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가 지난 1일 첫 방송을 내보냈다. 기존 ‘델리민주’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민주당TV의 약칭은 ‘민티’, 아침 프로그램 이름은 ‘민티07’이다. 오전 7시부터 생방송하며 김민석 대표가 첫 방송에 직접 출연해 주요 현안과 민주당의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2주간 시험 방송을 거쳐 오는 14일부터 평일 주 5일 정규방송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당에서 생산되는 뉴스와 메시지를 가장 먼저 전달하는 기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첫 방송에서 그날그날 민주당의 기조를 엄선해 전달하는 ‘기조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단순히 회의나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채널이 아니라 진보와 중도를 아우르는 열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정당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국민과 당원에게 정책과 입장을 직접 설명하고 반응을 바로 확인하겠다는 취지만 놓고 보면 이해할 만하다. 유튜브가 정치 소통의 중요한 무대가 된 현실을 정당만 외면할 수도 없다.
그러나 방송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방송 시간이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겹치는 오전 7시로 잡히면서 민주당이 김씨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는 민주당TV 개국을 사실상 당원들에게 “김어준 방송을 보지 말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두 방송을 경쟁 구도로 몰아가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출범부터 방송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일부 보수 인사와 패널들은 민주당TV가 ‘민주당 관영매체’ 또는 ‘김민석 개인방송’으로 흐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당의 공식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당 대표가 방송의 중심에 선다면 지도부의 확성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우려다. 민주당TV가 당의 여러 목소리를 담지 않고 김 대표의 발언과 활동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면 국민과의 소통 방송이 아니라 당 대표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필자도 ‘민티07’이 자칫 ‘아침 7시에 만나는 민주당 방송’이 아니라 ‘아침 7시에 만나는 김민석 방송’으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한다. 특히 당 대표 경선 이후 당내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민주당TV가 김 대표 개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가 아니라 당내 다양한 목소리까지 담아낼 때 비로소 ‘열린 플랫폼’이라는 출범 취지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TV를 비판하는 국민의힘 쪽을 바라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국민의힘도 이미 ‘국민의힘TV’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은 2012년 새누리당 시절 ‘새누리TV’로 시작해 ‘자유한국당TV’와 ‘오른소리’를 거쳤고, 2024년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국민의힘TV’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도 당 회의와 기자회견, 논평과 현장행사 등을 전달하고 있다.
국민의힘TV를 운영하면서 민주당TV의 등장 자체를 ‘관영방송’이라고 공격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힘TV는 정당한 소통이고 민주당TV는 선전 방송이라는 기준은 성립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당명을 내건 방송을 운영하면서 상대 당이 비슷한 방송을 시작하자 그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논리적 일관성도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먼저 하고 있으니 민주당도 더 크고 강한 방송을 만들어도 된다는 논리는 방송 경쟁만 확대할 뿐이다.
물론 두 채널은 성격에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TV가 주로 당 회의와 행사, 논평을 전달해 왔다면 민주당TV는 아침 생방송에 진행자와 출연자를 두고 정치 현안까지 다루는 방송국형 채널을 지향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당의 소통 채널과 방송사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정당이 자신의 정책과 입장을 직접 알리는 것과 스스로 뉴스를 선별하고 해석하는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정당의 홍보 활동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당은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고 주요 회의와 기자회견도 공개해야 한다. 언론 보도 과정에서 당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발언 원문과 정책 자료를 직접 제공할 필요도 있다.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오늘날 정치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정책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정당 스스로 뉴스를 고르고 해석하며 방송사 역할까지 하려는 데 있다.
정당이 방송사 역할까지 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당 자신이 뉴스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여당과 야당, 정부와 정치인을 취재하고 잘잘못을 따져 국민에게 전달하지만 정당 방송은 자신이 관련된 뉴스를 스스로 고르고 해석하게 된다.
즉, 자기 당의 성과는 크게 다루고 잘못은 작게 다루려는 유혹을 받는다. 당 대표가 출연한 방송에서 진행자가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답변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뉴스의 당사자가 뉴스의 편집자까지 되는 순간 방송은 언론보다 홍보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정당 방송과 팬덤정치의 결합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민주당TV만 보고 국민의힘 지지자는 국민의힘TV만 본다면 같은 사건을 놓고 전혀 다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에 이용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까지 더해지면 정치적 확증편향은 더욱 강해진다.
정당까지 지지층을 붙잡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과 상대 당 공격 경쟁에 뛰어든다면 정책 경쟁보다 조회 수 경쟁이 앞서고 차분한 설명보다 분노를 일으키는 한마디가 중요해질 수 있다.
정당 방송의 비용 역시 투명해야 한다. 정당에는 당원이 낸 당비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국고보조금도 들어간다. 방송시설과 제작 인력, 진행자와 출연자 등에 얼마를 쓰고 그 재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지도자의 이미지를 높이거나 당내 경쟁자를 배제하는 데 공적 성격의 자금이 사용된다면 단순한 홍보의 문제가 아니다. 정당 민주주의와 정치자금의 투명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정당TV의 폐쇄가 아니라 역할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회의와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고 정책과 발언 원문을 제공하는 소통 채널의 기능은 살리되, 언론사처럼 뉴스의 순서를 정하고 정치 현안을 재단하는 상시 시사방송으로 나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당 대표 개인의 홍보수단이나 당내 다른 목소리를 지우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운영 원칙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제작비와 출연료, 인력 규모와 재원을 밝히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한다. 잘못된 내용을 방송했을 때 이를 바로잡는 정정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당내 소수 의견과 외부 전문가의 반론도 담고 자당에 불리한 문제라고 외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다면 ‘열린 플랫폼’이나 ‘국민 소통’이라는 말은 자칫 선전 방송을 포장하는 구호로 들릴 수 있다.
민주당TV가 생겼다고 국민의힘TV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TV가 먼저 있었다고 민주당TV가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것도 아니다. 상대의 확성기를 탓하기 전에 자기 손에 든 확성기부터 돌아봐야 한다. 두 정당이 방송 경쟁에 빠지면 스튜디오 규모와 출연진, 생방송 시간과 조회 수가 또 하나의 정치 경쟁이 될 수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더 큰 스튜디오를 만들고 더 많은 진행자를 앉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언론을 통해 찾아보고 싶을 만큼 좋은 정책을 만들고, 카메라가 따라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책임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 정당은 방송사가 아니며 정당 방송은 언론도 아니다. 민주당TV도 국민의힘TV도 뉴스를 만들겠다고 앞다투지 말고, 국민의 삶을 바꿔 뉴스가 될 정치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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