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정치적 참모도, 대통령의 형사사건을 방어하는 정치 돌격대도 아니다. 법무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덕목은 권력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법과 원칙에 대한 충성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처음부터 적지 않은 물음표를 달고 출발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검찰개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여권의 설명대로라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설계하고 공소청 출범 등 검찰개혁의 마무리를 맡길 적임자다. 실제 김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지명 직후 “70년 만의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대한민국에 잘 안착하게 하는 게 가장 시급한 소명”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가 단순한 검찰개혁론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김 후보자는 올해 초부터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장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이른바 공취모의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검찰의 기소가 잘못됐다면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해온 인물이다.
그런 인사가 이제는 법무부라는 국가 사법행정의 핵심 기관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겠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건과 관련해 이미 정치적 판단을 내렸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된 뒤에는 정말 완벽하게 중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고 싶다.
3일, 취재진에게 김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서 법과 원칙을 따르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관련해서도 “저에게는 권한이 없고 장관 지휘권을 행사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의 자격은 취임 이후의 말 한마디로만 판단할 수 없다. 과거에 무엇을 주장했는가, 특정 사안을 위해 어떻게 정치적으로 움직였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위치에 있는가까지 함께 봐야 한다.
게다가 지금의 법무부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이라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김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설계자에서 집행자로 역할을 바꾸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적극 주장했던 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면, 국민 입장에서 의심부터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논란이 ‘공소 취소’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과거 신약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에게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는 의혹과 관련 사건의 영장심사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됐다. 과거 변호사 시절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피고인을 변호한 이력도 정치권에서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의혹 상당수는 현재 당사자의 해명과 반박이 맞서는 단계인 만큼,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확인해야 한다. 김 후보자를 무조건 낙마시켜야 한다는 식의 정치 공세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반대로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증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문제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다른 부처 장관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경제 부처 장관이 정책적 실패를 하면 다음 정책으로 수정할 수 있고, 문화부 장관의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 장관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을 다룬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이 과거 권력을 위해 잘못된 수사를 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검찰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산하고, 수사와 기소의 책임을 재설계하는 것도 민주적 통제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개혁이 특정 정치인의 형사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개혁의 정당성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될 때 확보된다. 오늘의 여당 정치인에게 유리한 제도가 내일 야당 정치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대통령에게 유리한 공소제도가 다음 대통령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법치주의다.
김 후보자도 ‘대통령이 아닌 야당 대표의 사건이었다면 같은 공소 취소 주장을 했겠는가’ ‘정권이 바뀐 뒤 상대 진영 대통령의 사건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질문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검찰개혁 청사진을 제시하더라도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신뢰는 얻기 어렵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수행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대통령에게도 법을 지키도록 요구해야 하는 자리다. 권력의 편에 서서 법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 법의 선을 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번 인사가 국민에게 불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 후보자가 유능한 정치인인지 아닌지, 검찰개혁에 대한 그의 신념이 강한지 약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법무부 장관에게 필요한 것은 개혁의 강도가 아니라 법의 일관성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국민까지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각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장관의 자격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단순한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만약 법무부 장관이 된 뒤에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법무 행정에 반영한다는 의심을 받는다면, 그것은 김승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정부가 말하는 검찰개혁 전체의 정당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정부라면 더욱 엄격해야 한다. 개혁의 첫 번째 대상은 검찰이 아닌, 권력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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