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43)세뇌 감옥에 갇히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9.14 03:05:16
  • 호수 1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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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그런 말을 하는 계모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예전에 겪은 갈보의 추악성을 아이의 마음속에 주입하려는 야수의 얼굴이었다.

오래 묵은 화장독으로 인해 푸르스름한 낯가죽을 다시 진한 화장으로 가리고 입술엔 늘 빨간 루주를 바르고 있었다.

그런 정신적인 세뇌와 영혼에 대한 폭력은 열 두세 살이 되어 초경을 치른 후론 훨씬 더 심해졌다.

야수의 얼굴

“넌 할 수 있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구! 너 같은 반푼이, 반달이 오히려 매력적일 수도 있어. 제 잘났다고 뻐기는 년놈들은 젬병이야. 알았지? 넌 반푼이가 변신한 반달이야.”

그녀는 세뇌의 감옥에 갇혀 시시각각 괴로워하며 파르르 떨었다. 만일 그 무렵 의붓오빠가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마 가출이나 자살을 감행했을지도 몰랐다.

의붓오빠는 계모의 친아들로 정인보다 다섯 살이 많았는데, 몇 년 전에 불쑥 가출했다가 돌아온 것이었다. 오빠는 코밑에 수염이 거무스름하게 돋고 오른쪽 눈가엔 전에 없던 흉터가 나 있었다.

계모와 달리 오빠는 정인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정인이 해죽 웃으며 다가가면 문득 싸늘히 돌아서 가 버렸다.

그래도 때론 머리카락을 다정스레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하얀 손을 꼭 잡아 주고 포근히 껴안아 주기도 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어린 눈망울로 말없이 오빠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오빠의 메마른 입술이 눈가에 닿았을 때는 천국에 오른 듯했다. 그리고 예쁜 꽃이 달린 머리핀이나 일기장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오빠는 책 한 권을 책상 위에 놓아두곤 집을 나가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채색된 삽화도 들어간 그 아담한 책을 보며 정인은 밤새도록 소리 죽여 흐느꼈다.

여기서부터 몽키하우스에 수감된 여자들의 얘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정인과 의붓오빠가 육체 접촉을 거쳐 성관계까지 나아갔는가, 정신적인 사랑에서 멈췄는가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가 늘 보물처럼 지니고 다니는 작은 자물통이 달린 일기장을 누군지 슬쩍 훔쳐봤으나, 이 의문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므로 여자들의 공상은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었다.

“아마 했겠지. 그 나이 땐 마음보다 몸이 쪼금 더 먼저 움직이잖아. 사내놈이 훌훌 떠난 뒤 계집애가 그리워 울고 짰다면 뻔한 걸 뭐.”

“그래도 순정파였을 수도 있잖아. 예쁜 동화책을 몰래 선물로 두곤 밤안개를 헤치며 묵묵히 떠났으니 얼마나 멋져. 아, 내게도 그런 추억이 있었으면….”

“지랄허고 자빠졌네. 양갈보 생활 십년에 아직도 백마 타고 올 왕자를 기다리고 있다니 꽤나 꼴사납다야. 명자 넌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봐서 탈이라니까.”

“호홋, 마약보다는 더 건전하지 뭘 그러니?”

“저 XX년. 대체 언제 철이 들꼬?”

“세상이 추악해도 민들레는 핀단다. 노란 꽃도 귀엽지만, 무거운 씨앗을 매단 채 훨훨 날아오르는 하얀 날개를 보면 너무 경이로워. 난 순수한 영혼을 느껴. 더구나 걔들은 오누이 사인데.”

“오누이는 무슨 오누이래. 의붓 남매라곤 해도 따지고 보면 전혀 남남인걸. 그리고 민들레 꽃씨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게 꿈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야. 꽃씨들은 척박한 땅에 더 많은 씨를 뿌려 생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거라구.”

“젊은 언니들, 보리밥 먹구 괜히 목청 높이 덜덜 말구 그냥 한숨 주무셔. 이런들 어떻구 저런들 어떡할 거야. 이미 양갈보가 돼 버렸는걸.”

결국 성관계까지 나아갔는가
정신적인 사랑에서 멈췄는가

“그래, 맞어.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일 뿐인데 너무 심각하면 재미도 콩맛도 없지롱.”

그렇게 해서 남매간의 근친상간 의혹은 일단 흐지부지해지고 말았다. 고운 손때가 묻은 그 책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먼 이어도에는, 내리흐르기도 하고 치흐르기도 하는 바닷가 오두막에 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 강씨가 이어도의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다가 이씨 처녀의 눈에 들어 정분을 맺고 쌍둥이 남매를 낳으니 이들이 바로 오라비인 은우와 누이 별이였다.

세월이 흘러 부모는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바로 이 별이가 세상 아가씨들에게, 사랑해도 좋을 상대가 있고 결코 안 될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무슨 말이냐 하면 열댓 살이 된 처녀 별이가 제 오라비인 은우에게 품어서는 안 될 사랑의 마음을 품은 것이다.

처음에는 별이도 자기 마음에 깃들어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는, 당연한 듯 여기고 오빠에게 다정하게 입을 맞추거나 그의 목을 팔로 감아 안거나 했다.

별이는 자신의 행동에 자연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꽤 오랫동안 남매간이라는 것을 기화로 제가 하는 짓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러는 동안 오라비에 대한 별이의 사랑은 선을 벗어나고 있었다.

오빠를 만나야 할 때면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차려 입거나 예쁘게 보이려고 턱없이 애쓰거나, 자기보다 예쁜 여자가 오빠 곁에 있으면 터무니없이 질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별이는 제 느낌을 말로 나타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별이의 욕망은 안으로 타들어갔다.

이윽고 별이는 남매라는 것을 나타내는 오라버니라는 호칭 대신에 ‘자기’라는 호칭을 더 즐겨 썼고, 은우가 자기를 누이라고 부르기보다 별이라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별이는 깨어 있을 때면 곧잘 부끄러울 만큼 탐욕스런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잠이 들면 그보다 더 부끄러운 꿈을 꾸었다.

그녀는 제 오라버니의 품에 안겨 잠자는 상상을 하고는 꿈속에서도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깬 별이는 한동안 그대로 누운 채 꿈에서 경험한 것을 되새겨보다가는 속으로 푸념을 했다.

사랑의 선

‘나같이 불쌍한 것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어째서 이런 꿈을 꾸는 것이며, 이 꿈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다시는 이런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래 내 오라버니가 심지어는 좋게 보지 않으려는 여자들의 눈에도 절세의 미남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오라버닐 존경한다. 그래, 오라버니가 아니었더라면 사랑의 상대로 삼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그의 누이이니 이 팔자가 사납구나! 아니야, 깨어서는 그분이 내 연인이 되는 상상을 할 수 없으니, 잠들어 꿈이야 좀 꾼들 어떠랴! 누가 내 꿈을 엿볼 것이며, 누가 꿈속에 누리는 기쁨을 탓하랴! 아, 오라버니여, 내가 만일에 이름을 바꾸어 오라버니와 혼인한다면 아버님의 좋은 며느리가 될 수 있을 텐데요. 또한 만일 오라버니가 나와 혼인한다면 아버님의 좋은 사위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아, 맞아, 우리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지. 아, 차라리 오라버니가 나보다 귀한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그렇지 못하여 절세의 미남인 오라버니는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아 아이들을 낳게 할 테지. 신께서 우리를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게 했다는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오라버니의 누이로 남아 있어야 할 테지. 우리가 나누어 가진 것이 우리를 남남으로 나눌 테지. 그런데 왜 나는 이런 아무 소용도 없는 꿈은 꾸는 것이지요? 아, 신이시여, 더 이상 이런 꿈은 꾸지 않게 하소서. 바라건대 이 금단의 욕망을 저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떠나게 하지 못하신다면 금단의 욕망에 굴복하기 전에 저를 죽이소서. 죽어 관 속에 들면 제 오라비로 하여금 저의 볼에 입 맞추게 하소서.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다 하고 있지? 내가 왜 이런 소릴 하고 있는 것이지? 대체 내가 어쩌려는 것일까? 안 된다, 이런 부정한 생각은 안 돼! 내 사랑은, 오라비에 대한 누이의 사랑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오라버니가 먼저 나를 살아했다면? 아마 나는 오라버니의 부정한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을 테지. 그렇다면 나는 왜 먼저 호의를 보이면 안 되는가? 하지만 네 입으로 이 말을 고백할 수 있을까? 네가 오, 사랑이 나를 물러서지 못하게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부끄러워서 말을 못한다면, 은밀하게 써서 뜻을 전하면 되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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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