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1600호 특집에서 왜 기상청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기상청 관계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날씨 예보를 자주 틀린다는 뜻에서 생긴 오명 ‘구라청’도 그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가끔 중요한 일과를 앞두고, 혹은 매일 아침에 입을 옷을 고르면서. 다들 일기예보에 목을 매면서도 쉽사리 믿지 못한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정말 기상청은 날씨를 잘 못 맞히는 걸까?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만에 경남 거제에 900㎜ 비가 쏟아졌다. 정점은 17일 새벽. 오전 1시32분부터 딱 한 시간 동안 124.5㎜가 내렸다. 1972년 거제에서 기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시간당 강수량 기준 최다 기록이다. 기상청은 이 1시간 강수량을 분석해 “2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비”라고 평가했다.
5분의 3 확률
곧장 기상청을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실제 강수량은 애초 예보보다 약 4배 많았다. 당일 직전까지도 기상청은 과잉 예보로 비판을 받아왔다. 광복절 연휴, 정작 가장 위험했던 순간에는 오히려 너무 적게 예보했다. 200㎜짜리 재난과 900㎜짜리 재난은 대비 태세부터가 다르다.
옥포동에서는 산사태로 아파트 1층이 토사에 덮여 주민 1명이 숨졌다. 부산·경남·제주에서는 500명 넘게 대피했고, 피해 신고만 2300건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오보는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졌다. 그해 7월17일 기상청은 광주·전남에 하루 20~80㎜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으나 실제로는 426.4㎜가 쏟아졌다. 1939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광주 북구에서만 주택 66동과 상가 22곳이 물에 잠겼고, 약 200명이 이재민이 됐다. 인명피해까지 났다. 지역별 정확도 격차에 더해, 628억원짜리 국가 기상 슈퍼컴퓨터가 8건이나 장애를 일으킨 점, 위성 사업이 지연된 점까지 한꺼번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구라청’이 소환된다. 기상청은 날씨를 대체 얼마나 못 맞히는 걸까?
기상청이 매년 발표하는 강수 유무 정확도(ACC)는 꽤 높은 수준이다. 비가 많이 왔던 지난해 6~8월 ACC는 88.5%로, 2024년(84.5%)과 2023년(83.8%)보다 오히려 개선된 수치다. 열번 중 아홉번은 예보가 맞았다는 뜻이다. 영국, 일본, 미국 강수 적중률은 대체로 40~50% 선.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 숫자에 함정이 있다. “비 안 온다”는 예보를 1년 내내 반복해도 정확도는 70% 안팎이 나온다. 진짜 중요한 것은 “비 온다”고 했을 때 실제로 맞힐 확률이다. 이때 쓰는 지표가 임계 성공지수(CSI)다. 지난해 1분기 CSI는 0.37로, 전년도 0.43보다 떨어졌다. 언론은 이를 “다섯번 예보하면 세번은 빗나가는 셈”이라 풀어 설명하곤 한다. 다만 CSI는 단순 정답률과는 계산 방식이 조금 다른 지표다.
작게 예보했는데 때아닌 ‘물 폭탄’
기상 앱 꺼린다는 ‘기상 망명’까지
예보가 어려워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후 위기로 국지성 집중호우와 돌발성 강수가 늘면서, 예측 난도가 올라갔다.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쏟아지는 극한 강수는 기존 수치 예보 모델이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대기 흐름이 예측 범위를 벗어나 갑자기 변하면서, 몇 시간 전 예보가 실제와 크게 어긋나는 일이 반복된다.
기상청은 지난 5월 발표한 ‘6~8월 3개월 전망’에서 엘니뇨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극단적 날씨를 경고했다. 예보관으로서는 덥고 습한 날이 이어지는 동시에 가뭄과 국지성 호우가 뒤섞이는 패턴 변수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예보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보다, 날씨가 더 빠르게, 보다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예보가 빗나갔을 때 여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다. 2025년 광주 사례처럼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비가 내리면, 대비할 시간을 놓친 시민들이 직접 피해를 본다. 침수, 산사태,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신뢰 문제도 있다. 기상청 예보에 불신이 쌓이면서 ‘기상 망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024년 여름 기준, 체코 윈디닷컴과 미국 아큐웨더가 국내 앱스토어 무료 날씨 앱 부문 1, 2위를 차지했다. 우리 기상청 자체 앱 ‘날씨알리미’는 4위에 그쳤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날씨알리미가 1위를 회복했지만 당시 기상청 신뢰도는 형편없었다.
급박한 기후 상황에서 정부가 발령하는 특보와 대피 지시는 신뢰를 전제로 작동한다. 예보를 안 믿는 시민이 늘수록, 정작 위급한 순간에 특보가 제 역할을 못할 위험도 커진다.
전 세계 10개 미만 ‘한국형 수치 모델’
엔비디아·구글 참여한 AI형 ‘나우알파’
기상청도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AI 기반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 ‘나우알파(NowAlpha)’다. 세계기상기구(WMO)를 중심으로 기상청, 구글, 엔비디아 등이 합심해 만들었다. 전국 기상레이더에서 2시간 관측한 자료를 입력받아 6시간 뒤까지 10분 간격으로 강수를 예측한다.
나우알파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10월 세계기상기구(WMO) 공동 워크숍에서 개선판 모델을 소개했다. 이때 중위도 편서풍대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동 경로 예측 편향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진규 기상청 대변인실 사무관은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도 소개했다. 또 “전 세계 지구 모델이 7~8개 정도인데,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튜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올해 9월에 출범한 한국수치모델개발원을 통해 지속 연구와 개발을 잇는 체계를 구축했다.
2020년부터 개발해 온 차세대 한국형 수치 예보 모델은 기존 8㎞ 해상도를 한반도만 3㎞까지 촘촘하게 끌어올린 버전. 올해 12월 완성이 목표다. 여기에 천리안위성 5호, 대형 기상관측선 같은 장비 확충도 함께 진행한다.
지난 3월부터는 정부 부처 간 레이더를 통합 운영해 호우·대설 감시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보 체계도 세분화했다. 지난 6월부터 폭염경보 수준 지역에서 체감온도 38℃ 또는 기온 39℃ 이상이 예상되면 발령하는 ‘폭염중대경보’, 밤 최저기온 25℃ 이상인 날이 하루라도 예견되면 발령하는 ‘열대야주의보’가 올해 새로 생겼다.
하늘만 보고?
우 사무관은 “언제든 예기치 않은 기상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상청은 예보 여부와 상관없이 재난문자를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가 기상청이 통계 수치로 가늠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 극한값으로 치닫기에, 보완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는 “WMO가 2025년 세계 기상의 날 제시한 슬로건은 ‘조기 경보 격차 함께 줄이기’였다”며 기상이변에 따른 정확한 예보가 어려운 시기, 실시간 조기 경보 등 보완책이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younme@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