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 전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인도적·외교적 지원’을 강조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속되는 압박과 한미동맹 균열 위기 속에 군사적 기여라는 실질적인 카드를 꺼내 든 모양새다.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는 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국내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정해진 것은 없다.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적 기여에 다양한 방식이 있다.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있고 비전투도 있고 다양하다”며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어서 종합적으로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날을 포함해 이날 복수의 언론이 국방부가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 전력으로 최신형 P-8A 해상초계기와 1만1000t급 군수지원함인 소양함, 해군 폭발물처리반(EOD)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입장 표명이다.
P-8A 해상초계기는 수상함과 잠수함에 대한 정밀 감시 능력이 탁월해 해상 안전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소양함은 원양 작전 중인 함정에 유류와 물자를 보급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같은 전력 구성은 이란과의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해상 감시와 ‘항행의 자유’ 보장이라는 비전투적 성격에 방점을 찍어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날 국방부는 “논의 중인 세부 사항에 대해선 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파병안이 검토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파상적인 공세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이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으면서 중동 문제에는 협조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하며, 한미연합훈련 비용 문제와 규모 축소를 연계해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연말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파병 요구를 계속 외면할 경우,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즉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증명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정무적 판단이 고려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파병 결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범여권에서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며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은 정부가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며 “언론에 가능성을 흘리고 여론의 반응을 살피다가 논란이 커지면 부인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간 보기’식으로 다뤄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국회에 파병 동의 요청이 오면 국익과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찰 자산이나 군수 지원 파병 카드가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30일 미군 공습 이후 보복 공습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충돌이 다시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일에도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군사시설 등을 타격하며 대대적인 공습을 이어갔다.
이처럼 중동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군사적 기여 방식을 최종 채택할 경우, 조만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파병안을 공식 의결하고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제출하는 등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외 파병은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데다 헌법상 국회 비준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만큼, 파병 논의가 공식화될 경우 정치권의 거센 찬반 공방과 함께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전망이다.
결국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라는 국익과 파병에 따른 위험 부담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향후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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