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 법리가 뒤집히지 않는 한 임기 후 재개될 2심에서 유죄 판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조작 기소 특검법’을 통해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면 정치적·법적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권과 정치적 뿌리를 공유하는 조 원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조 원장의 주장은 간단하면서도 무겁다. 검찰의 기소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그것이 조작됐다는 사실부터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조사를 했다고 조작 기소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권이 조작이라고 규정한다고 법적으로 그렇지도 않다.
문제가 있는 검사가 있다면 법무부나 대검찰청의 감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등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조작 기소’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공소부터 없애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이 특히 새겨들을 대목이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했다면 반드시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장동이나 대북송금 사건을 포함해 이 대통령을 둘러싼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나 조작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는 과정마저 정치적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주면 오히려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 검찰의 정치화를 비판하면서 정치가 검찰의 기소 여부를 좌우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미 1심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2심에 계류돼있는 사건까지 공소 취소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법률에 별도 조항을 넣는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생긴다.
조 원장이 “바로 문제가 일어난다”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직 대통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절차가 만들어진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법률의 일반성과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은 더욱 복잡하다.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나왔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5월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파기환송심 재판은 중지된 상태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재판이 다시 시작되면 현재로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원장이 2심 유죄 가능성을 높게 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조 원장의 전망이 곧 이 대통령의 최종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이 재개되면 법원이 다시 구체적인 사실과 법리를 심리해야 하고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도 존중돼야 한다. 대통령 임기 이후의 재판 결과를 정치권이 지금 미리 확정해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재판 결과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입법에는 신중해야 한다. 법원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 사이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조 원장의 발언에서 필자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그는 허위사실공표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정공법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인의 재판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앞으로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률을 만들자는 뜻이다.
법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면 그 법 자체를 고치면 된다. 그렇게 고친 법은 이재명에게도 윤석열에게도, 민주당에도 국민의힘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이는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좋은 법은 내가 권력을 잡았을 때 유리한 법이 아니라 상대방이 권력을 잡았을 때 적용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어야 한다. 오늘 내 편을 구하기 위해 만든 법은 내일 상대편을 구하는 법이 될 수 있고, 상대방을 겨냥해 만든 법은 정권이 바뀌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정치가 법을 그때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조 원장은 또 하나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윤석열정부 당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된 문재인정부 인사들 가운데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들이 있지만 민주당은 이들이 1심 재판을 받을 당시 공소 취소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만 공소 취소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상한다면 국민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실제 의도가 무엇이든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법’이라는 의심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법은 내용만큼 누구에게 언제 적용하느냐도 중요하다.
물론 검찰권이 실제로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됐다면 “이미 기소됐으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말만으로 끝낼 수도 없다. 조작된 증거나 허위 진술, 위법한 수사로 기소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다면 국가가 잘못된 공소를 끝까지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다.
억울한 기소를 바로잡는 것 역시 법치주의의 일부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증거와 절차다. 누구의 사건인가가 아니라 정말 조작 기소였는가를 밝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 원장의 주장은 민주당에 하나의 출구를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먼저 감찰과 수사, 진상조사를 통해 조작 기소 여부를 철저하게 밝혀내면 된다. 조작이 확인되면 관련 검사에게 책임을 묻고 현행법상 가능한 사건은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이미 1심을 지나 항소심 단계에 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예외적인 법률을 만드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잘못된 법률이 문제라면 특정 사건을 없애려 하지 말고 법률 자체를 고치는 것이 정도(正道)다.
이 원칙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결코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을 정치권의 힘으로 없애지 않고 법과 절차에 맡기는 모습이 장기적으로 더 큰 정치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임기 동안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임기가 끝난 뒤 남아 있는 사법 절차가 있다면 당당하게 판단을 받으면 된다.
반대로 집권 기간에 법을 바꿔 자신의 재판부터 없앴다는 인상을 남긴다면 법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정치적 논란은 오래갈 것이다. 대통령의 사법 문제일수록 결과 못지않게 절차의 정당성이 중요하다.
민주당 역시 이 문제를 이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라는 좁은 틀에서 볼 필요가 없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과 조작 기소를 막으려는 것이 목표라면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적용돼야 한다. 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불리한 자료를 의도적으로 숨겼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지, 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본 국민을 어떻게 구제할지를 제도화해야 한다.
공소 취소의 기준과 절차도 보다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도라야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는 검찰개혁이 된다.
조 원장의 이번 발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 자신도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가 사면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검찰권 남용을 비판하면서도 조작 기소의 증거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여권이 추진하는 공소 취소 방식에 경고음을 냈다. 그의 전망에 동의하느냐와 별개로 자기 진영에 불편한 이야기를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정치는 자기편의 박수만 들으면 길을 잃기 쉽다. 야당의 비판은 정쟁이라고 넘길 수 있고 언론의 지적은 편향됐다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같은 진영에서 법리와 원칙을 들어 제기하는 경고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통령의 재판을 둘러싼 법률을 만드는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법률 한 줄이 대통령 한 사람의 오늘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대통령과 국민에게 적용될 선례가 될 수 있다. 권력이 강할 때일수록 법은 더 보편적이어야 한다.
필자는 조 원장의 말 가운데 “유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보다 “조작 기소가 확인돼야 한다”는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유죄냐 무죄냐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고 조작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증거로 밝혀낼 일이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필요한 결론을 먼저 정한 뒤 법을 그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적용해도 공정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 대통령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반드시 그의 재판을 없애는 것은 아니라는 조국의 불편한 경고를 민주당이 귀담아들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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