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대담>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 작금의 야당을 말하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9.07 11:12:51
  • 호수 16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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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 맞고도…국힘은 혼수상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제 정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향후에도 정치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최근 국민의힘 내 5·18 폄훼 논란과 관련해 “끊임없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법질서를 어기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지방선거 국면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다시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그를 만나 국민의힘의 현 상황과 보수 재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근황은?

▲저는 선거가 있든 없든 정치인의 현 위치는 항상 현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반도체 관련 현장과 현대중공업 등 미래산업 현장을 많이 다녔다. 또 청년의 세대교체와 관련해 많은 청년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주당 3일은 지방에 있고, 4일은 서울에 있으면서 전문가들과 현장을 다니고 있어서 연일 바쁘다. 제 원칙은 모든 정치의 현장은 국민의 삶·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028년 총선 출마 계획은?

▲앞으로 어떻게 정치를 할지 특별하게 정한 것은 없다. 하지만 제 정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저는 1995년 광주시의원 출마 이후 국회의원·도지사·통합시장 선거 등 호남에서 31년째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변화를 감지하는데 특히 호남 지역 청년의 투표 의식·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호남에서 당선된다는 것은 (과장되게 얘기하자면) “삶은 밤을 바위에 심어 알밤을 따려는 것을 기대하는 게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잃고,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국민의힘의 위기는 단순히 지지율이 낮은 게 아니라 존재·존립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유권자 입장에서 국민의힘이 왜 필요하고, 우리에게 뭘 해줄 것인지, 그리고 집권하면 어떻게 삶이 바뀌는지 자신 있게 답변할 내용이 없다. 준비된 것도 없고,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준비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그게 위기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해 국민의힘은 내부 권력투쟁 이상도, 이하도 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본다. 정말 놀라운 것은 국민으로부터 여러 차례 회초리를 맞는 심판을 받았는데도 위기의식·부끄러움을 전혀 못 느끼고, 뭘 해야 할지도 집단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로서는 판단력과 실행력이 마비된 혼수상태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이보다 더 어떻게 꼬집어주고, 이보다 더 어떻게 회초리를 때려주고, 이보다 더 어떻게 쇼크 요법을 쓸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주체 세력 교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는 그대로 놔뒀지만, 주체 세력을 완전히 바꿨다. 전두환씨·김영삼 전 대통령도 주체 세력을 모두 교체했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1998년 이후 30년 가까이 주체 세력을 교체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위기라고 본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주요 선거에서 참패했던 사례가 많다.

▲과거 보수 정당은 시대의 과제를 중요시했다. 건국·산업화·근대화·민주화·문민화·세계화 등 시대의 과제를 도출해서 그에 걸맞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한 후 시대 과제들을 잘 해내왔다.

정당 내부 갈등은 어느 정치권·정당이든 반드시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 파벌의 활동이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거나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한 투쟁이었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순전히 당내 공천권을 포함해 의원 개개인의 생존을 위한 줄서기였는지 구분하는 것이다.

요즘은 생존을 위해 팬덤에 뛰어들고 참여하는 등 폭이 아주 좁아지고, 좀스러워졌다. 국가·국민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등 계파가 당보다 세고, 당이 국민보다 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 국민의힘에 전혀 관심을 둘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중도·수도권·청년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요즘 유권자들은 주택·교육·의료·교통·금융 등 삶·일상생활 관련 대안을 고민·제시하면서 접촉·대화·실행하려고 한다. 따라서 정치인도 개인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낫게 해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중도·수도권·청년의 삶·애로사항과 관련해 그들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방 안 퉁소’라는 말을 붙여주면 되겠다. 방 안에서 퉁소나 불면서 내부에서 자신의 삶과 정치적 운명에 대한 현미경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호남 포기를 포기해야…국가 발전 중심축 둬야”
“싸움·투쟁은 수단일 뿐…정치 목적 돼선 안 돼”

당내 문제에만 관심을 가질 뿐 시야를 넓히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망원경을 선물하고 싶다. 중도·수도권·청년은 하늘의 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극단적인 이념에 관심이 없는데도 국민의힘은 편향된 극단·과격 지지자들과 함께 그런 이념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중도층이 볼 때는 전혀 자신의 삶과 다른 삶을 사는 정치인들로 보인다. 그러니 관심이 없다.

또 국민의힘은 청년을 사진 찍을 때에만 장식품으로 사용한다. 정책의 결정 방향·예산·조직·공천 등에선 청년을 항상 배제한다. 기득권 세력이 주축이 돼 이끌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청년으로부터 외면받는다.

따라서 빨리 방에서 나와야 한다. 밭·들·공장 등 국민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서 그들과 어울려 그들의 문제를 파악·해결하려고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들의 문제를 찾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는 정치를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그러니 매 선거마다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특히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을 비롯해 역대 보수 정당은 모두 호남을 포기해 왔다. 호남 포기를 포기하는 게 호남에 대한 최고의 정책이다. 어차피 표를 주지 않는다고 결론부터 미리 내려놓고 관심을 쏟을 이유가 없다는 식의 호남 포기부터 포기해야 한다.

호남 포기를 포기하는 방법은 호남에 예산을 배정하거나 산업을 챙겨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남 발전을 국가 전략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호남을 대한민국의 국가 발전 전략에 포함시키지 않아왔다. 호남을 다른 지역과 똑같이 국가 운영의 중심축에 둬야 한다.

반도체를 포함한 호남의 여러 발전을 호남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 수도권 집중은 거의 국가 재앙 수준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선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문제로 파악해 호남이 발전하면 다른 비수도권 지역의 미래 전략 산업들도 발전할 수 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는 잊을 만하면 5·18민주화운동(이하 5·18)을 폄훼한다.

▲국민의힘이든 아니든 5·18은 누구나 민주주의 역사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5·18 관련 법·제도는 이미 다 완성됐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법질서를 어기고, 역사를 왜곡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과 4·19 혁명이 들어가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국가 권력에 의해 국민이 뭔가 피해를 입을 때, 그에 저항하는 게 민주화운동인데, 5·18은 이 운동의 완성이다. 그래서 역사 그대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5·18을 정식으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했던 때는 보수 정당 집권 시기였다. 그래놓고 지금에 와서 딴소리를 하면, 어떻게 국민의힘을 신뢰할 수 있겠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싸움’과 대여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싸움 그 자체가 국민의 지지를 얻고 다시 집권하기 위한 방법론이 될 수 있겠는가?

▲정치에서 야당의 싸움은 일상이다. 싸우지 않고 투쟁하지 않는 야당이 이상한 것이다. 싸움·투쟁은 수단일 뿐 그 자체가 정치의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대화·타협·조정·양보·지지 등도 야당의 수단이다. 야당이 당연히 투쟁·싸움을 수단으로 할 거라고 기대했던 여당에 전략적으로 여러 수단을 활용하면, 투쟁·싸움은 훨씬 더 폭발력 있고 강력한 공격이 될 수 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집권하면 어떻게 이재명정부와 다르게 하고, 바꿀 것인지, 그래서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최우선이다.

“산토끼·집토끼 따질 때 아냐…집 자체 넓혀야 개선”
“청년 장식품으로 쓰지 말고…49세 이하 51% 결정권”

그런데 그 부분이 너무 생략되고 있다. 수단만 있고 목적이 없다면, 국민이 국민의힘을 이재명정부의 대항 세력으로 선택하지 못한다.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I·산업 전환·저출산 등 국가적 의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대여 투쟁에 지나치게 정치적 자원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아주 절박하다. 디지털 전환·AI 전환 등 국가적으로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지방 소멸·고령화·국가 부채 급등·연기금 고갈 등 국가 재앙급 위기들도 태풍이 몰려오듯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 특히 수권 정당에서 준비·대비해야 할 일이 가득하다.

다가올 상황에 맞게 교육체계를 바꿔야 한다. 과거에 배웠던 교육으로는 AI 시대에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가 없다. 어떻게 평생교육을 하고, 어떻게 직장 전환을 할지 등 교육 체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은 국민 중 문맹이 78%였던 시절의 교육과 3~4세 어린이도 외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시절의 교육이 혼재돼있다. 국민의 86%가 농업에 종사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3.9%가 농업 인구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옛날과 똑같은 조직을 토대로 똑같은 일을 한다.

국정의 모든 시스템·일하는 방식·공무원의 역할·청와대의 역할이 굉장히 크게 변하고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수권 정당에서는 투쟁이 아닌 이런 상황을 준비하는 미래전략본부가 가동돼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그걸 못하고 있다. 이것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는데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보수 재편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냥 재편만 해선 안 된다. 상한 건더기가 들어 있는 그릇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완전히 근본적으로 판을 흔들어야 하고, 통째로 갈아야 한다. 상한 건더기가 그대로 있는데 물만 갈아봤자 그 물은 또 오염된다. 그걸 먹으면 배탈이 난다. 국이라고 볼 수 없다.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 유지와 외연 확장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하겠는가?

▲국민의힘은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12월16일 당 대표였던 이정현을 당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당 대표 권한대행·비상대책위원장·혁신위원장 등 간판을 달고 지금 장 대표에 이르기까지 무려 26명이 바뀌었다. 그사이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는 등 당의 리더십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

이런 상태에서 집토끼와 산토끼 중 무엇을 선택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집을 넓혀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넓혀서 산토끼와 집토끼 모두 살게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바뀌고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판을 갈아야 하고, 당을 현대화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의 시스템은 옛 민주공화당 시절 시스템이다. 그걸 그대로 답습하면서 AI 시대에 필경사가 써주던 원고를 그대로 들고 있다. 사고방식·인식·문화·제도·관심·주요 의제·인재 발탁·공천 등 모든 것이 60여년 전에 멈춰 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보수 세대교체’ 방향은?

▲크게 3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세대·시대·정치를 교체해서 현대화·선진화해야 한다. 제 개인적으로 세대교체의 기준점은 만 40세다. 이들은 40세 이상인 사람들과 근본적으로 3가지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다. 냉전 체제가 완전히 종식돼 냉전·미소 경쟁·대립·제3차 세계대전 등 얘기가 뭔지 모른다.

그리고 민주화 이전·이후로 갈라지는 세대다. 40세 미만인 사람들은 민주화운동에 대해 역사적으로 들어서 알지만, 뭔지 모르는 세대다. 그 이전에는 민주화운동이 정치 의제의 99.99%였다.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 이하인 시대와 1만달러 이상인 시대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새로운 주체 세력이 돼야 한다. 그런데 과거 독재 타도·군사 정권 종식·장기 집권 종식·대통령 직선제 쟁취·지방자치 부활 등이 의제였던 시절을 살았던 운동권 세대가 2026년 국정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힘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체 세력이 되고,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공천의 51%를 만 49세 이하인 사람들이 차지해야 한다. 51%를 차지해야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청년을 장식품으로 쓰지 말고, 예산·공천·제도·법률 등 주요한 결정을 하는 데 51% 이상 비중을 가져야 시대에 맞는 변화를 이끌고 바꿀 수 있다. 구태 정치인이 옛날 방식으로 하면 미래 시대를 대변할 수 없다.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시대·새로운 정치로 바꿔야 한다.

-제1600호를 발행한 <일요시사>와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

▲진짜 어마어마한 숫자다. 신문을 발행해 오는 동안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함께해 온 것이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기록해 온 증인이다. 그동안 권력이 불편해하더라도 할 말을 해왔고, 국민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대신 말해왔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도 국민·독자와 함께 2000호, 그리고 3000호를 발행하면서 가장 정확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써주길 바라고, 크게 발전하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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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