대 공소청장 인선은 소식이 없는 상태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공소청 직제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직제안은 현행 검사 정원 2292명을 유지하고, 수사기관의 불송치 사건을 전담해 재검토하는 ‘사법통제부’를 두는 내용을 담는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사법통제부’라는 명칭을 부적절하다고 짚으며 제동을 걸었다.

불송치 사건을 검토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고, 논쟁적 이름을 붙여 입길에 오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해당 사안들을 수정·보완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소청은 조직 틀을 갖추는 작업이 다소 지체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소청이 당장 다음 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소청장 후보라도 정해져야 조직 세부 인력 배치와 운영 방향을 결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장 인선이 늦어질 경우 공소청이 경찰과 중수청 등 수사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공소청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청장 인선과 함께 조직 구성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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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