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유엔이 기후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약 40년이 지났고, 그사이 기후 재앙은 인류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더 이상의 경고는 무의미하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가며 예측한 기후 이상 현상은 경고가 아닌 현실이 됐다.
시작은 ‘지구 온난화’였다. 1970년대 산업화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늘었고 이는 기온 상승 추세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기후변화였다. 온도 상승을 넘어 폭염, 폭우, 가뭄 등 기상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무너진 방어선
유엔이 기후 위기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시점은 1988년이다. 당시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지구 온난화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던 시절,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국제 규범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경각심을 깨우치기 위해 ‘기후 위기’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IPCC는 1990년 제1차 보고서를 통해 10년당 약 0.2℃~0.3℃ 상승을 예측했다. 1990년~2020년 사이 10년당 실제 약 0.18℃~0.2℃ 상승했다. 1996년 향후 30년간 전 세계 해수면이 평균 8cm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2025년 조서 결과 비슷한 수치인 9cm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10년당 약 0.3°C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마찬가지로 비슷한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이후 10년 동안 전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약 0.35℃ 오르는 등 최근 들어 온난화 현상이 가속되는 모양새다.
유엔 보고서 발간 당시 ‘과장된 공포’라는 일각의 비판과 달리 과학적 정확도가 매우 높았음이 입증된 셈이다.
유엔이 보내는 다음 경고는 무엇일까.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봐도 매년 기록적인 폭염과 이로 인한 기후 이상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류가 마주할 기후 위험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너무나 과장된 공포?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대한민국도 기후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따르면 10년 뒤, 한반도 대홍수로 300만명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및 이상 기후 현상으로 2030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경기 및 인천 지역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유엔은 수년 내에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치인 1.5°C 방어선(임계온도)을 넘길 것으로 봤다. 평균기온 상승폭이 향후 몇 년 안에 1.5°C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것이다. 유엔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1.5°C 목표 초과가 불가피하다는 걸 정면으로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목표치를 초과하게 되면 기온이 소폭 상승할 때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물론, 생태계 상실과 연안 도시의 침수 위험 등 각종 재앙으로 이어진다. 또 식량 안보, 수자원 공급, 경제 인프라 등 전반에 타격을 입게 된다.
아울러 유엔재난위험감축국(UNDRR)은 2030년 홍수·가뭄·폭풍 같은 자연 재난과 팬데믹 등 인재 재난이 연 560건, 일평균 1.5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수백만명의 목숨이 위험에 빠지고, 약 1억명이 빈곤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유엔 산하 환경 전문기구인 UNEP는 각국이 지금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유지할 경우 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2.6°C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약속까지 모두 이행하더라도 약 1.8°C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지나버린 골든 타임
재앙은 현실…방어가 최선
기후 재앙의 임계치인 1.5°C를 넘지 않도록 막는 길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보수적인 연구 결과의 수치로,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시행된 정책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2100년 지구의 온도는 3.2℃까지 증가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UNEP가 제시한 핵심 전략은 ‘오버슈트·정점·하락(overshoot, peak and decline)’ 경로다. 온난화 정점을 낮추기 위해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기온을 다시 낮추는 방식이다.
이에 IPCC는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는 84%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1.5℃ 또는 2℃ 미만으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현재 수준은 현재의 3~6배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축 분야의 투자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자본과 유동성은 국제적으로 충분하지만 제한적인 제도와 역량 등 걸림돌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올여름 전 세계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치명적인 홍수는 앞으로 닥칠 기후 재앙의 경고”라며 “1.5°C 이상의 기온 오버슈트를 가능한 한 작고 짧게 만들기 위해 인류는 더 큰 야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일한 길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 기온을 향후 다시 1.5도 아래로 낮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일부 피해와 변화는 되돌릴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유엔의 단어가 점점 과격해진 것은 역설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음을 방증한다.
유엔의 경고는 이제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닌, 문명의 생존을 건 ‘최후통첩’이 됐다. 과학적 경고의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이제는 전 지구적 실행만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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