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용혜인·이혜훈 ‘두 혜’ 뒤에 숨은 물소떼 인사

반복되는 ‘검증 분산’ 논란

정치권에서 사람 쓰는 것을 인사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이재명정부의 인사를 보면 사람을 ‘쓰는 것’인지 ‘이용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지난해 말 이혜훈 전 의원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을 때 정치권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이번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혜훈의 ‘이’와 용혜인의 ‘용’을 붙이면 ‘이용’이고 두 사람 이름에는 똑같이 ‘혜’가 들어 있다.

물론 두 사람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총알받이’로 지명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대통령에게는 국정 철학과 능력,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장관 후보자를 선택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의도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특정 후보자에게 야당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다른 인사의 검증이 약해진다면 결과적으로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이를 떠올리게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물소떼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2017년 문재인정부 초기 인사를 평가하면서 각료를 한 명씩 발표하지 말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발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물소들이 포식자가 기다리는 강을 건널 때 한 마리씩 가면 잡아먹히지만 무리 지어 건너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비유였다.

당시 그는 “물소떼 강 건너듯이 해야 한다”며 “따로따로 가면 다 잡아먹힌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뒤 이 발언의 무게는 달라졌다. 지난해 1기 내각 구성에서 여러 장관 후보자를 묶어 발표했고, 이번 제2기 내각에서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법무·국방·국토·중소벤처·성평등가족부 등 6개 부처 후보자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여러 부처를 동시에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에 특정 후보자에게 논란이 집중될 때마다 ‘물소떼 전략’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이혜훈이었다.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그를 이재명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자 파격적인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부정 청약과 보좌진 갑질, 자녀 관련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이 후보자에게 집중됐다.

그때 야당이 주목한 또 다른 인물은 같은 날 대통령 정책특보로 돌아온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었다.

야권은 이 특보에게 과거 제기됐던 가족 부동산과 자녀 증여 문제 등을 다시 거론했다. 그러나 이혜훈 후보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이한주 특보 문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당시 야당에서 “이혜훈으로 이한주를 가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결국 이혜훈 후보자는 지명 28일 만에 낙마했다.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검증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나타났다.

이번에는 용혜인이다. 지난달 30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동시에 발표됐지만 가장 뜨거운 이름은 용혜인이 됐다. 1990년생 재선 의원의 파격 발탁에 더해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치권의 관행이었다.

비례대표가 사퇴하면 다음 순번이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지역구 공백도 없다. 더구나 용 후보자는 두 차례 모두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물러나면 기본소득당이 원외 정당이 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은 정당 내부 사정이다.

법적으로 두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과 정치적으로 두 자리를 가져도 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일 당 안팎에서 부정적인 말과 우려가 나오고 있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발탁한 후보자인 만큼 인사청문회를 통해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용 후보자에게 의원직 겸직 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청와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당장 지명을 거둬들이기보다는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3일 민주당TV ‘민티07’에서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직 유지 논란에 대해 “많은 우려와 비판을 듣고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청문회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비리와 달리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드러나 있던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청문회까지 지켜보겠다는 가운데 여당 대표까지 고심을 밝히면서 의원직 겸직 문제는 이번 인사의 정치적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질문은 청와대를 향한다. 용 후보자를 포함한 6명을 한꺼번에 발표한 뒤 왜 또 특정 후보자에게 검증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느냐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용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에게 향할 공세를 대신 받는 ‘총알받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특히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목하면서 과거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과 관련해 제기된 청탁 의혹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의 주장을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은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과 자료를 통해 따지면 된다. 문제는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용혜인의 의원직 문제에 집중되면 다른 후보자의 검증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이혜훈이 이한주를 가린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번에는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의심이 반복된다면 청와대도 왜 그런 인상을 주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더 커질 경우, 오히려 용혜인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처음에는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 논란이 김 후보자 검증을 가리는 듯했지만 김 후보자 문제가 인사 정국의 중심으로 부상하면 청와대가 동시에 두 후보자를 포기하기는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린다’던 구도가 거꾸로 ‘김승원이 용혜인을 살리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물소떼 전략’은 더욱 묘해진다. 함께 강을 건너는 물소떼에서는 누가 방패고 누가 보호받는 대상인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뒤바뀔 수도 있다. 용혜인이 김승원을 가리는가 싶더니 김승원 논란이 커져 거꾸로 용혜인이 살아남는다면, 여러 후보자를 한꺼번에 내놓는 인사가 만들어내는 ‘검증 분산의 역설’을 보여주는 셈이다.

여기서 다시 이 대통령의 2017년 발언이 소환된다. 한 명씩 내놓으면 집중 공격을 받으니 여러 명을 한꺼번에 내놔야 한다는 것이 물소떼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지금은 다르다. 야당과 언론의 검증은 피해야 할 포식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장관 후보자를 공격에서 보호하는 것보다 국민에게 제대로 검증받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다.

이 물소떼 비유를 인사에 그대로 대입하면 더 불편한 문제가 생긴다. 한 후보자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동안 나머지가 강을 건넌다면 결국 누군가는 희생양이 된다. 논란이 큰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에게 향할 검증을 대신 받는 구조라면 더더욱 그렇다. 장관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를 살리기 위한 사석(死石)이 돼서는 안 된다.

이혜훈과 용혜인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혜훈은 보수 정당에서 성장한 경제통이고 용혜인은 진보적 의제를 앞세워온 젊은 정치인이다.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장관 후보자가 된 뒤에는 묘하게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파격적으로 발탁됐고 곧바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해의 ‘혜’와 올해의 ‘혜’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우연히 다른 사람을 가린 것인지, 물소떼 인사의 정치적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면 검증권은 국민과 국회에 있다. 이혜훈은 이혜훈대로, 이한주는 이한주대로, 용혜인은 용혜인대로, 김승원은 김승원대로 검증받아야 한다.

한 사람의 논란이 다른 사람의 검증을 덮는 순간 인사청문제도의 취지는 흔들린다.

이번 인사가 끝난 뒤 “용혜인만 시끄럽다가 다른 후보자들은 지나갔다”는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된다. 반대로 “김승원 논란이 커지면서 용혜인은 그냥 넘어갔다”는 결과가 나와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 개각부터 국민과 언론은 후보자의 능력보다 ‘이번 물소떼에서는 누가 누구의 방패인가’를 먼저 찾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는 살아남기 위한 강 건너기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낙마하고 없다면 충분한 검증을 거쳐 임명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혜훈의 ‘이’와 용혜인의 ‘용’을 붙이면 ‘이용’이 된다.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 인사에서 보고 싶은 것은 ‘이용’이 아니라 ‘등용’이다. 두 ‘혜’가 다른 누군가를 가리는 카드였다는 의심이 남는다면 그것은 두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 인사의 문제가 된다. 대통령의 인사는 사람을 ‘이용’하는 정치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제대로 ‘등용’하는 국정이어야 한다.

필자는 이정부가 이혜훈과 용혜인을 다른 누군가를 가리기 위해 ‘이용’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등용’했으리라 믿고 싶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